시조로 쓴 한반도의 명승지1
백두산(白頭山)의 천지(天池)
한상철 시조시인 | 기사입력 2019/04/04 [12:47]
1. 한라산(漢拏山)의 고봉
맛있는 고구마 섬 탐라(耽羅)는 의구(依舊)하니
녹담(鹿潭)은 물 말라도 흰 사슴 천국이라
은하수 붙잡아 매단 배달겨레 솟대여
* 제주도 외형은 고구마를 닮았으며, 섬 전역을 지배하는 한라산(1,950m)은 육지까지 통틀어 남한 최고봉이다. ‘산정에 서면 은하수를 잡아당길 수 있다’는 뜻이며, 부악·원산·선산·두무악·영주산·부라산·혈망봉·여장군 등으로도 불려왔다. 1996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2017. 10. 7 일부 수정)
* 남쪽 바다 가운데 있는 수중화(水中火)의 불꽃으로, 백록담은 언젠가는 마르고 만다.
* 졸작 영주십경(瀛州十景) 시조 중, 제6경 ‘녹담만설’(鹿潭滿雪) 참조.
* 2017. 9. 18 시조 종장전구 퇴고.
2. 석굴암(石窟庵)의 아침풍경
토함산(吐含山) 중턱에는 옛 신라 향훈 서려
석굴에 비친 햇살 중생도 따스하랴
의젓이 가부좌 튼 여래(如來) 백련(白蓮)으로 피도다
* 석굴암은 국보 제24호. 1995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 졸작 명승보 후편 신라고적10경 중 제1경 ‘석굴암’ 시조 참조.
3. 해운대(海雲臺)의 저녁달
해변엔 길손 한 쌍 가물댄 수평선 위
눈 흘긴 갈매기가 바다구름 물고 가니
방아 찐 옥토끼 눈빛 정인(情人) 잠옷 비춰 줘
* 해운은 신라의 문장가 최치원(崔致遠 857~908?)의 자(字)이다. 동백섬에 최남단 바위 끝에 마모된 석각 ‘海雲臺’가 있는데, 본인의 글씨는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 고려 문신 정포(鄭誧 1309~1345)가 자신의 시에서 “대는 황폐하여 흔적이 없고, 오직 해운의 이름만 남아 있구나”라고 한 점으로 보아, 고려 후기에 새긴 것으로 보인다(부산역사문화대전 발췌 수정). 2017. 2. 21 註 보충.
* 해월정(海月亭) 현판의 한글궁체시가 괜찮다.(1997년 2월 해운대구청장 건립)
* 다른 시조와 중복표현이 있어, 2016. 5. 29 종장후구 수정.
4. 지리산(智異山)의 운해
신선이 노닌 두류(頭流) 곳곳이 절승인저
반도의 어미 산은 상잔비애(相殘悲哀) 아물렀나
노고단(老姑壇) 구름바다에 말괄량이 헤엄쳐
* 두류산은 지리산의 옛 이름이다. 그중 ‘노고단의 운해’는 ‘지리10경’중 제3경으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 졸작 ‘지리10경’ 중, 제 3경 ‘노고운해’ 시조 참조.
5. 백두산(白頭山)의 천지(天池)
뇌수(腦髓)는 청수(淸水) 가득 민족의 심연(深淵)이라
궁노루 뛰어놀고 북극성 눈빛 줘도
혹여나 다시 터지면 재앙 될지 모를 일
* 함경북도 무산군과 혜산군 및 중국 동북지방 길림성(吉林省)에 걸쳐 있으며, 북한의 천연기념물 제351호(지리부문)로 지정되었다. 백두산을 일명 불함산(不咸山)이라 하고, 천지는 용왕담(龍王潭)이라 부른다. 해발 2,190m, 면적 9.165㎢, 둘레 14.4㎞, 평균너비 1.975㎞, 최대너비 3.550㎞, 평균수심 213.3m, 최대깊이 384m이다. 이 못의 소유와 관련해, 북한은 6·25 전쟁을 치룬 후, 1962년 중국과의 국경협약에서 천지의 분할협정을 체결했다. 절반을 중국에 할양(割讓)한 것으로 밝혀져, 민족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일부수정)
* 천지는 북쪽에 있는 화중수(火中水)로, 물이 결코 줄지 않는다.
