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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이야기

부산의 천연기념물 7곳

[부산의 천연기념물 7곳] 역사가 흐른다, 도심이 즐겁다 



천연기념물 지정은 자연 보호의 최소한의 조치이다. 하지만 이미 심각한 자연 훼손이 벌어지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부산도 명지대교 건설,KTX 터널 공사,황령산 개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연은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되찾기 힘들다. 지금이라도 자녀의 손을 잡고 우리 곁의 천연기념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자연의 역사도 배우고 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 귀중한 시간도 될 게다.

 

1.범어사 등나무 군생지(제176호)

범어사 입구 매표소를 지나 왼편으로 발길을 돌렸다. 별천지다. 마치 이국의 원시림 같다. 이곳은 등나무 6천500여 그루가 집단 자생하는 곳. 세계적으로도 드물단다. 그래서 1966년 천연기념물 제 176호로 지정됐다.

등나무가 서로 엉켜서 기괴한 형태를 이룬다고 해서 일명 등운곡(藤雲谷).소나무 서어나무 굴참나무 느티나무 꼬리말발돌이 노각나무 등 280여종의 식물들이 모여 사는 희귀식물의 보고다. 한발 한발 안으로 들어서니 묘한 정취에 젖어든다.

나무를 끌어안고 돌아 올라가고,자기들끼리 꼬였다가 다른 나무로 건너뛰고, 딱 달라붙어 마치 뱀처럼 나무를 탄다. 이렇듯 얽히고 설켜 세월을 지켜왔다. 이곳에 길이 825m의 관찰로와 계곡을 잇는 다리 5곳,쉼터 4곳이 조성돼 있다. 5월에 꽃이 피면 주변이 노란 꽃송이로 터널을 이룬다.

 

 
2.낙동강하류 철새도래지(제179호)

사하구와 강서구 북구에 걸쳐 모두 3천800여만평 규모로 형성돼 있다. 해발 1m 이하의 평지와 물골이 미로처럼 생겨나 있고, 키 2~3m의 갈대숲과 시원스레 펼쳐진 모래톱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사철을 통해 백수십종의 철새와 나그네새,텃새들이 찾아들어 철새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해마다 10월~이듬해 3월 사이에는 백조(고니) 수백마리와 노랑부리저어새, 흑기러기 등 25종의 멸종위기종들이 찾아와 그야말로 진풍경을 자아낸다. 지역의 생물 지질 및 해양환경 등은 학술적 교육적 가치가 매우 높아 지난 1966년 7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중심부에 위치한 을숙도(93만여평)는 1987년 하구둑 건설로 양분돼 상단부의 경우 시민들의 놀이 및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1993년 부산시 한 간부가 국유지인 을숙도와 시유지에 들어선 시내 파출소 80여개소,운전면허시험장 3개소,임야 7만평 등을 토지등급 임의(?)조정을 통해 서로 맞바꿨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철새도래지인 하단부는 생태보호 구역. 하단부 입구에서 남쪽으로 2㎞가량 걸어가면 철새 관측소가 있다. 낙동강 하류 일대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사하구 다대동 다대5지구 몰운대 성당 앞에 가면 된다. 주말이나 휴일,가족과 함께 도보나 자전거로 을숙도 생태공원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자전거 대여료는 1시간 기준 어른 3천원,어린이 2천원. 가족용 자전거(5인용)는 1만5천원선.


3.구상반려암(제267호)

부산진구 전포동 동의과학대 미래관과 정보관 중간의 운동장 인근 황령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198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이 운동장의 관중석 펜스를 따라 산기슭으로 2,3분 들어가면,사방으로 둘러쳐져 있는 안전펜스 안에서 구상반려암을 찾을 수 있다. 큰 바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작은 바위들이 듬성듬성 띠를 이루고 있다. 그냥 바위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군데군데 둥근 문형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문형은 지름이 작게는 1㎝ 이하인 것부터 크게는 5~10㎝에 이른다. 색깔은 암록회색 또는 연한 회색이다. 꽃처럼 보이기도 하고 잘라진 곶감 절편 같기도 하다. 이것이 구상암이다. 공처럼 둥근 암석으로,대륙의 이동을 설명하는 지판구조론(地板構造論)의 이론 구성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한다. 특히 전포동 구상반려암은 둥근 공 모양의 구조가 확인되는 노두(露頭)의 면적이 0.14㎞에 달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단다. 이곳 노두는 꽃무늬가 선명한 암석(花紋岩)으로서 탐스럽고 아름다운 미관으로도 이름이 높다. 6천만년 전 형성된 이곳 노두는 사실 세월에 닳아 꽃무늬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하다. 사방에 깔린 바위를 구석구석 뒤져 꽃무늬를 찾아내는 재미가 적지 않다.

부산진구청 문화공보과(051-605-4061~6)로 연락하면 체험이나 견학을 할 수 있다.


