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싸워온 27년.. 그래도 아쉬운 내 이름 '등대지기'
입력 2017.11.08. 03:36
[서울신문]“부산의 상징인 오륙도 등대가 81년 만에 무인화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얼어붙은 달그림자가 물결 위에 차고 한겨울의 거센 파도가 모이는 작은 섬에서 근무하는 부산 오륙도 등대지기 김흥수(49·6급)씨는 7일 부산시청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내년 말쯤 오륙도 등대를 부산 지역 등대 중 처음으로 무인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김씨는 오륙도의 마지막 등대지기로 역사에 남게 됐다.
김씨의 공식 직함은 부산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등대관리소장이다. 흔히 쓰이는 ‘등대지기’의 공식 명칭은 등대관리사다. 부산에는 오륙도, 영도, 가덕도에 각각 등대가 1개씩 있고, 등대 1개마다 2명씩 등대관리사가 있다. 김씨는 오륙도 등대의 등대관리사이자 부산 지역 등대관리사 6명을 대표하는 등대관리소장을 맡고 있다. 등대관리사는 등대 관리뿐 아니라 배를 타고 바다 위 무인 표지판을 관리하는 등 다른 업무도 맡고 있기 때문에 등대가 무인화하더라도 김씨가 일자리를 위협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 부산해양수산청은 더이상 등대지기를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김씨는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구경 간 주문진항에서 처음 바다에 우뚝 솟은 등대를 보고 막연한 동경심을 가졌다. 운명이었을까. 군 복무를 마친 그는 직업을 찾다 어릴 적 본 등대를 떠올렸다. 군산해운항만청에서 등대지기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응시, 합격해 1990년 격렬비열도 등대에서 등대지기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1993년 부산으로 전입, 지금까지 부산 앞바다에 불빛을 밝히고 있다.
김씨는 27년간 등대지기로 일하면서 태풍으로 생명의 위협을 여러 차례 겪었다. 2016년 차바 때는 오륙도 등대 높이에 버금가는 높이 53m의 초대형 파도가 3층 숙소를 덮치는 바람에 유리창이 깨지고 전기가 끊겨 밤새 공포에 떨었다. 당시 그는 철문을 달아 피해를 입지 않은 2층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버텼다고 한다. 2012년 덴빈과 볼라벤이 잇따라 상륙했을 때는 보름 동안이나 등대에 갇혀 있었다.
김씨는 “2명이 교대로 24시간 일하는 등대지기의 업무 특성상 집안 대소사를 챙기지 못한 것과 가족과 함께 평범한 일상생활을 누리지 못한 게 늘 아쉬웠다”고 말했다. 반면 오륙도에 서식하는 참매와 가마우지 떼 등 희귀 동식물을 볼 수 있는 것은 등대지기만의 특권이라고 했다. 침식, 풍화작용 등으로 갈수록 파손이 심해지는 오륙도를 위한 보존 방안이 시급하다는 말도 했다. 김씨는 “큰 파도가 칠 때는 섬이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지고 암석이 떨어져 나간다”며 수중방파제 설치 등 대책을 주문했다.
현재 전국을 통틀어 등대지기는 155명인데, 무인화 추세에 따라 이들도 머지않아 사라질 전망이다. 김씨는 “선배들의 손때가 묻은 등대가 정보기술의 발달로 무인 등대가 되고 마지막 근무자로 서 있다고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며 “오륙도의 마지막 등대지기라는 자부심과 함께 등댓불이 꺼지지 않는 한 천직인 등대지기로 영원히 남겠다”고 말했다. 등대를 지켰던 사람들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도 영원히 남을 것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오륙도 등 부산 20개 섬 제이름 찾았다
강의영 입력 2011.01.27. 11:03 수정 2011.01.27. 16:25오륙도 6개 섬..방패·솔·수리·송곳·굴·등대섬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원장 임성안)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던 오륙도의 개별 6개 섬을 포함한 부산 소재 20개 무인도의 명칭을 제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전남 광양의 '구봉화산'은 주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구봉산'으로 바꿨다.
지리정보원에 따르면 6개 섬으로 구성된 오륙도는 인접한 방패섬과 솔섬이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하나 혹은 두 개로 보인다고 해서 오륙도로 불리는 섬으로, 두 섬이 접한 부근의 높이는 거의 평균해수면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오륙도라는 이름은 1961년 제정됐지만, 개별 섬 6개는 우삭도, 방패섬, 흑석도, 솔섬, 밭섬, 등대섬 등 여럿으로 불리고 있어 혼란을 막고자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으로 확정했다.
또 공식 명칭이 없던 부산 소재 섬들도 나암, 아들섬, 오리섬, 고래섬, 나무섬, 백합등, 장자도, 범여섬, 망산도, 유주암 등의 이름이 부여됐다.
전남 광양 구봉산은 봉화를 올리던 산이라 해서 1961년 구봉화산으로 정했으나 초등학교 교가를 비롯해 주민 대부분 구봉산으로 통용해 지명을 변경했다.
이번 확정된 지명 21개는 28일 고시된다.
한편, 지명 제정과 변경은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도와 시·군·구에 설치된 지방지명위원회를 거쳐 국토부 국가지명위원회가 심의·의결해 확정한다.
지리정보원은 무인도서종합관리계획을 세워 2013년까지 전국 무인도 명칭을 제정하는 사업을 하고 있으며 이번 확정된 지명은 국가기본도 등에 즉시 반영하고 다른 행정기관에서도 사용하도록 홍보할 예정이다.
keykey@yna.co.kr
<관련 내용>
오륙도는 용호동 앞바다의 거센 물결 속에 솟아있는 6개의 바위섬으로, 육지에서 가까운 것부터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으로 나뉘어 진다.
오륙도는 12만년 전 까지는 육지에 이어진 하나의 작은 반도였으나,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거센 파도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육지에서 분리되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육지인 승두말과 방패섬·솔섬의 지질적 구성이 동일한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오륙도란 이름은 1740년에 편찬된 동래부지 산천조(東萊府誌 山川條)에 “오륙도는 절영도 동쪽에 있다. 봉우리와 뫼의 모양이 기이하고 바다 가운데 나란히 서 있으니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되어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 (五六島在絶影島東 峯巒奇古列之海中 自東視之則爲六峯 自西視之則爲五峯 故名之 以此)”라 기록된 바와 같이 보는 사람의 위치와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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