* 졸저 세계 산악시조 제1집 『山情萬里』 제57번 ‘장백산 채춘’ 시조 참조.
6. 묘향산(妙香山)의 경치
웅장(雄壯)코 수려(秀麗)한 즉 두 얼굴 갖춘 신산(神山)
보현사(普賢寺) 붉은 계류 전설이 옹알옹알
향까지 더욱 맑으니 환웅(桓雄) 님이 웃어요
* 평안북도 영변군·희천군과 평안남도 덕천군에 걸쳐 있는 산이다. 주봉은 비로봉(毘盧峰 1,909m)으로 묘향산맥의 맹주다. 예부터 동금강(東金剛)·남지리(南智異)·서구월(西九月)·북묘향(北妙香)이라 하여, 우리나라 4대 명산의 하나로 꼽았다. 또한, ‘수이장(秀而壯)’이라 하여, 산이 빼어나면서도, 웅장한 모습을 동시에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태백산(太白山 또는 太佰山) 혹은 향산(香山)이라고도 한다. 선사시대 유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삼국유사》에 의하면, 《고기 古記》에 옛날 환인(桓因)이 있었는데, 그의 아들 환웅(桓雄)이 인간 세상에 뜻을 둔 것을 알고,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어 내려가 다스리게 했다. 이에 무리 3,000명을 이끌고 태백산 정상의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왔다고 전하는 바, 일연(一然)은 이때의 태백산을 묘향산으로 비정(批正)하였다(前揭書 일부수정). 남동쪽 기슭의 보현사(普賢寺)는 이산을 대표하는 대가람으로, 계류와 가을단풍이 일품이다.
7. 금강산(金剛山) 일만 이천 봉의 기암
팔방(八方)이 괴석이니 지상에 없는 묘산(妙山)
금강(金剛)은 그대 심지 사계(四季)가 온통 환몽(幻夢)
세속에 찌든 명리는 내가 알 바 아니지
* 금강산이 ‘가시내산’이라면, 산중의 산인 설악산은 ‘머슴아산’이다.
* 졸저 풍치시조집 『명승보』 제19번 금강산 신8경(제142~146쪽) 시조 참조.
8. 평양(平壤) 대동강(大同江)의 을밀대(乙密臺)
겹겹이 쌓인 눈물 대동강 더 푸르라
낙조가 스며드니 을밀대는 신기루로
두 뺨이 볼그레한 선녀 너풀거린 치마끈
* 평양특별시 중구역 금수산(錦繡山)에 있는 고구려시대의 누정(樓亭)이다. 사방이 뚫려 사허정(四虛亭)이라고도 한다. 북한문화재 사적 제7호이다. 을밀대(乙密臺)라는 이름은 옛날에 ‘을밀선녀’가 이곳에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에서 생겼다고 한다. 높이는 약 11m이다. 앞면 3칸(7.46m), 옆면 2칸(5.29m)에 2익공 바깥도리식 두공을 얹고, 겹처마의 합각지붕을 이었다(다음백과 일부수정). 봄놀이가 아주 좋다.
* 필자는 을밀대 그 자체를 취기(醉氣) 어린 선녀가 춤을 추는 것으로 묘사했다.
* 초장(初章)은 정지상(鄭知常 ?~1135 고려)의 명시 ‘송인’(送人) 제4구에서 차운(次韻)하다.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 비 개인 긴 둑에 풀빛은 이들이들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 남포로 임 보내는 노래가락 구슬퍼라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 대동강 저 물은 언제 쯤 마르리오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 해마다 이별 눈물 보태니 물결 더 푸르라
* 다른 시조와 중복 표현으로, 2016. 6. 12 종장후구 수정.
