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학유'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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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은 이른 봄이니 입춘 우수 절기로다 / 산속 깊은 골짜기에 눈과 얼음 남았으나 평야 마을 넓은 들은 풍경이 바뀌도다 / 어와! 우리 임금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겨 농사에 힘쓰라는 / 간절한 교서를 온 나라에 널리 펴니 슬프다! 농부들아 아무리 모른다 해도 / 네 몸을 돌본다고 임금 뜻을 어길소냐 / 논 밭을 서로 나눠 있는 힘 다하리라 / 일년 풍흉은 미리 알지 못하여도 / 있는 정성을 다하면 하늘 재앙 벗어나니 / 제 각각 노력하여 게으름 부리지 말라 일년 농사는 봄에 달렸으니 모든 일 미리 하라 / 봄에 만일 때 놓치면 한 해 농사 망치니 / 농기구 정비하고 일할 소도 보살피고 / 재거름 재워 놓고 한 쪽으로 실어 내어 / 보리밭에 오줌 주기 작년보다 힘써 해라 / 늙은이 힘이 부쳐 힘든 일 못하여도 / 낮에는 이엉 엮고 밤에는 새끼 꼬아 / 때맞게 집 이으면 큰 근심 덜리로다 / 과일 나무 버곳 깎고 가지 사이 돌 끼우기 / 초하루 새벽에 시험 삼아 하여 보자 / 며느리 잊지 말고 좋은 술 밑 하여라 / 온갖 꽃이 피어 나면 꽃밭에서 취하여 보자 / 정월 보름달 보고 가뭄 장마 안다 하니 / 늙은 농부 경험으로 대강은 짐작한다 새해 세배함은 인정많고 좋은 풍속이니 / 새 옷 차려 입고 친척 이웃 서로 찾아 /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삼삼오오 다닐 적에 / 와삭 버석 울긋불긋 옷 차림이 화려하다 / 사내아이 연 날리기 계집아이 널뛰기요 / 윷놀이 내기 하니 소년들 놀이로다 / 사당에 세배 하니 떡국에 술 과일이구나 / 움파와 미나리를 무엄에 곁들이면 / 보기에 싱싱하여 오신채가 부러우랴 / 보름날 먹는 약밥 신라에서 온 것이다 / 묵은 산나물 삶아 내니 고기맛에 비길소냐 / 귀 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름 삭히는 생밤이라 / 먼저 불러 더위 팔기 달맞이 횃불 놓기 / 내려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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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은 한 봄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 초 엿샛날 좀생이로 풍흉을 안다 하며 / 스무날 날씨 보아 대강은 짐작하니 / 반갑다 봄바람이 변함 없이 문을 여니 / 말랐던 풀 뿌리는 힘차게 싹이 트고 /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 맷비둘기 소리나니 버들빛 새로와라 / 보습 쟁기 차려 놓고 봄갈이 하여 보자 / 기름진 밭 가리어서 봄보리 많이 심고 / 목화밭 되갈아 두고 제때를 기다리소 / 담배 모종과 잇꽃 심기 이를수록 좋으리라 / 뒷동산 나무 다듬으니 이익도 되는구나 / 첫째는 과일나무요 둘째는 뽕나무라 / 뿌리를 다치지 말고 비오는 날 심으리라 / 솔가지 찍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 담장도 손을 보고 개천도 쳐 올리소 / 안팎에 쌓인 검불 말끔히 쓸어 내어 /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을 보태려니 / 온갖 가축 못다 기르나 소 말 닭 개 기르리라 / 씨암탉 두세 마리 알 안겨 깨어 보자 /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 달래김치 냉잇국은 입맛을 돋구나니 / 본초강목 참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 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 낱낱이 적어 놓고 때 맞추어 캐어 두소 / 촌 집에 거리낌 없이 값진 약 쓰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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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늦봄이니 청명 곡우 절기로다 / 봄날이 따뜻해져 만물이 생동하니 온갖 꽃 피어 나고 새소리 갖가지라 / 대청 앞 쌍 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꽃밭에 범나비는 분주히 날고 기니 / 벌레도 때를 만나 즐거워함이 사랑홉다 한식날 성묘하니 백양나무 새 잎 난다 / 우로에 느껴 슬퍼함을 술 과일로 펴오리라 / 농부의 힘드는 일 가래질 첫째로다 / 점심밥 잘 차려 때 맞추어 배 불리소 / 일꾼의 집안식구 따라와 같이 먹세 / 농촌의 두터운 인심 곡식을 아낄소냐 /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 한편에 모판하고 그 나머지 삶이 하니 / 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 약한 싹 세워낼 때 어린아이 보호하듯 / 농사 가운데 논농사를 아무렇게나 못하리라 / 개울가 밭에 기장 조요 산 밭에 콩 팥이로다 / 들깨모종 일찍 뿌리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좋은 씨 가리어서 품종을 바꾸시오 / 보리밭 갈아 놓고 못논을 만들어 두소 들 농사 하는 틈에 채소 농사 아니할까 / 울 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 심고 / 담 근처에 동과 심어 막대 세워 올려 보세 / 