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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이야기

한국인의 식생활

한국의 음식

[출처] 48강: 한국의 음식|작성자 사연

박물관대학 제36기 특설강좌 2012.10.11 15:00~16:50

한국인의 식생활  정연식(서울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

 

역사에서 먹는 일처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두 가지 기본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 食色이 바로 그것이다. 즉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려는 식욕과 2세를 남기려는 성욕이다. 그래서 [맹자]에서도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로 食色之性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식욕과 성욕의 강도를 비교한다면, 물론 성욕은 사회적인, 법적 도덕적인 제약도 아주 많아서 그렇지만, 식욕에 비할 바가 못된다. 성욕은 오랫동안 참을 수 있지만, 식욕은 그렇지 않아서, 하루라도 채워지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욕망이다.

 

우리조상은 식탐민족?

먹는 게 그렇게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우리민족은 유달리 먹는 일에 올인했다. 우리말 속에 녹아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 "금강산도 식후경" 등 셀 수 없이 많다. 설화에서도 먹는 얘기가 아주 많다. 흥부전이 대표적이다.

 

사물의 이름도 마찬가지. 사실 철쭉이 진달래보다 훨씬 아름답지만, 전자는 단지 먹지 못한다는 이유로 '개꽃'이라 했고, 떡이나 술을 만들어 먹는 진달래는 '참꽃'으로 사랑받아 왔다.

 

맛이나 멋은 같은 의미에서 분기되었고, 먹을 수 있어야 아름답다는 얘기로, 한자의 羊도 사실은 美(양고기가 으뜸으로 맛있다)와 관련이 있어 같은 맥락이다. 빛 좋은 개살구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것이다.

 

또, 우리는 하루의 시간을 밥 먹을 때로 구분한다. 그래서 저녁밥을 먹는다고 하지 않고 통상 '저녁'을 먹는다고 한다. 이는 16세기 편찬된 [훈몽자회]에서도 보듯이 時를 '끼니(ㅄㄱ|니)'로 풀이했을 정도다. 우리말의 '때'라는 말과 '끼'라는 말은 원래 하나의 말에서 갈라져 나온, 어원이 같은 말이었다.

 

먹어도 너무 먹은 우리 조상

구한말 때 외국인 선교사가 찍은 사진이다.

과연 밥그릇이 머리보다 크다. 거기다가 오봉으로 담겨져 있다. 숫가락 역시 초대형. 국그릇 또한 초대형. 이것을 보면, 우리나라 옛날사람들이 맨날 허기진 삶을 살았다는 말은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지 않을까?

서양인들의 견문기를 읽어보면 한국인의 대식에 관해 지적한 대목이 많다. 샤를르 달레는 [조선교회사]에서 조선인의 가장 큰 성격의 결함을 식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래서 일찍부터 한국은 대식국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먹었을까?

李圭景(1788~?)은 [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성인 남자는 한 끼에 7홉, 성인 여자는 5홉, 소아 2홉을 먹는다고 했다. 이것은 지금의 도량형으로 환산하면, 각각 336g, 240g, 96g.. 지금의 어른 식사 한 끼가 128g이므로, 옛날 남자는 무려 세 배를 먹어치운 셈이다.

 

또 지금은 80kg을 한 가마로 하고 소비자들에게 파는 쌀은 대개 1/4가마 즉 20kg 포대로 소매하고 있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쌀 1말은 약 6리터이고 무게로는 4.8kg이므로, 예전에 통상 하루에 두 끼를 먹었으므로 결국 성인 남자가 한 달에 (지금의) 한 포대를 결단낸 것이다.

 

따라서 '허기진 조선'은 다시 생각해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