* 종합문예지 《윌더니스-야생》 제17호 (2016년 가을호)
* 《도봉문학》 제14호 2016년.
2. 단양(丹陽)8경
제1경 도담삼봉(島潭三峰) 문화재청 지정 명승 제44호
제2경 석문(石門) 〃 제45호
제3경 구담봉(龜潭峰) 〃 제46호
제4경 사인암(舍人巖) 〃 제47호
제5경 옥순봉(玉筍峰) 〃 제48호
제6경 상선암(上仙岩)
제7경 중선암(中仙岩)
제8경 하선암(下仙岩)
* 단양8경 배열순서는 위키 백과를 인용함. 2014.8.14 (목) 13:08 최종 수정.
1. 도담삼봉(島潭三峰)
맑으료 남한강에 세 송이 붉은 수련(垂蓮)
남편 봉 바람났지 앵돌아진 아내 봉
애증(愛憎)은 악마의 장난 포용으로 풀어라
* 충북 단양군 매포읍 도담마을에 위치. 둘레의 수심은 약 7m, 강폭은 150m가량인데, 푸른 남한강에 핀 세 송이 수련처럼 아름답다. 세 봉우리는 남편이 아들을 얻기 위해 첩을 들이자, 심통이 난 아내가 새침하게 돌아앉은 모습이라고 한다. 가운데 봉우리가 남편봉우리로 일명 장군봉이라 부르며, 정자가 있다. 북쪽이 처봉, 남쪽이 첩봉인데, 처봉이 남편봉우리와 등을 지고 있다. 삼봉은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의 호이기도 하다. 명승 제44호.
* 퇴계 이황의 칠언절구시(2016. 10. 11 추가)
山明楓葉水明沙(산명풍엽수명사);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三島斜陽帶晩霞(삼도사양대만하); 석양의 도담삼봉에는 저녁노을 드리웠네
爲泊仙楂橫翠壁(위박선사횡취벽); 신선의 뗏목을 취벽에 기대고 잘 적에
待看星月湧金波(대간성월용금파); 별빛 달빛 아래 금빛파도 너울지더라
2. 석문(石門)
산신(山神)만 들랑대나 강가의 백옥 돌문
청풍이 불어오니 오묘한 측백숲향
저 절경 액자에 넣어 안방에다 걸리라
* 가운데 뻥 뚫린 바위모양이 마치 구름다리 밑 돌대문처럼 멋지게 자리하고 있고, 그 속을 통해 보이는 남한강과 건너편 마을의 모습이 강가에 걸린 액자 같다. 절벽 위에는 측백나무가 자생한다. 도담삼봉에서 약 200 m 거리에 있다. 명승 제45호.
* 2016. 6. 19 시조 종장 앞 구 수정.
3. 구담봉(龜潭峰)
잔잔한 수면 위로 흔들린 청솔가지
만 마리 돌거북이 일거에 몰려오기
단숨에 대빗자루로 강변에다 쓸었지
* 구담봉(龜潭峯 335m)은 단양읍 단성면 장회리에 있으며, 절벽 위의 돌이 거북 모양이라 하여, 이런 명칭이 붙었다. 봄의 꽃도 좋지만, 가을의 단풍이 더 아름답다. 명승 제46호.
4. 사인암(舍人巖)
해금강 담아왔니 반듯한 단애(斷崖)병풍
틈새엔 청송 가득 드문드문 오색단풍
앞면만 정(釘)으로 떼어 석판화(石版畵)로 찍으리
* 대강면 사인암리에 있는 예각(銳角) 진 바위절벽은 소백산맥에서 발원하는 운계천을 따라 굽이굽이 열리는 운선구곡 일곱 번째 계곡에 있으며, 단양에서 8㎞쯤 남으로 떨어져 있다. 고려 말 우탁(禹倬, 1263~1342)이 사인 벼슬에 있을 때, 이곳에 와 휴양한 까닭에 이와 같이 불렀다. 기암괴석이 마치 꽃병풍을 두른 듯 하늘에 치솟고, 계류의 유유한 자태는 해금강(海金剛)을 연상케 한다. 특히 가을단풍이 좋다. 명승 제47호.
