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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이야기

꼭 지켜야 할 우리 유산 시리즈 모음

 

꼭 지켜야 할 우리 유산 시리즈 모음
 
일요신문에서 2016년 8월30일부터 현재까지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는 <꼭 지켜야 할 우리 유산 >시리즈 기사 모음집을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해당되는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소중하게 지켜 오고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에 관한 설명을 일요신문 원본으로 연결되어

볼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꼭 지켜야 할 우리 유산

 

꼭 지켜야 할 우리 유산
꼭 지켜야 할 우리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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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지켜야 할 우리 유산
꼭 지켜야 할 우리 유산
꼭 지켜야 할 우리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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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꼭 지켜야 할 우리 유산

[31]인류무형문화유산 줄타기

줄판에서 펼치는 신명과 해학의 전통예술

온라인 기사 2019.03.14 09:16

[일요신문] 줄타기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널리 행해지는 대표적인 기예 중 하나다. 공중에 걸 려 있는 줄 위에서 펼쳐지는 아찔한 묘기는 뭇사람의 시선을 붙잡아 둘 만큼 스릴 넘친다. 그런데 지구촌의 수많은 줄타기 중에서 유독 우리나라의 줄타기는 남다른 위상을 지니고 있다. 그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오른 것이다. 대체 우리 줄타기에는 어떤 특별함이 깃들어 있는 걸까.

우리의 줄타기는 기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담과 노래, 춤 등이 어우러져 관객과 소통하는 종합예술이다.연합뉴스

우리나라 줄타기(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는 공중에 맨 줄 위에서 음악 반주에 맞추어 재담(재미있는 이야기)과 발림(몸짓과 손짓)을 섞어가며 여러 가지 재주를 보여주는 전통 놀이이자 공연예술이다. 줄 위를 마치 얼음 지치듯 미끄러지며 펼치는 재주라 하여 ‘어름’ 또는 ‘줄얼음타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중국, 일본 등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 줄타기가 단지 곡예기술에 중점을 두고 행해지는 반면, 우리 줄타기는 기예뿐만 아니라 재담과 노래, 춤 등이 어우러져 관객과 소통하는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줄타기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에 처음 등장한다. 이규보가 지은 한시에 “은하수에 닿을 만큼 줄을 높이 매달고…”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당시 줄타기가 연행됐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삼국시대에 신라의 팔관회 등 각종 의식과 행사에서 가무백희(歌舞百戱)가 펼쳐졌다는 기록으로 보아, 이때부터 줄타기도 ‘백희’에 포함돼 연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부터 줄타기는 여러 이름으로 불려왔다. 고려시대 ‘동국이상국집’에는 주삭, 조선시대 ‘성호사설’에 답삭희, ‘문종실록’에는 주질 등으로 표기됐는데, 모두가 ‘줄 위에서 온갖 재주를 펼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선시대 들어 줄타기는 두 계통으로 나뉘어 성행했다. 주로 양반층을 위해 공연됐던 ‘광대줄타기’와 서민들을 대상으로 했던 남사당패의 ‘어름줄타기’가 그것이다.

광대줄타기가 순수하게 줄타기로만 구성돼 기예 면에서 빼어났다면, 남사당의 여섯 마당 중 하나로 펼쳐진 어름줄타기는 서민의 마음을 휘어잡는 재담과 오락성 면에서 뛰어났다. 일제강점기 때 한국문화 말살 정책으로 인해 우리 전통 줄타기는 커다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줄타기를 연행해온 연희 집단이 해체되고, 그 빈자리를 곡마단이 대신하면서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전통 줄타기는 해방 이후 김영철 명인 등을 통해 겨우 명맥을 이어오다, 그의 제자인 김대균 명인(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의 대에 이르러 김 명인과 줄타기보존회를 중심으로 전수가 이뤄지고 있다.

줄광대가 줄 위에서 펼치는 기예는 40여 가지에 이른다. 사진은 권원태 명인의 공연.연합뉴스

줄타기 공연은 짧게는 한 시간 반, 길게는 반나절에 걸쳐 펼쳐진다. 약 10m 길이의 외줄을 지상 3m 높이에 매달아놓고, 줄광대와 어릿광대, 삼현육각잡이가 어우러져 줄판(줄놀이판)을 벌인다.

면사로 만든 줄은 서양 줄타기에서 쓰이는 와이어 줄(쇠줄)과 달리 탄력이 뛰어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기예를 연출하는 데 제격이다. 줄광대는 줄판의 관장자로서 주로 줄 위에서 재담을 구사하며 노래와 춤을 곁들여 다양한 기예를 펼친다. 또한 어릿광대는 줄 아래서 사회자 역할을 맡아 줄광대와 재담을 주고받거나 익살을 부리며 분위기를 이끈다. 그리고 삼현육각잡이는 장구, 피리, 해금 등 삼현육각을 연주하며 추임새를 넣어 광대와 관객의 흥을 돋운다.

줄광대가 줄 위에서 놀며 펼치는 기예는 무려 40여 가지에 이른다. ‘줄 위에서 걷기’, ‘뒤로 걸어가기’, ‘한 발로 뛰기’, ‘걸터앉고 드러눕기’, ‘재주를 넘고 떨어지는 척해서 구경꾼들을 놀라게 하기’ 등 방법과 모양새가 매우 다양하다.

줄판이 절정에 가까워질수록 줄놀음은 신명을 더하고 기예의 난이도도 높아진다. 특히 후반부에 펼치는 ‘살판’(공중제비돌기)은 최고난이도의 묘기로, ‘잘하면 살 판이요, 못 하면 죽을 판’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줄광대의 이러한 기예는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사전에 짠 스토리에 따라 연행된다. 과거에는 ‘중놀이’, ‘왈짜놀이’ 등을 통해 위선을 풍자하거나 양반 등 상류층을 희화화하는 내용이 주로 줄판에 올랐다. 관객들은 줄광대의 아슬아슬한 기예에 가슴을 졸이다가, 줄광대가 과장되게 표현하는 양반 흉내와 재치 있는 재담에 웃음보를 터뜨리고 만다. 줄광대는 사회병리적인 현상이나 삶의 애환을 줄 위에서 기예와 재담, 그리고 몸짓과 노래로 해학적으로 풀어내 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웃음을 선사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줄타기는 연행자와 관객이 서로 소통해 완성되는 한 편의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네스코가 한국의 줄타기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료협조=유네스코한국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