무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 하나하나 나누어서 빈 땅 없이 심어 놓고 /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막아 / 닭 개를 막아 주면 자연히 잘 자라리 / 오이 밭은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 시골집 여름 반찬 이 밖에 또 있는가 / 뽕 눈을 살펴보니 누에 날 때 되었구나 / 어와 부녀들아 누에 치기에 온 힘 쏟으소 / 잠실을 깨끗이 하고 모든 도구 준비하니 / 다래끼 칼 도마며 채광주리 달발이라 / 각별히 조심하여 내음새 없이 하소 / 한식 앞뒤 삼사 일에 과일나무 접하나니 / 단행 이행 울릉도며 문배 참배 능금 사과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차접이 잘 사느니 / 청다래 정릉매는 늙은 그루터기에 접을 붙여 / 농사를 마친 뒤에 분에 올려 들여놓고 / 눈 바람 추운 날씨 봄빛을 홀로보니 / 실용은 아니지만 고고한 취미로다 / 집집이 요긴한 일 장 담그기 행사로세 /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 /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나물 캐오리라 /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 어아리를 / 일부는 엮어 달고 일부는 묻혀 먹세 / 떨어진 꽃잎 쓸고 앉아 병술로 즐길 적에 / 아내가 준비한 일품 안주가 이뿐이라
좋은 씨 가리어서 품종을 바꾸시오 / 보리밭 갈아 놓고 못논을 만들어 두소 들 농사 하는 틈에 채소 농사 아니할까 / 울 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 심고 / 담 근처에 동과 심어 막대 세워 올려 보세 / 무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 하나하나 나누어서 빈 땅 없이 심어 놓고 /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막아 / 닭 개를 막아 주면 자연히 잘 자라리 / 오이 밭은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 시골집 여름 반찬 이 밖에 또 있는가 / 뽕 눈을 살펴보니 누에 날 때 되었구나 / 어와 부녀들아 누에 치기에 온 힘 쏟으소 / 잠실을 깨끗이 하고 모든 도구 준비하니 / 다래끼 칼 도마며 채광주리 달발이라 / 각별히 조심하여 내음새 없이 하소 / 한식 앞뒤 삼사 일에 과일나무 접하나니 / 단행 이행 울릉도며 문배 참배 능금 사과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차접이 잘 사느니 / 청다래 정릉매는 늙은 그루터기에 접을 붙여 / 농사를 마친 뒤에 분에 올려 들여놓고 / 눈 바람 추운 날씨 봄빛을 홀로보니 / 실용은 아니지만 고고한 취미로다 / 집집이 요긴한 일 장 담그기 행사로세 /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 /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나물 캐오리라 /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 어아리를 / 일부는 엮어 달고 일부는 묻혀 먹세 / 떨어진 꽃잎 쓸고 앉아 병술로 즐길 적에 / 아내가 준비한 일품 안주가 이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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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이라 한여름이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 비 온 끝에 볕이나니 날씨도 좋구나 /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 /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치기 바쁘구나 / 남녀노소 일이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 /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 면화를 많이 하소 방적의 근본이라 / 수수 동부 녹두 참깨 사이심기 적게 하소 / 갈대 꺾어 거름할 때 풀 베어 섞어 하소 / 무논을 써을이고 이른 모 내어 보세 / 양식이 모자라니 환곡 타 보태리라
한 잠 자고 일어난 누에 하루도 열두 밥을 / 밤낮을 쉬지 말고 부지런히 먹이리라 / 뽕 따는 아이들아 뒷 날을 생각하여 / 오랜 가지 찍어 내고 햇잎은 두고 따소 / 찔레꽃 만발하니 적은 가뭄 없을소냐 / 이 때를 이용하여 나 할 일 생각하소 / 도랑 쳐 물길 내고 새는 지붕 손질하여 / 장마를 방비하면 훗날 근심 더 없나니 / 봄에 매는 필무명도 이 때에 널어 말리고 / 베 모시 형편대로 여름옷 지어 두소 / 벌통에 새끼 나니 새 통에 받으리라 / 천만이 하나같이 여왕을 받들으니 / 꿀 먹기도 하려니와 군신 도리 깨닫도다
석탄일에 등 달기는 산촌에 바쁜 일 아니나 / 느티떡 콩찌니는 제 때에 별미로다 / 앞 내에 물이 주니 고기잡이 하여 보세 / 해 길고 바람 자니 오늘 놀기 좋겠구나 / 맑은 시내 모래밭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 찔레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 가는 그물 둘러치고 은빛 큰 고기 후려 내어 / 너럭 바위에 노구솥 걸고 솟구쳐 끓여 내니 / 아무리 산해진미라도 이 맛과 바꿀소냐