5. 옥순봉(玉筍峰)
비온 뒤 대밭일까 탐스런 죽순바위
고사목 뒤틀리고 등(藤)넝쿨 얽혔으니
비취검 불쑥 뽑아내 강심에다 꽂으리
* 단양 서쪽 9㎞ 지점, 남한강 본류 남안에 자리 잡은 옥순봉(玉荀峯 286m)은 행정상으로는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에 있다. 절벽에는 청송이 곁들여 있고, 산봉우리는 죽순처럼 깎아 세운 듯하며, 고목과 등덩굴이 얽혀 한 폭의 동양화 같다. 경치가 빼어나 예로부터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렀다(출처 위키 백과). 명승 제48호.
6. 상선암(上仙岩)
도락산 불러놓고 담론을 즐기다가
누운 용 꼬집고는 시치미 뗀 얌체바위
맨 위쪽 주걱턱 신선 골계미(滑稽美)가 넘치네
* 한강 지류 우화천을 따라 단양 남쪽 12㎞ 지점 단양읍 단성면 벌천리에 하선암(下仙巖)·중선암(中仙巖)·상선암(上仙巖) 등이 차례로 있다. 특히 상선암 일대에는 조그만 폭포가 많고 노송이 우거졌으며, 좌우로 가까운 용두산(994.4m), 도락산(964m)과 이어진다. 크고 널찍한 바위는 없으나, 작고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서로 모여 있는 모습은 소박하고 정겨운 우리의 이웃을 연상케 한다. 맑은 물이 용출하여 반석사이를 평평히 흐르다가, 좁은 골에 이르러 폭포가 되어 구름다리 아래로 떨어진다. 그 소리가 우레와 같고, 튀는 물방울이 탐승객의 옷깃을 적신다. 조선 명종 때 우암 송시열의 수제자 수암(遂菴) 권상하(權尙夏)가 명명했다고 전한다. 근처에 경천벽, 와룡암, 일선대, 차일암 .학주봉, 광영담 등이 있다.
* 골계미. 익살스러움이나 풍자가 주는 아름다움. 해학미나 익살미와 뜻이 비슷한 뜻이다.
7. 중선암(中仙岩)
구슬발 가려두고 책 읽는 가짜 도사
폭포는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데
가운데 난쟁이 바위 앵벌이로 변했군
* 중선암은 가산리에서 벌천리로 가는 숲 왼쪽 송림과 계곡 사이에 있는 바위인데, 여름철 휴양지로 최적지이다. 조선 효종 때의 문신 곡운(谷雲) 김수증(金壽增)이 명명한 것으로 전해지며, 삼선구곡의 중심지이다. 계류에서 쌍용이 승천하였다 하여, 쌍용폭(雙龍瀑)이라 부른다. 개천 가운데 바위 옥렴대(玉簾臺)에 ‘四郡江山 三仙水石’의 각자(刻字)가 있는데, 이는 관찰사 윤헌주가 1717년 숙종 43년에 쓴 것이다 (사군이란 단양·영춘·제천·청풍을 말한다). 백색의 웅장한 2개의 바위가 있으니, 옥렴대, 명경대(明鏡臺)라 한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8. 하선암(下仙岩)
일백 척(尺) 너럭바위 미륵불 돗자리지
소(沼)에 인 물거품을 곡차(穀茶) 익는 개미로
아랫녘 대머리 선인(仙人) 착시(錯視) 한번 멋져요
* 하선암은 선유동 상류에 있으며, 물속에 비친 바위가 무지개 같다 하여, 홍암(虹巖)이라고도 하는데, 봄철의 진달래와 철쭉, 가을철의 단풍이 아름답다. 삼층으로 된 넓은 바위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얹혀있다. 그기에 기댄 조그만 바위에 조귀하(趙龜夏), 조봉하(趙鳳夏) 형제 이름이 새겨져 있다. 미륵부처를 닮아 불암(佛巖) 또는, 그냥 선암(仙巖)이라고도 한다. 이곳 소(沼)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맑고 푸른 물이 흐른다. 옛 선비의 풍류가 넘치는 곳이다.
