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가 뽕잎 따는…친잠례(親蠶禮)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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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02 09:3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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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죽은 이를 위한 명절, 한식(寒食)
죽은 이를 위한 명절 한식(寒食) 글/ 하중호(컬럼니스트, 국립목포대학교 초빙교수) 경칩(驚蟄)과 춘분(春分)을 지나 음력 이·삼월이 되면 동장군이 물러가고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서서히 녹아들기 시작한다. 춘분이 지나면 본격 봄인 청명(淸明)과 한식(寒食)이다. 봄은 곡식을 파종하는 시기며 겨울동안의 움츠림을 풀어헤치는 계절이다. 예부터 한식은 우리나라 5대 명절(설, 한식, 단오, 한가위, 동지)에 속하며 전 해의 동지로부터 105일이 되는 날이다. 대개 약력 4월 5~6일이 되기 때문에 보통 식목일과 겹치고 어느 해나 청명 안팎에 드는 관계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왔다. 불을 끈 조상숭배의 날 우리나라에서 한식이 언제부터 명절로 여겼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고려 전기에 한식이 명절의 하나였고, 조선시대에도 중요명절로 지켜졌다. 한식에는 금화(禁火)와 개화(改火)가 행해졌으며, 세종 13년에 한식 사흘 동안 불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명령이 내려진 적이 있다. 매년 임금은 내병조(內兵曹)에서 바친 버드나무를 마찰하여 일으킨 새 불을 궁중의 관청과 대신 집에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상 숭배였다. 왕실에서는 종묘 제향을 지냈고, 민간에서는 절사(節祀)라 하여 산소로 올라가 성묘를 했는데, 한식과 추석에 가장 성하였다. 이렇듯 한식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중요한 명절이었으나,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하였다. 특히 불의 사용금지나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조상 숭배와 관련한 여러 행사들은 이어지고 있다. 한식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전해져 온다. 하나는 개자추전(介子推傳)에서 유래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대 종교적 의례에서 전래되었다는 설로 그 내용이 상이하다. 改火 의례에서 유래했다는 설 하나는 중국의 춘추시대 진(晉)나라 문공(文公)의 부왕이 계모 왕비를 얻었는데 소생으로 왕자 2명이 있었다. 계모가 왕위계승관계로 문공을 죽이려하자, 이를 눈치 챈 충신 개자추(介子推)가 문공을 구해 19년을 숨어 키웠다. 계모의 아들 2명이 왕위를 계승했으나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죽어 문공이 왕위를 계승케 되었다. 왕이 된 문공이 개자추에게 벼슬을 주려하나 적당한 재능이 없어 고심하자, 개자추가 왕의 심려를 덜어주기 위하여 깊은 면산(綿山)에 들어가 숨어 살았다. 왕이 안타까워 나오기를 권유하나 거절하므로 산에 불을 질러 나오도록 하라고 명했지만, 개자추는 끝내 나오지 않고 노모를 끌어안고 죽은 시체가 되어있었다. 이에 사람들이 그를 애도하여 찬밥을 먹는 풍속이 생겼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고대의 개화(改火) 의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원시사회에서는 모든 사물이 생명을 가지며, 생명이란 오래되면 소멸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갱생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불의 경우도 오래된 불은 생명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 오래 사용한 불을 끄고 새 불을 만들어 사용하는 개화의례를 주기적으로 거행했는데, 한식이란 구화(舊火)의 소멸과 신화(新火) 점화까지의 과도기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개자추의 죽음은 구화를 끄면서 제물을 태우는 관습을 반영한 설화로 추정되며, 고대 종교적 의미로 매년 봄에 나라에서 새 불(新火)을 만들어 쓸 때 일정 기간 구화(舊火)를 금한 예속(禮俗)에서 유래된 것으로 개화의례와 관련 짓는 후자의 설이 더 유력하다. 산자들이 모여 조상님 추모 우리나라는 많은 명절 중 설, 한식, 한가위를 3대 명절로 치나, 설이 한 해의 시작으로 희망을 나누며 축복하는 날로 ‘살아있는 자의 명절’이라면, 한식에는 손상된 묘를 수축하고 산소를 돌보는 사초(莎草, 떼입히기)와 계절음식을 차려 절사(節祀=茶禮)를 드리니 한식은 가히 ‘죽은 자를 위한 명절’인 셈이다. 이렇듯 한식의 풍속이 유지된 데에는 한식이 식목일과 겹치고, 식목일이 공휴일인 점도 크게 기여했다. 요즘은 식목일이 휴일이 아니며 산소를 찾는 택일도 어려울 수 있으나, 한식 전후로 참석자가 편한 날을 정하면 될 것이다. 산자의 생신은 당일에 축하를 못할 형편일 때 날짜를 당겨서 하는 관행은 생신날을 그냥 스치기가 민망하여 인정상 앞 날로 하는 것뿐이며 무슨 규정에 의한 것이 아니다. 한식에 조상의 절사(節祀)라는 측면도 중요하나, 일 년 열두 달 얼굴도 보기 힘든 형제나 친인척이 이런 날에라도 서로 모여 같은 조상을 추모하고 한마음으로 산역(山役)을 거들 수 있다면 산자의 축복이 아니겠는가. 차례 후에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하다보면 그 동안 몰랐던 집안 대소사를 알고, 케케묵은 감정을 털어내게도 되어 오해를 풀며 마주보고 웃을 수도 있을 게다. 이처럼 제사는 죽은 자가 추모라는 이름으로 산자들을 소집하고, 소통과 화해의 장을 만들어 주는 사랑의 선물이다. 한식은 건조기로 산불이 일어나기가 쉬운 때이므로 금화와 찬 음식의 전통도 지키면서, 죽은 자의 명절 ‘한식’을 자손들이 아름답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 주면 돌아가신 조상들도 흐뭇해할 것이다. 이기적 삶에 뿔뿔이 매몰되어 가는 요즘 핵가족시대에 이러한 미풍이 일정부분 기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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