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의 미래, 서부산에 길을 묻다 /송숙희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6-09-29 20:26:20
- / 본지 29면
사상구청장 송숙희
동부산과 서부산의 격차가 심각하게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의 일이다. 신시가지 개발과 함께 벡스코, 시립미술관 등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 복합시설들이 해운대에 들어선 것이 신호탄이었다. 센텀시티 개발, 불꽃축제, 부산국제영화제 이전 등을 정점으로 급격히 부산의 무게추가 동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특히 2005년 개최된 APEC 국제회의는 이 일대의 도시기반과 문화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으며, 이후에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동부산권은 이제 세계 유수의 도시들과 겨루어도 뒤지지 않는 해운대와 센텀지구의 화려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산업화 과정에서 부산의 궂은일을 도맡아 온 서부산권은 침체일로를 걸어왔다. 특히 시 외곽 산단조성이 본격화된 이후 공해·악취를 유발하는 영세한 공장만이 남겨진 서부산권은 회색도시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주거 문화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 동부산에 비해 뒤처져 버린 현실에 대한 서부산 주민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은 예상보다 골이 깊다.
필자는 시의원으로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기형적인 도시성장이 지역 불균형과 도심 공동화를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부산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왔다. 실제로 동서 격차가 심화된 이후 부산은 높은 실업률과 빠른 고령화로 도시 경쟁력이 약화돼 왔음을 시의회 5분 발언 등을 통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한 결과 '부산광역시 도시균형발전 지원에 관한 조례'의 제정을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당시 도시균형발전에 대한 부산시의 진단이 미흡했고 그 처방 또한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 등 원도심 도시재생에만 치중하여 서부산의 변화를 이루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최근 민선6기 서병수 시장 취임에 이르러 서부산권에는 큰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선거 캠프에서부터 서부산 개발을 최우선 공약으로 선정해 의지를 보여왔던 서병수 시장은 취임 2년차인 지난 연말 '서부산 글로벌시티 그랜드플랜'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서부산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10년 넘게 서부산권 발전을 주창해온 필자로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개무량함을 느낀다.
2030년까지 총 50개 사업에 65조 원을 투입하는 '서부산 글로벌시티 그랜드 플랜'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사상스마트시티 조성, 에코델타시티를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벨트 구축, 서부산권 광역 교통망 확충, 서부산행정복합타운 등 앵커시설 건립 등 핵심사업들을 통해 서부산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부산권 주민들 역시 그동안 각종 개발계획에서 소외되어 왔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정주환경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로 환영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소요재원의 조달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런던의 템즈 강, 파리의 세느 강 등 세계적인 대도시들이 큰 강을 중심으로 발달해 온데 반해 우리는 낙동강을 축으로 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성과 함께 생태와 문화가 어우러진 수변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나가야 한다. 아울러, 동부산의 개발 모델을 답습하기 보다는 공업지역 첨단화, 연구개발 특성화 단지 조성, 원도심 재생 등 지역 역량을 극대화하는 사업을 특화하는 한편 의료 교육 등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거점형 프로젝트도 병행되어야 사람과 자본이 스스로 모여드는 지역 경쟁력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 서부산권 역내 지역 편중 우려 또한 선제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다. 서부산 개발사업이 명지국제신도시, 에코델타시티 등 특정지역에 편중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북·사상·사하구 주민들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곪아가는 서부산권 전체의 문제를 외면하고 당장 개발이 용이한 지역에 무리하게 사업을 몰아 넣을 경우 강동권 도심 공동화와 함께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서부산권의 재탄생은 이제 첫 걸음마를 시작한데 불과하다. 단순히 낙후된 서부산을 배려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도시발전의 균형과 효율성을 되찾아야 한다. 점점 꺼져가고 있는 부산의 성장동력에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서부산 외에 대안이 없다는 마음이 절실하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만 우리 모두의 염원대로 세계 30위권 도시 부산,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선도하는 명실상부한 낙동강 시대의 개막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다.
사상구청장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60930.22029202530
'부산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대 부산극장사-활동사진상설관 시대 이전의 극장들 (1903년? -1913?) (0) | 2016.10.14 |
---|---|
2100년 부산 인구 전국 6위, 경북·인천에도 뒤져 (0) | 2016.10.14 |
신병주의 규장각 다시 읽기 <12> 임진전란도 (0) | 2016.10.04 |
<기업 돌아오는 부산> ① 옛말이 된 산업용지난 (0) | 2016.09.11 |
조선통신사 역사관 (0) | 2016.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