* 부의(浮蟻); 술이 다 익으면 밥알이 떠오르는데, 그 모양이 개미의 유충과 같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古書硏究》 제 33호 2015. 12. 20 발행 제226~231쪽.
3. 동강(東江)12경
제1경 가수리 느티나무와 마을풍경
제2경 운치리 수동 섭다리
제3경 나리소와 바리소
제4경 백운산과 칠족령
제5경 고성리산성과 주변 조망
제6경 바새마을과 앞 뼝창
제7경 연포마을과 황토 담배건조막
제8경 백룡동굴
제9경 황새여울과 바위들
제10경 두꺼비바위에 어우러진 뼝대
제11경 어라연
제12경 된꼬까리와 만지
* 동강(東江)12경은 1999년 경 ‘우이령보존회’와, ‘동강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이 동강유역의 생태와 문화적 경관을 세계에 알리고, 이곳의 총체적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강가의 아름다운 열두 곳을 골랐다. 여기를 따라 걷노라면 펼쳐지는 정경이 매우 아늑한데다, 시멘트 다리, 포장길이 없어 예스러운 운치를 즐길 수 있다. 같이 도봉구에 거주한 수연 박희진 시인(1931~2015)이 자유시로 먼저 읊고(1999. 12. 20 수문출판사), 두 번째 필자가 단시조로 노래했다. 필자는 회원이다.
1. 가수리 느티나무와 마을풍경
다섯 발 당산목(堂山木)은 명상에 잠기어도
적벽 위 두 거송은 학무(鶴舞)에 여념 없어
겹벚꽃 흩날릴 때쯤 학동들은 즐거워
* 가수리(佳水里) 수미마을 초입에 있음. 수고 40m, 둘레 8.5m, 수령 600년 된 느티나무.
* 학무; 학이 춤추는 모양을 본 딴 2인무.
* 정선초등학교 가수분교 입구에 있는 토종 벚나무 두 그루.
2. 운치리(雲峙里) 수동 섶다리
풀잎을 엮은 다리 운치가 그윽하다
가인은 살랑살랑 쌍무지개 뒤따르나
나룻배 보이지 않고 산 그림자 아롱져
3. 나리소와 바리소
중바닥 훑고 난 뒤 에도는 소용돌이
교룡(蛟龍)이 꿈틀대니 물수리는 째려보고
뼝창을 썰은 모래톱 주발(周鉢) 속을 휘저어
* 나리소는 ‘중바닥여울’을 지나서 있고, 흰 모래톱이 반원을 그린다.
* 교룡; 모양이 뱀과 같고 몸의 길이가 한 길이 넘으며 넓적한 네발이 있다는 상상의 동물. 가슴은 붉고 등에는 푸른 무늬가 있으며, 옆구리와 배는 비단처럼 부드럽고 눈썹으로 교미하여 알을 낳는다고 한다. * 뼝창; 강가에 있는 절벽. 강원도 말.(뼝대)
* 놋쇠 여자밥그릇을 닮은 ‘바리소’를 뜻함. 나리소 밑에 있다.
4. 백운산과 칠족령(漆足嶺)
베비랑 올랐거늘 동강은 내 것이여
발아래 칼날능선 반짝이는 강비늘
붉은 옻 덧칠한 침봉(針峰) 뭉게구름 푹 찔러
* 베비랑; 동강 변의 최고봉인 백운산(白雲山 882.5m)을 이른다. 베비랑산이라 부름.
* 칠족령; 옻칠을 하는 선비집의 개가 발에 옻 칠갑을 하고 도망가기에, 그 발자국을 따라 가보니,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강의 모습이 장관인데서 유래되었다. 뾰족한 붉은 바위들이 하늘을 찌를 듯, 혹은 병풍을 펼쳐놓은 듯...