한 잠 자고 일어난 누에 하루도 열두 밥을 / 밤낮을 쉬지 말고 부지런히 먹이리라 / 뽕 따는 아이들아 뒷 날을 생각하여 / 오랜 가지 찍어 내고 햇잎은 두고 따소 / 찔레꽃 만발하니 적은 가뭄 없을소냐 / 이 때를 이용하여 나 할 일 생각하소 / 도랑 쳐 물길 내고 새는 지붕 손질하여 / 장마를 방비하면 훗날 근심 더 없나니 / 봄에 매는 필무명도 이 때에 널어 말리고 / 베 모시 형편대로 여름옷 지어 두소 / 벌통에 새끼 나니 새 통에 받으리라 / 천만이 하나같이 여왕을 받들으니 / 꿀 먹기도 하려니와 군신 도리 깨닫도다
석탄일에 등 달기는 산촌에 바쁜 일 아니나 / 느티떡 콩찌니는 제 때에 별미로다 / 앞 내에 물이 주니 고기잡이 하여 보세 / 해 길고 바람 자니 오늘 놀기 좋겠구나 / 맑은 시내 모래밭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 찔레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 가는 그물 둘러치고 은빛 큰 고기 후려 내어 / 너럭 바위에 노구솥 걸고 솟구쳐 끓여 내니 / 아무리 산해진미라도 이 맛과 바꿀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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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라 한여름되니 망종 하지 절기로다 / 남쪽 바람 때 맞추어 보리 추수 재촉하니 / 보리밭 누른 빛이 밤사이 나겠구나 / 문앞에 터를 닦고 보리 타작 하오리라 / 드는 낫 베어다가 한 단 두 단 헤쳐 놓고 / 도리깨 마주 서서 흥을 내어 두드리니 / 불고 쓴 듯하던 집안 갑자기 벅적인다 / 가마니에 남는 곡식 이제 곧 바닥이더니 / 중간에 이 곡식으로 입에 풀칠 하겠구나 / 이 곡식 아니라면 여름 농사 어찌할까 / 천심을 생각하니 은혜도 끝이 없다 / 목동은 놀지 말고 농우를 보살펴라 / 뜨물에 꼴 먹이고 이슬 풀 자로 뜯겨 / 그루갈이 모 심기 제 힘을 빌리리라 / 보릿짚 말리우고 솔가지 많이 쌓아 / 땔나무 준비하여 장마 걱정 없이 하소
누에 치기 마칠때에 사나이 힘을 빌어 / 누에섶도 하려니와 고치나무 장만하소 / 고치를 따오리라 맑은 날 가리어서 / 발 위에 엷게 널고 뙤약 볕에 말리우니 / 쌀고치 무리고치 누른고치 흰 고치를 하나하나 나누어서 / 조금은 씨로 두고 그 나머지 켜오리라 / 자애를 차려 두고 왕채에 올려 내니 눈 같은 실오라기 / 사랑스런 자애소리 금슬을 고르는 듯 / 여자들 공을 들여 이 재미 보는구나 / 오월 오일 단오날에 빛깔이 산뜻하다 / 오이밭에 첫물 따니 이슬이 젖었으며 /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 볕에 눈부시다 / 목 맺힌 영계소리 연습삼아 자주 운다 / 시골 아녀자들아 그네는 뛴다 해도 / 청홍 치마 창포 비녀 좋은 시절 허송 마라 / 노는 틈틈이 할 일이 약쑥이나 베어 두소
하느님 느그러워 뭉게뭉게 구름 지어 / 때 미쳐 오는 비를 뉘 능히 막을소냐 / 처음에 부슬부슬 먼지를 적신 뒤에 / 밤 되어 오는 소리 주룩주룩 하는 구나 / 관솔불 둘러앉아 내일 일 마련할 때 / 뒷 논은 뉘 심으고 앞밭은 뉘가 갈꼬 / 도롱이 접사리며 삿갓은 몇 벌인고 / 모찌기 자네 하고 논삶이 내가 함세 / 들깻모 담뱃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 / 가짓모 고춧모는 아기딸이 하려니와/ 맨드라미 봉숭아로 너무 즐거워 하지 마라 / 아기 어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하소 / 보리밥 찬국에 고추장 상치쌈을 / 식구들 헤아리니 넉넉히 준비하소 / 새참 때 문을 나서니 개울에 물 넘는다 / 농부가로 답을 하니 격양가 아니런가
누에 치기 마칠때에 사나이 힘을 빌어 / 누에섶도 하려니와 고치나무 장만하소 / 고치를 따오리라 맑은 날 가리어서 / 발 위에 엷게 널고 뙤약 볕에 말리우니 / 쌀고치 무리고치 누른고치 흰 고치를 하나하나 나누어서 / 조금은 씨로 두고 그 나머지 켜오리라 / 자애를 차려 두고 왕채에 올려 내니 눈 같은 실오라기 / 사랑스런 자애소리 금슬을 고르는 듯 / 여자들 공을 들여 이 재미 보는구나 / 오월 오일 단오날에 빛깔이 산뜻하다 / 오이밭에 첫물 따니 이슬이 젖었으며 /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 볕에 눈부시다 / 목 맺힌 영계소리 연습삼아 자주 운다 / 시골 아녀자들아 그네는 뛴다 해도 / 청홍 치마 창포 비녀 좋은 시절 허송 마라 / 노는 틈틈이 할 일이 약쑥이나 베어 두소
하느님 느그러워 뭉게뭉게 구름 지어 / 때 미쳐 오는 비를 뉘 능히 막을소냐 / 처음에 부슬부슬 먼지를 적신 뒤에 / 밤 되어 오는 소리 주룩주룩 하는 구나 / 관솔불 둘러앉아 내일 일 마련할 때 / 뒷 논은 뉘 심으고 앞밭은 뉘가 갈꼬 / 도롱이 접사리며 삿갓은 몇 벌인고 / 모찌기 자네 하고 논삶이 내가 함세 / 들깻모 담뱃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 / 가짓모 고춧모는 아기딸이 하려니와/ 맨드라미 봉숭아로 너무 즐거워 하지 마라 / 아기 어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하소 / 보리밥 찬국에 고추장 상치쌈을 / 식구들 헤아리니 넉넉히 준비하소 / 새참 때 문을 나서니 개울에 물 넘는다 / 농부가로 답을 하니 격양가 아니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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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라 늦여름 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 큰 비도 때로 오고 더위도 극심하다 / 초록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 평지 위에 물 고이니 참개구리 소리 난다 / 봄보리 밀 귀리를 차례로 베어 내고 / 늦은 콩 팥 조 기장을 베기 전에 심어 놓아 / 땅힘을 쉬지 말고 알뜰히 이용하소 /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 뿐이로다 / 논 밭을 번갈아 삼사차 돌려 맬 때 / 그 가운데 목화 밭은 더욱 힘을 써야 하니 / 틈틈이 나물밭도 김매 주고 잘 가꾸소 /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틈 없이 /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히고 맥 빠진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을 자리 정한 뒤에 /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 단술 먼저 먹세 /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채운 뒤에 / 맑은 바람 배부르니 낮잠이 맛 있구나 /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 오조 이삭 푸른 콩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 일로 보아 짐작하면 양식 걱정 오랠소냐 / 해진 뒤 돌아올 때 노래 끝에 웃음이라 / 자욱한 저녁 때는 산촌에 잠겨 있고 / 달빛은 아스라이 발길을 비추누나 / 늙은이 하는 일 아주 없다 하겠느냐 / 아침 일찍 오이 따기 뙤약 볕에 보리 널기 / 그늘에서 누역 만들기 창문 앞에 줄 꼬기라 / 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피고 / 북쪽 바람 잠이 드니 좋은 세월이로구나 / 잠 깨어 바라보니 급한 비 지나가고 / 먼 나무에 쓰르라미 해지기를 재촉한다
할머니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못 되지만 / 묵은 솜 들고 앉아 알뜰히 피어 내니 / 장마 때의 심심풀이 낮잠 자기 잊었도다 / 삼복은 속절이요 유두는 좋은 날이라 /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갈아 국수하여 / 사당에 올린 다음 모두 모여 즐겨 보세 / 아녀자 헤피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 누룩을 만들어라 유두 누룩 치느니라 / 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 옥수수 새 맛으로 일 없는 사람 먹어 보소 / 장독을 살펴보아 제 맛을 잃지 마소 /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대로 떠내어라 / 비 오면 꼭 덮고 아가리를 깨끗이 하고 / 이웃 마을 힘을 모아 삼 구덩이 파보세 / 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쪄 벗기리라 / 고운 삼 길쌈하고 굵은 삼 밧줄 꼬고 / 촌집에 중요하기는 곡식에 버금가네 / 산 밭 메밀 먼저 갈고 갯가 밭 나중 가소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을 자리 정한 뒤에 /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 단술 먼저 먹세 /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채운 뒤에 / 맑은 바람 배부르니 낮잠이 맛 있구나 /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 오조 이삭 푸른 콩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 일로 보아 짐작하면 양식 걱정 오랠소냐 / 해진 뒤 돌아올 때 노래 끝에 웃음이라 / 자욱한 저녁 때는 산촌에 잠겨 있고 / 달빛은 아스라이 발길을 비추누나 / 늙은이 하는 일 아주 없다 하겠느냐 / 아침 일찍 오이 따기 뙤약 볕에 보리 널기 / 그늘에서 누역 만들기 창문 앞에 줄 꼬기라 / 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피고 / 북쪽 바람 잠이 드니 좋은 세월이로구나 / 잠 깨어 바라보니 급한 비 지나가고 / 먼 나무에 쓰르라미 해지기를 재촉한다
할머니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못 되지만 / 묵은 솜 들고 앉아 알뜰히 피어 내니 / 장마 때의 심심풀이 낮잠 자기 잊었도다 / 삼복은 속절이요 유두는 좋은 날이라 /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갈아 국수하여 / 사당에 올린 다음 모두 모여 즐겨 보세 / 아녀자 헤피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 누룩을 만들어라 유두 누룩 치느니라 / 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 옥수수 새 맛으로 일 없는 사람 먹어 보소 / 장독을 살펴보아 제 맛을 잃지 마소 /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대로 떠내어라 / 비 오면 꼭 덮고 아가리를 깨끗이 하고 / 이웃 마을 힘을 모아 삼 구덩이 파보세 / 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쪄 벗기리라 / 고운 삼 길쌈하고 굵은 삼 밧줄 꼬고 / 촌집에 중요하기는 곡식에 버금가네 / 산 밭 메밀 먼저 갈고 갯가 밭 나중 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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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이라 한여름 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 화성은 서쪽으로 가고 미성은 하늘 복판이라 / 늦더위 있다 해도 계절을 속일소냐 / 빗줄기 가늘어지고 바람도 다르구나 / 가지 위의 저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하는가 / 칠석에 견우 직녀 흘린 눈물 비가 되어 / 섞인 비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 때 / 눈섭 같은 초승달은 서쪽 하늘에 걸리고 / 슬프다 농부들아 우리 일 다해 가네 / 얼마나 남았으며 어떻게 되어 갈까 / 마음을 놓지 마소 아직도 멀고 멀다
