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사상인디스테이션 CATs (컨테이너 아트 터미널)
2013-07-13 [07:49:15] | 수정시간: 2013-07-15 [07:57:24] | 1면
▲ 사상인디스테이션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한다. 기하학적이고 실험적인 모습이 돋보이는 앞모습. 강원태 기자 wkang@ |
부산 사상구 괘법동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으로 가 보자. 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과 환승되고, 중서부 경남권을 오가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곳이다. 버스 정류장도 바로 옆에 있고, 경전철 사상역은 김해공항으로 향하는 주요 환승역이기도 하다. 지하철 경전철 시내버스 시외버스 비행기가 모두 교차하는 곳, 하루 4만 명의 이 일대 유동인구는 이런 입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말 그대로 '통(通)'하는 곳이다.
부산 최초의 컨테이너 문화공간 '사상인디스테이션 CATs(컨테이너 아트 터미널)'가 경전철 사상역 아래에 떡하니 자리 잡은 것은 대풍수도 울고 갈 천혜의 입지다. 마음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것이 문화라면 이보다 더 적합한 자리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유동인구 하루 4만 명 천혜의 입지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 아래
'컨' 27개로 만든 복합문화공간
공연·전시·연극 등 청년문화 산실
다문화커뮤니티 공간 역할까지
그뿐인가? 사상 신평 장림 녹산 미음 지사 등 서부산권 산업단지에다 부산을 둘러싼 김해 양산의 공단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주말이면 괘법동 일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르네시떼 이마트 홈플러스 애플아울렛 등 풍부한 기존 상권에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나라의 상품을 구할 수 있는 상점들도 속속 들어서 부산지역 이주민들의 쇼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문화가 '통'하는 곳, 역시 여기다.
컨테이너를 3층으로 쌓아 놓은 친근한 옆모습. 마침 경전철과 여객기가 교차하는 모습도 보인다. 강원태 기자 wkang@ |
지난 11일 현장을 찾아보니 컨테이너의 생명력은 놀라웠다. H빔으로 탄탄하게 기둥을 받치고 모두 27개의 컨테이너를 사용해 공연과 전시가 주로 이뤄지는 '소란동', 회의·사무공간인 '도란동'을 완성했다. 경전철 사상역 선로 아래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비보이들의 춤과 인디밴드들의 공연, 영화 상영, 연극, 야외공연장과 전시장, 레지던시 작업공간까지, 연면적 1천21㎡의 내부 공간은 한 뼘도 버릴 것 없이 거의 모든 기능을 소화할 수 있도록 꽉 들어차 있다. 물론 음향 조명도 다양한 공연이 가능하도록 구비돼 있다. 특히 도란동 1층은 다문화 요충지인 사상의 특성을 반영해 다문화카페 '무지개'로 꾸며졌다. 이주민들이 편히 와서 책도 읽고 차를 마시며 얘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CATs는 지난해 6월부터 딱 1년 동안 공사비 17억 원과 기타 비용까지 모두 20억 원을 들였다.
'부산 밴드 최강전'을 준비하고 있는 소란동 내부 공연장 모습. 강원태 기자 |
부산시는 강동권 창조도시 사업의 첫 사업으로 CATs를 의욕적으로 추진했고, 앞으로 5년 동안 부산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한다. 부산시로부터 다문화 중심지구로 지정된 사상구도 CATs를 거점으로 문화의 허파를 키워 가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멋있어도 컨테이너는 태생적으로 포장용기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들과 문화가 이 컨테이너에 생명을 불어넣어 줄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
문화재단은 CATs의 운영방향을 청년문화의 산실이자 다문화커뮤니티 공간, 거기다 공연·전시 장소를 찾지 못해 허덕이는 지역 문화예술 동아리들의 해방구로 만들어 주겠다는 계획이다. 매달 2~3회 '불금(불타는 금요일) 파티'도 벌이고, 다문화 사업인 '다섯 손가락' 사업 거점으로도 활용된다. 다음 달에는 국제 록페스티벌 참가팀들의 연계 공연, '힙합과 놀아 봐-부산 춤추게 하다' 기획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연령층이 두루 관심을 가질 만한 공연도 빠뜨리지 않을 생각이다.
허장수 문화재단 콘텐츠팀장은 "올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CATs 이용 시민들에게 무료로 대관할 생각"이라며 "누구든지 언제나 와서 마음껏 문화예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운영방침이므로 근처에 오는 시민들은 꼭 한번씩 들러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ATs는 이름 그대로 터미널이다. 교통, 사람, 문화, 지자체와 문화기관이 교차하는 중심에 서 있다. 수출입 화물 포장용기로 50여 년 전 처음 등장한 컨테이너는 1960년대 이후 규격화된 화물 운송의 표준단위로 자리 잡았다. 운송·하역 시간과 경비 절감으로 세계의 수출입 물동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세계 무역혁명이 컨테이너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역혁명은 도시와 노동, 기업의 관행까지 바꿔놓았다.
이제 CATs가 서부산, 나아가 부산 전체에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선사하는 '혁명의 총아'가 되는 일은 CATs의 속을 채우는 시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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