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남긴 선조들의 ‘인증샷’
중앙일보
입력 2023.08.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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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기자
국립전주박물관이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를 기념하는 특별전을 1일부터 10월 29일까지 연다. 사진은 전시품인 채용신의 ‘평생도’. [연합뉴스]
10폭 병풍의 중앙인 5폭에서도 가운데쯤. 경운궁(옛 덕수궁) 흥덕전에서 사모에 녹색 관복을 입은 화가가 붉은 용포 차림의 태조 이성계를 화폭에 담고 있다. 바로 옆에 면류관을 쓴 고종과 순종이 지켜보고 있다. 때는 1900년, 화가는 당시 50세의 채용신(1850~1941)이다. 1897년 아관파천을 끝낸 고종은 대한제국 황제로 즉위했고, 정통성 확립 차원에서 이성계 어진(御眞)을 경운궁 선원전에 봉안키로 했다.
당시 전주에서 화원으로 활동하던 채용신이 왕의 부름을 받았다. 평생 화업 가운데 가장 영광스러운 날이었을 테고, 그는 이 기억을 훗날 ‘평생도’라는 10폭 병풍으로 남겼다.
원래 18세기 말, 19세기 세도가들이 부와 영예가 자손 대대로 이어지길 바라면서 일생의 중요 순간들을 그리게 한 게 평생도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인증샷’을 남겼겠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인생 늘그막에 회고하며 주문 제작했다. 채용신의 평생도가 특이한 것은 화가가 직접 자신의 일생을 남겼다는 점이다. 혼례, 초임지 부임 등 인생의 10장면을 담은 이 그림엔 뛰어난 초상화가답게 간략하게 특징을 잡은 그 자신의 얼굴이 뚜렷하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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