꼴 거두어 김매기 벼 포기에 피 고르기 / 낫 갈아 두렁 깎기 선산에 벌초하기 / 거름을 많이 베어 더미 지어 모아 놓고 / 이른 논에 새 보기와 이른 밭은 허수아비 / 밭가에 길도 닦고 덮힌 흙도 쳐올리소 / 기름지고 연한 밭에 거름하고 깊게 갈아 / 김장할 무 배추 남 먼저 심어 놓고 / 가시 울 미리 막아 잃지 않게 하여 두소 / 부녀들도 생각 있어 앞일을 헤아리고 / 베짱이 우는 소리 자네를 위함이라 / 저 소리 깨쳐 듣고 정신을 가다듬어 / 장마를 겪었으니 집안을 돌아보아
곡식도 바람 쐬고 옷가지 말리시오 / 명주 조각 어서 뭉쳐 춥기 전에 짜아 내고 / 늙으신 어른 기운 빠져 환절기를 조심하고 / 가을이 가까우니 입는 옷 살피시오 / 빨래하여 바래고 풀 먹여 다듬을 때 / 달빛 다듬이 소리 소리마다 바쁜 마음 / 부녀자 힘들지만 한편으론 재미있다 / 채소 과일 흔할 때에 뒷날을 생각하여 / 박 호박 얇게 썰어 말리고 오이 가지 짜게 절여 / 겨울에 먹어 보소 귀한 반찬 또 있을까 / 면화밭 자주 살펴 일찍 익은 목화 피었는가 / 가꾸기도 하려니와 거두기도 달렸느니
꼴 거두어 김매기 벼 포기에 피 고르기 / 낫 갈아 두렁 깎기 선산에 벌초하기 / 거름을 많이 베어 더미 지어 모아 놓고 / 이른 논에 새 보기와 이른 밭은 허수아비 / 밭가에 길도 닦고 덮힌 흙도 쳐올리소 / 기름지고 연한 밭에 거름하고 깊게 갈아 / 김장할 무 배추 남 먼저 심어 놓고 / 가시 울 미리 막아 잃지 않게 하여 두소 / 부녀들도 생각 있어 앞일을 헤아리고 / 베짱이 우는 소리 자네를 위함이라 / 저 소리 깨쳐 듣고 정신을 가다듬어 / 장마를 겪었으니 집안을 돌아보아
곡식도 바람 쐬고 옷가지 말리시오 / 명주 조각 어서 뭉쳐 춥기 전에 짜아 내고 / 늙으신 어른 기운 빠져 환절기를 조심하고 / 가을이 가까우니 입는 옷 살피시오 / 빨래하여 바래고 풀 먹여 다듬을 때 / 달빛 다듬이 소리 소리마다 바쁜 마음 / 부녀자 힘들지만 한편으론 재미있다 / 채소 과일 흔할 때에 뒷날을 생각하여 / 박 호박 얇게 썰어 말리고 오이 가지 짜게 절여 / 겨울에 먹어 보소 귀한 반찬 또 있을까 / 면화밭 자주 살펴 일찍 익은 목화 피었는가 / 가꾸기도 하려니와 거두기도 달렸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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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이라 한 가을이니 백로 추분 절기로다 / 북두성 자루 돌아 서쪽하늘 가리키니 / 서늘한 아침 저녁 가을이 완연하다 / 귀뚜라미 맑은 소리 벽 사이에 들리는구나 /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 백곡은 열매 맺고 만물 결실 재촉하니 / 들 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보람 나타난다 / 백곡은 이삭 패고 무르익어 고개 숙이니 / 서쪽 바람에 익는 빛이 누런 구름 일어난다 / 백설 같은 면화송이 산호 같은 고추송이 /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 볕 명랑하다 / 안팎 마당 닦아 놓고 발채 망태기 장만하고
면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 콩 가지요 / 나무꾼 돌아올 때 머루 다래 산 과일이로다 / 뒷동산 밤 대추는 아이들 차지구나 / 아름 모아 말리어서 철 대면 쓰게 하소 / 명주를 끓어 내어 가을 햇볕에 널어 말리고 / 쪽 들이고 잇 들이니 울긋불긋 하는구나 / 부모님 나이 드시니 수의를 준비하고 / 나머지는 말려 놓고 자녀의 혼수하세 / 집 위의 익은 박은 긴요한 그릇이라 / 대싸리 비를 매어 마당질에 쓰오리라 / 참깨 들깨 거둔 뒤에 중오려 타작하고 / 담배 녹두 팔아다가 필요한 돈 마련하자 / 장 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 북어쾌 젓조기로 추석 명절 쇠어 보세
새 술 오려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 성묘를 하고 나서 이웃끼리 나눠 먹세 / 며느리 말미 받아 친정집 다녀갈 때 / 개 잡아 삶아 내고 떡상자와 술병이라 / 초록 장옷 반물치마 차려 입고 다시 보니 / 여름 동안 지친 얼굴 회복이 되었느냐 / 가을 하늘 밝은 달에 마음놓고 놀고 오소 / 올 할일 다 못하여 내년 계획 짜봅시다 / 밀대 베어 더운 갈이 밀과 보리 심어 보세 / 끝끝이 못 익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가소 / 사람 힘만 그러할까 계절도 그러하니 / 조금도 쉴 틈 없이 마치면 시작이라
면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 콩 가지요 / 나무꾼 돌아올 때 머루 다래 산 과일이로다 / 뒷동산 밤 대추는 아이들 차지구나 / 아름 모아 말리어서 철 대면 쓰게 하소 / 명주를 끓어 내어 가을 햇볕에 널어 말리고 / 쪽 들이고 잇 들이니 울긋불긋 하는구나 / 부모님 나이 드시니 수의를 준비하고 / 나머지는 말려 놓고 자녀의 혼수하세 / 집 위의 익은 박은 긴요한 그릇이라 / 대싸리 비를 매어 마당질에 쓰오리라 / 참깨 들깨 거둔 뒤에 중오려 타작하고 / 담배 녹두 팔아다가 필요한 돈 마련하자 / 장 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 북어쾌 젓조기로 추석 명절 쇠어 보세