4.부산진 배롱나무(제168호)

부산진구 양정동 동래 정씨 재실 안에 위치한 배롱나무 7그루. 재실 입구를 지나 화지공원을 따라 올라가면 동래 정씨 시조의 묘소 앞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동쪽의 나무는 4그루가 모여 있다. 고사된 줄기 안쪽으로 다른 줄기가 뻗어나와 있다. 헌것에서 새것을 피우는 자연의 힘이 놀랍기만 하다. 가슴높이에서 줄기둘레가 1m가량 되고 높이는 7m를 넘는 듯하다. 800여년 전 1그루를 심었다는데 원래 줄기는 죽고 그 주변에서 돋은 싹이 자라서 지금의 수형을 이뤘다고 한다. 원 줄기도 방부처리돼 현재 남아있다. 역사를 관통해 자신을 남긴 고목의 처연함이 느껴진다. 서쪽 나무는 3그루인데,동쪽 나무보다 키가 작다.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나무는 껍질마저 벗겨져 헐벗은 모습이나 자체에서 뻗어져 나오는 기품은 사대부 같다.

중국이 원산지인 배롱나무는 꽃이 피는 기간이 길어서 백일홍 또는 목백일홍이라고 불리고,7월에서 9월 사이 꽃을 피운다. 196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등산로를 타고 배롱나무에서 화지산 정상까지 가는 데는 20분 정도 걸리고,어린이 대공원까지 가려면 1시간 30분은 잡아야 한다. 주변의 경관이 아름답고 정묘사,화지연못,약수터 등이 있어 인근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족 나들이에도 안성맞춤이다.


5.수영 곰솔(제270호)

수영 곰솔은 수영구 수영동 수영사적공원에 위치해 있다. 수영성 남문 근처에 있는 곰솔은 400년이 넘는 거대한 나무로 줄기가 곧게 하늘로 뻗어있다. 높이가 27m에 달한다. 껍질무늬는 거북등처럼 갈라져 소나무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곰솔은 소나무과로 잎이 소나무보다 억세어 곰솔이라고 불리며,바닷가를 따라 자라기 때문에 해송 또는 흑송이라고도 한다. 이 노송에는 나무껍질이 썩어 터지면서 송진이 흘러나온 부분이 군데군데 보인다.

옛날 좌수영에서 군선을 제조할 당시 이 나무에는 목신이 들었을 뿐 아니라 나무로 만든 군선을 보호하고 통괄하는 것으로 믿어 군사들이 이 나무에 제사를 지내며 무사를 빌었단다.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이 나무를 군선을 통괄하는 군신목으로 부르고 있다.

수영성 남문도 모양이 독특하면서도 탁월하다. 큰 돌 11개가 아치를 이루고 있는데,돌 사이에 눈을 갖다대면 반대편이 보일 정도다. 돌에 접착제를 붙이거나 시멘트로 바르지 않았는 데도 17세기 처음 완성됐을 때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수영성 남문 앞에는 개 모양의 형상이 나란히 2개 세워져 있다. 박견(박犬)이라고 불리는데 다른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라고 수영민속보존협회는 설명했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6.수영 푸조나무(제311호)

곰솔이 있는 곳에서 서쪽으로 30m를 가다보면 수관이 넓은 푸조나무를 볼 수 있다. 나무 둥치의 울퉁불퉁한 혹이 기이한 모습을 띤다.

나무 가운데 요철이 심한 본줄기가 서있고 땅에서 1m 높이 정도에서 줄기가 갈라져 마치 두 그루의 나무가 꼬여있는 듯하다. 나무 윗부분의 끝이 땅과 인접해 나무 아래로 들어가려면 머리를 숙여야 하다. 15m의 큰 키를 자랑하는 푸조나무는 수관도 15m에 달하고 가지가 전체적으로 풍성하면서 땅을 향해 완만하게 퍼져있다. 전체적으로 위엄있는 모습이다.

푸조나무에서 40m 떨어진 수영고당(송씨 할머니당)에서는 음력 정월 보름마다 한 해의 무사 안녕을 비는 마을제사를 지낸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푸조나무는 일명 지신목이라고도 불린다. 할머니의 넋이 깃들어 있어 나무에서 떨어져도 다치는 일이 없다고 전해진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푸조나무에는 금줄이 끊이지 않고 있고,치성을 드리는 초들이 매일 아침마다 켜져 있다.

곰솔과 푸조나무가 위치한 수영사적공원에는 안용복 장군 사당,25의용단 사당과 수사선정비,좌수영 성지,수영성 남문 등도 위치해 있다. 중앙에는 운동장까지 마련돼 있고 가족 나들이뿐 아니라 유치원,초등학생 소풍,운동회 장소로도 알맞다.


7.구포 팽나무(제309호)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는 북구 구포1동 주택가에 파묻힌 형상을 하고 있어 찾기 어렵다. 덕천교차로에서 부산정보대 방향으로 5분쯤 가다 주택가 골목길로 좌회전해서 300m 정도 올라가야 한다.

팽나무는 지난 정월 대보름날 돌풍으로 인해 가지 2개가 부러져 바로 앞 소나무에 걸려있다.

인근에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배수에 문제가 생기고 생활 하수가 침투하면서 뿌리가 약해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특히 사방이 주택으로 가로막히면서 바람 소통이 제대로 안 돼 썩은 부위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고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썩은 뿌리 일부에 버섯들이 자라고 있고,가지도 일부 고사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팽나무는 여러 갈래로 쭉쭉 뻗은 가지와 줄기 아래 기이한 돌기가 나 있어 아직도 웅장함을 보여주고 있다.
수령이 5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포동 일대의 당산나무로 마을 주민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날에 제사를 올린다.



도움=김태환 부산시 문화재담당
글=송대성·김수진기자 kscii@busanilbo.com
사진=문진우프리랜서 moon-05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