5. 고성리(古城里) 산성과 주변 조망
폐허라 옛 산성터 들꽃 향 하 짙다만
까마귀 적막 깨자 객은 외롬 참지 못해
사방을 삥 둘러봐도 보이는 건 푸름뿐
6. 바새마을과 앞 뼝창
산촌에 매미 우니 백운은 시(詩) 그린다
벼랑 틈 돌단풍은 강바람에 새록새록
펼쳐진 바위병풍에 농묵(濃墨) 그득 번지네
7. 연포마을과 황토 담배 건조막
사행천(蛇行川) 물줄기는 강촌을 감싸 돌고
청산이 쓰러지자 동네 개들 짖어댄다
낙양(落陽)은 황토막 찾아 잠자리를 청하고
8. 백룡(白龍)동굴
종유석(鐘乳石) 발기할 제 여승은 군침 삼켜
석순(石筍)은 무럭무럭 풍금소리 아련커다
흰 용아 여의주 내놔라 뱃속마저 토하라
* 백룡동굴은 첫 발견자 정무룡(鄭武龍)의 ‘룡’(龍) 자와, 백운산의 ‘백’(白) 자를 따 이름 지었다. 남근 닮은 종유석을 모 기관장이 따 갔다가 도로 내놓은 일이 있다. 동굴 내에 서식하는 동물이 많은 생태계의 보고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미 개방구간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9. 황새여울의 바위들
물살은 되 급하고 강바위 날카롭네
황새가 날아가니 떼꾼가락 여음(餘音)으로
애환은 강자갈 되어 아라리로 구르지
* 동강에서 가장 물살이 급한 여울밭으로 애환도 제일 많은 곳이다. 정선 아리랑 가사 “아라리 아라리 아라리요”는 강자갈 구르는 소리와 어찌나 닮았는지...
10. 두꺼비바위에 어우러진 뼝대
큰 뱀을 노리는가 당장에 뛰어올라
파리만 널름 삼킨 어라연(魚羅淵)의 찌끼미
뼝대 위 좌선(坐禪)턴 노송 그를 보고 갸우뚱
* 두꺼비바위는 자갈톱 위에 어라연의 수문장 마냥 웅크리고 있는데, 아무튼 괴상하게 생겨 누가 보든지 갸우뚱해진다. 어라연에는 큰 뱀이 풍향을 일으킨다는 전설이 있다.
* 찌끼미; 소나 연못에 터 잡고 있는 주된 동물을 가리킨다. ‘지킴이’의 경상도 방언이다.
11. 어라연(魚羅淵)
청옥 빛 동강이여 제일 경 여기일세
물고기 수가 놓인 살여울은 빙빙 돌고
삼선암(三仙岩) 솔 향에 취해 거문고를 거꾸로
* 어라연에 있는 소에는 물고기가 얼마나 많기에 비단처럼 수가 놓여있을까? 옥순봉(玉筍峰) 삼선암에서 한잔 걸치면 거문고도 뒤집어 뜯는다.
12. 된꼬까리와 만지
떼꾼아 졸지 마라 마지막 여울이다
만수에 다다르면 아리랑은 절로절로
전산옥(全山玉) 술상 차리게 아니 취해 배기리
* 동강의 마지막 여울인 ‘된꼬까리’! 여기서는 긴장이 풀어질 만도 하나, 잘못하면 물에 풍덩 빠진다. 만지산(萬支山 715,5m, 일명 만수산)에 다가오면, 정선 아리랑이 콧노래로 절로 나온다. 전산옥은 정선 아리랑 가사에도 나올 만큼 유명했든 술집으로 떼꾼은 거나하게 취한다. “황새마을 된꼬까리 떼 무사히 지났으니, 만지산 전산옥이야 술판 차려놓게”(이하 략) 끝.* 졸저 산악시조 제2집 《山窓》 제 122~133면. (주) 도서출판 삶과꿈 발행(2002, 5. 10). <계속> hsc9381@hanmail.net
** 출처: 브레이크뉴스컴 /시조로 쓴 한반도의 명승지[1] (bre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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