새 술 오려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 성묘를 하고 나서 이웃끼리 나눠 먹세 / 며느리 말미 받아 친정집 다녀갈 때 / 개 잡아 삶아 내고 떡상자와 술병이라 / 초록 장옷 반물치마 차려 입고 다시 보니 / 여름 동안 지친 얼굴 회복이 되었느냐 / 가을 하늘 밝은 달에 마음놓고 놀고 오소 / 올 할일 다 못하여 내년 계획 짜봅시다 / 밀대 베어 더운 갈이 밀과 보리 심어 보세 / 끝끝이 못 익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가소 / 사람 힘만 그러할까 계절도 그러하니 / 조금도 쉴 틈 없이 마치면 시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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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라 늦가을이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느냐 / 창공에 우는 소리 찬 이슬 재촉한다 / 온 산 단풍은 연지를 물들이고 / 울 밑 노란 국화 가을 빛깔 뽐낸다 / 구구절 좋은 날 꽃부침개로 제사 지내세 / 절기를 따라가며 조상 은혜 잊지 마소 / 보기는 좋지만은 추수가 더 급하다 / 들마당 집마당에 개상에 탯돌이라 / 습한 논은 베어 깔고 마른 논은 메 두드려 / 오늘은 점근벼요 내일은 사발벼라 / 밀따리 대추벼와 동트기 경상벼라
들에는 조 피 더미 집 근처 콩 팥 가리 / 벼 타작 마친 뒤에 틈 나면 두드리세 / 비단차조 이부꾸리 매눈이콩 황부대를 / 이삭으로 먼저 잘라 종자로 따로 두소 / 젊은이는 태질이요 계집 사람 낫질이라 / 아이는 소 몰고 늙은이는 섬 싸매기 / 이웃집 힘을 합쳐 제 일하듯 하는 것이 / 뒷목 줍기 짚 널기와 마당 끝에 키질하기 / 한쪽에서 면화 트니 씨아 소리 요란하다 / 틀 차려 기름짜기 이웃끼리 합력하세 / 동유도 하려니와 음식도 맛이 나네
밤에는 방아 찧어 밥살을 장만할 때 / 찬서리 긴긴 밤에 우는 아기 돌아볼까 타작 점심 차려 내니 닭국 배갈 없을소냐 / 새우젓 계란찌게 벌어지게 차려 놓고 / 배춧국 무 나물에 고춧잎 장아찌라 / 큰 가마로 지은 밥이 태반이나 모자란다 / 추수하여 흔할 때에 나그네도 대접하니 / 한동네 이웃하여 한들에 농사하니 / 수고도 나눠 하고 없는 것도 서로 도와 / 이 때를 만났으니 즐기기도 같이 하세 / 아무리 바쁘지만 일하는 소 보살펴라 / 조피대에 살을 찌워 제 공을 갚을지라
들에는 조 피 더미 집 근처 콩 팥 가리 / 벼 타작 마친 뒤에 틈 나면 두드리세 / 비단차조 이부꾸리 매눈이콩 황부대를 / 이삭으로 먼저 잘라 종자로 따로 두소 / 젊은이는 태질이요 계집 사람 낫질이라 / 아이는 소 몰고 늙은이는 섬 싸매기 / 이웃집 힘을 합쳐 제 일하듯 하는 것이 / 뒷목 줍기 짚 널기와 마당 끝에 키질하기 / 한쪽에서 면화 트니 씨아 소리 요란하다 / 틀 차려 기름짜기 이웃끼리 합력하세 / 동유도 하려니와 음식도 맛이 나네
밤에는 방아 찧어 밥살을 장만할 때 / 찬서리 긴긴 밤에 우는 아기 돌아볼까 타작 점심 차려 내니 닭국 배갈 없을소냐 / 새우젓 계란찌게 벌어지게 차려 놓고 / 배춧국 무 나물에 고춧잎 장아찌라 / 큰 가마로 지은 밥이 태반이나 모자란다 / 추수하여 흔할 때에 나그네도 대접하니 / 한동네 이웃하여 한들에 농사하니 / 수고도 나눠 하고 없는 것도 서로 도와 / 이 때를 만났으니 즐기기도 같이 하세 / 아무리 바쁘지만 일하는 소 보살펴라 / 조피대에 살을 찌워 제 공을 갚을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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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은 초겨울이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끝났구나 / 남의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먼저 하세 /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 맞게 하소 /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조기 김치 장아찌라 / 독 옆에 중두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 양지에 움막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 장다리 무 아람 한 말 수월찮게 간수하소 / 방고래 청소하고 바람벽 매흙 바르기 / 창호도 발라 놓고 쥐 구멍도 막으리라 / 수숫대로 울타리 치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 깍짓동 묶어 세우고 땔나무 쌓아 두소 / 우리 집 부녀들아 겨울옷 지었느냐 / 술 빚고 떡하여라 강신날 가까웠다 / 꿀 꺾어 단자하고 메밀 찧어 국수 하소 / 소 잡고 돼지 잡으니 음식이 널렸구나
들 마당에 치일치고 동네 사람 모여 앉아 /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따로 하소 / 풍물패 불러오니 광대가 줄무지라 / 북 치고 피리 부니 솜씨가 제법이구나 / 이풍헌 김첨지는 잔소리 끝에 취해 쓰러지고 / 최권농 강약정은 체괄이 춤을 춘다 / 잔 들어 올릴 때에 동장님 높이 앉아 /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 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 뉘 덕인가 / 하늘 은혜 그지없고 임금 은혜 끝이 없다 / 다행히 풍년 만나 굶주림을 벗어났구나 / 향약은 아니라도 마을 규약 없을소냐 / 효제 충신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 마소
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 자식을 길러 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온갖 고생 길러 내어 결혼을 시켰는데 / 제 혼자만 생각하여 부모 봉양 잊을소냐 / 기운이 없어지면 바라느니 젊은이라 / 옷 음식 잠자리를 정성껏 살펴 드려 / 어쩌다가 병 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 섭섭한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때에 / 삐죽거려 대답 말고 좋은 얼굴 하여 보소 / 들어온 지어미는 남편의 행동 보아 / 그대로 따라 하니 보는 데 조심하소 /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눴으니 /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 간격 없이 합치고 네 것 내 것 따지지 마소 / 남남끼리 모인 동서 틈나서 하는 말을 /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따르리니
몸가짐에 먼저 할 일 공손함이 첫째이니 / 내 부모만 공경하고 남의 어른 다를소냐 / 말씀을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 하물며 위아래 도리 높낮음이 분명하다 / 내 도리 다하면 잘못 짓지 않으리니 / 임금의 백성되어 은덕으로 살아가니 / 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 갚아야 될 환곡이 그 무엇 많다 할꼬 / 기한 전에 바쳐야 사람 구실 한 것이라 / 하물며 전답 세금 토지따라 나눠 내니 / 생산량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 되나니 / 그러나 굶주리면 재해로 줄여 주니 / 이런 일 잘 알면 세금 내기 거부할까
한 동네 몇 집에 여러 성씨 모여 사니 / 서로 믿지 아니하면 화목할 수 없으니 / 결혼을 서로 돕고 장례를 보살피며 / 어려울 때 도와 주고 필요할 때 꾸어 주어 / 나보다 잘 사는 이 욕심 내어 시비 말고 / 그중에도 외로운 이 특별히 구휼하소 / 정해진 자기 복 억지로 못 바꾸니 / 자네들 분수 알고 내 말을 잊지 마소 / 이대로 살아가면 딴 생각 아니 나리 / 주색잡기 하는 사람 처음부터 그랬을까 / 우연히 잘 못 들어 한 번 하고 두 번 하면 /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 줄 모르나니 / 자네들 조심하여 적은 허물 짓지 마소
들 마당에 치일치고 동네 사람 모여 앉아 /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따로 하소 / 풍물패 불러오니 광대가 줄무지라 / 북 치고 피리 부니 솜씨가 제법이구나 / 이풍헌 김첨지는 잔소리 끝에 취해 쓰러지고 / 최권농 강약정은 체괄이 춤을 춘다 / 잔 들어 올릴 때에 동장님 높이 앉아 /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 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 뉘 덕인가 / 하늘 은혜 그지없고 임금 은혜 끝이 없다 / 다행히 풍년 만나 굶주림을 벗어났구나 / 향약은 아니라도 마을 규약 없을소냐 / 효제 충신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 마소
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 자식을 길러 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온갖 고생 길러 내어 결혼을 시켰는데 / 제 혼자만 생각하여 부모 봉양 잊을소냐 / 기운이 없어지면 바라느니 젊은이라 / 옷 음식 잠자리를 정성껏 살펴 드려 / 어쩌다가 병 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 섭섭한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때에 / 삐죽거려 대답 말고 좋은 얼굴 하여 보소 / 들어온 지어미는 남편의 행동 보아 / 그대로 따라 하니 보는 데 조심하소 /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눴으니 /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 간격 없이 합치고 네 것 내 것 따지지 마소 / 남남끼리 모인 동서 틈나서 하는 말을 /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따르리니
몸가짐에 먼저 할 일 공손함이 첫째이니 / 내 부모만 공경하고 남의 어른 다를소냐 / 말씀을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 하물며 위아래 도리 높낮음이 분명하다 / 내 도리 다하면 잘못 짓지 않으리니 / 임금의 백성되어 은덕으로 살아가니 / 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 갚아야 될 환곡이 그 무엇 많다 할꼬 / 기한 전에 바쳐야 사람 구실 한 것이라 / 하물며 전답 세금 토지따라 나눠 내니 / 생산량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 되나니 / 그러나 굶주리면 재해로 줄여 주니 / 이런 일 잘 알면 세금 내기 거부할까
한 동네 몇 집에 여러 성씨 모여 사니 / 서로 믿지 아니하면 화목할 수 없으니 / 결혼을 서로 돕고 장례를 보살피며 / 어려울 때 도와 주고 필요할 때 꾸어 주어 / 나보다 잘 사는 이 욕심 내어 시비 말고 / 그중에도 외로운 이 특별히 구휼하소 / 정해진 자기 복 억지로 못 바꾸니 / 자네들 분수 알고 내 말을 잊지 마소 / 이대로 살아가면 딴 생각 아니 나리 / 주색잡기 하는 사람 처음부터 그랬을까 / 우연히 잘 못 들어 한 번 하고 두 번 하면 /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 줄 모르나니 / 자네들 조심하여 적은 허물 짓지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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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은 한겨울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 가을에 거둔 곡식 얼마나 되었던가 / 몇 섬은 환곡 갚고 몇 섬은 세금 내고 / 얼마는 제사 지내고 얼마는 씨앗 하고 / 도지도 되어 내고 품값도 갚으리 / 꾼 돈 꾼 벼를 낱낱이 갚고 나니 / 많은 듯하던 것이 남은 것 거의 없다 / 그러한들 어찌할꼬 양식이나 아껴 보자 / 콩기름 우거지로 죽이라도 다행이다 / 여자들아 네 할일이 메주 쓸 일 남았구나 /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 동지는 좋은 날이라 양(陽)이 생기기 시작하는구나 / 특별히 팥죽 쑤어 이웃과 즐기리라 / 새 달력 널리 펴니 내년 절기 어떠한가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기 지리하다 / 공채 사채 다 갚으니 관리 면임 아니 온다 / 사립문 닫았으니 초가집이 한가하다 / 짧은 해 저녁되니 자연히 틈 없나니 / 등잔불 긴긴 밤에 길쌈을 힘써 하소 /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고 잣고 짜네 / 자란 아이 글 배우고 어린아이 노는 소리 / 여러 소리 재잘거림이 집안이 재미구나 / 늙은이 일 없으니 돗자리나 매어 보세 / 외양간 살펴보아 여물을 가끔 주소 / 짚 넣어 만든 두엄 자주 쳐야 모이나니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기 지리하다 / 공채 사채 다 갚으니 관리 면임 아니 온다 / 사립문 닫았으니 초가집이 한가하다 / 짧은 해 저녁되니 자연히 틈 없나니 / 등잔불 긴긴 밤에 길쌈을 힘써 하소 /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고 잣고 짜네 / 자란 아이 글 배우고 어린아이 노는 소리 / 여러 소리 재잘거림이 집안이 재미구나 / 늙은이 일 없으니 돗자리나 매어 보세 / 외양간 살펴보아 여물을 가끔 주소 / 짚 넣어 만든 두엄 자주 쳐야 모이나니
십이월은 늦겨울이라 소한 대한 절기로다 / 눈 덮힌 산봉우리 해 저문 빛이로다 / 새해 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가 / 집안 여인들은 새 옷을 장만하고 / 무명 명주 끊어 내어 온갖 색깔 들여 내니 / 짙은 빨강 보라 엷은 노랑 파랑 짙은 초록 옥색이라 / 한편으로 다듬으며 한편으로 지어 내니 / 상자에도 가득하고 횃대에도 걸었도다 /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장만 하오리라 / 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 설날 고기는 계에서 나오고 북어는 장에 가서 / 납평일에 덫을 묻어 잡은 꿩 몇 마린가 / 아이들 그물 쳐서 참새도 지져 먹세 / 깨 강정 콩 강정에 곶감 대추 생밤이라 / 술동이에 술 들이니 돌 틈에 샘물 소리 / 앞뒷집 떡 치는 소리 예서 제서 들리네 / 새 등잔 세발 심지 불을 켜고 새울 때에 / 윗방 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떠들썩하다 /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 세배 하는구나
어와 내 말 듣소 농업이 어떠한고 / 일 년 내내 힘들지만 그 가운데 즐거움 있네 / 위로 나라를 받들고 아래로 부모를 봉양하니 / 형제 처자 혼인 장례 먹고 쓰고 하는 것을 / 농사 짓지 아니하면 돈 감당 누가할까 / 예로부터 이른 말이 농업이 근본이라 / 배 부려 일을 삼고 말 부려 장사하기 / 전당 잡고 돈 꿔주기 장날에 이자 놓기 / 술장사 떡장사며 주막차리고 가게 보기 / 아직은 잘살지만 한 번을 실수하면 / 거지 빚쟁이 살던 곳 남은 자취도 없다
농사는 믿는 것이 내 몸에 달렸느니 / 계절도 가고 오고 농사도 풍흉 있어 홍수 가뭄 바람 우박 없기야 하랴마는 / 열심히 힘을 쏟아 온 가족이 한마음 되면 / 아무리 흉년이라도 굶어 죽지 않으리니 / 내 고향 내가 지키고 떠날 뜻 두지 마소 / 하늘은 너그러워 화를 냄도 잠깐이로다 / 자네도 헤아려 십 년을 내다보면 / 칠분은 풍년이요 삼분은 흉년이라 / 갖가지 생각 말고 농업에 오로지 하소 / 하소정 빈풍시를 성인이 지었는데 / 이 뜻을 본받아서 대강을 기록하니 / 이 글을 자세히 보아 힘쓰기를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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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와 내 말 듣소 농업이 어떠한고 / 일 년 내내 힘들지만 그 가운데 즐거움 있네 / 위로 나라를 받들고 아래로 부모를 봉양하니 / 형제 처자 혼인 장례 먹고 쓰고 하는 것을 / 농사 짓지 아니하면 돈 감당 누가할까 / 예로부터 이른 말이 농업이 근본이라 / 배 부려 일을 삼고 말 부려 장사하기 / 전당 잡고 돈 꿔주기 장날에 이자 놓기 / 술장사 떡장사며 주막차리고 가게 보기 / 아직은 잘살지만 한 번을 실수하면 / 거지 빚쟁이 살던 곳 남은 자취도 없다
농사는 믿는 것이 내 몸에 달렸느니 / 계절도 가고 오고 농사도 풍흉 있어 홍수 가뭄 바람 우박 없기야 하랴마는 / 열심히 힘을 쏟아 온 가족이 한마음 되면 / 아무리 흉년이라도 굶어 죽지 않으리니 / 내 고향 내가 지키고 떠날 뜻 두지 마소 / 하늘은 너그러워 화를 냄도 잠깐이로다 / 자네도 헤아려 십 년을 내다보면 / 칠분은 풍년이요 삼분은 흉년이라 / 갖가지 생각 말고 농업에 오로지 하소 / 하소정 빈풍시를 성인이 지었는데 / 이 뜻을 본받아서 대강을 기록하니 / 이 글을 자세히 보아 힘쓰기를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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