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추억 들어올리기' 하루 몇 차례나 볼 수 있을까?
2013-08-19 [10:52:23] | 수정시간: 2013-08-19 [14:21:10]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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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가 지난달 25일 개최한 영도다리 도개교 시운전 행사에서 길이 31.3m, 무게 590t인 도개교 부분이 서서히 들어올려지고 있다. 부산일보 DB |
1957년 고(故) 박재홍 선생이 영도다리에 담긴 애환을 노래한 '영도다리 비가(悲歌)'의 가사 일부다.
우리나라 최초의 도개식 연륙교인 영도다리를 두고 한 말이기 때문이다. 당시 영도다리는 동양 최대이자 국내 유일의 도개식 교량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4차로→6차로 너비 넓혀
복원 끝내고 11월 재개통
현인노래비 재설치하고
옛 부속품 전시관도 준비
도개 횟수·시간 관심 집중
부산시, 최종 결정 고심
배가 드나드는 시간에 맞춰 하루 7번씩 들어올려지던 '부산의 명물'을 구경하려고 전국에서 길손들이 다리를 찾았다. 1934년 11월 23일 영도다리가 개통되던 날에는 전국에서 6만 여 명이 몰렸다. 부산 인구가 15만 여 명이던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인파였다.
6년 간의 복원을 마친 영도다리가 오는 11월 23일 새롭게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개통된 지 80년 가까이 된 영도다리는 그동안 근대사의 질곡을 몸소 겪었다.
영도다리를 짓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였던 1932년 4월 20일. 일본은 남항과 영도를 연결하는 동시에 큰 배들의 통행에도 무리가 없는 도개교를 만들었다. 조선업이 발달한 영도를 대륙침탈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서였다.
총 길이 215m 가운데 중구 방향 일부구간(31.3m)을 도개교로 지었다. 상판은 80도까지 들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6·25 전란기에 다리는 피난민들이 헤어진 가족들을 찾는 재회의 장소였다. 1950년대 불려진 '굳세어라 금순아', '추억의 영도다리'같은 대중가요부터 1965년 개봉된 영화 '눈물의 영도다리'까지 다리를 노래한 수많은 작품들이 실향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영도구청은 지난 2003년 다리 초입에 '굳세어라 금순아'를 부른 가수 현인의 노래비를 세워 이를 기념하기도 했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역할을 해오던 도개교도 1966년을 끝으로 기능을 다하게 된다. 다리를 들어올릴 때마다 일대 교통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배가 지나가고 올려진 다리가 다시 내려지기까지 평균 20분이 소요됐다. 영도구의 상수도관 매설에도 다리의 도개 기능이 지장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1966년 9월 1일 다리는 고정됐고 더이상 들어올려지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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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들어올린 옛 영도다리 모습. 부산일보 DB |
세월의 풍상에 빛 바랜 영도다리의 앞길은 여전히 순탄치 않았다.
2000년대 들어 노후화된 다리를 철거하고 현대식으로 재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영도주민들은 추억의 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바탕 진통을 겪은 끝에 부산시는 2006년 11월 영도다리를 시 지정문화재로 고시해 보존키로 했다.
이어 2007년 7월부터 민간시행사인 롯데가 기부체납 조건으로 사업비 1천억 원을 들여 복원 공사에 들어갔다.
기존 4차로였던 다리(총 길이 215m·너비 18.3m)에서 너비만 7m 늘린 6차로로 복원했다. 다리 높이도 기존 6.8m에서 8m로 약간 높아졌다. 안정적인 도개를 위해 75도까지 다리가 올려지게끔 설계했다.
그외 다리 경관은 그대로 보존했다. 다리 석조등 일부를 보수했고, 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량 좌우 각각 14개의 가로등을 복원했다.
부산시는 이후 준공 시점에 맞춰 노래비를 재설치하고, 사용할 수 없는 자재들은 전시관을 만들어 보존키로 했다. 이르면 10월 초 전시기념관 위치가 확정될 예정이다.
오는 11월 개통식을 앞두고 영도구청은 내달 중순 주민대표와 학계 등 각 전문가들이 모여 영도다리를 관광상품화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심포지움을 열 계획이다. 투어코스를 개발하고 문화 이벤트도 구성키로 했다.
최대 관심은 영도다리의 도개 횟수와 시간. 기술적으로 들어올리는 데 2분, 내리는 데 2분 걸린다. 하지만 다리를 든 뒤 이를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총 도개 시간이 정해진다. 그리고 교통에 미치는 영향과 관광 활성화 등을 고려해 도개 횟수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부산시 도로계획과 김성규 씨는 "다리의 관광상품화에 도개 기능이 가장 큰 의미를 갖는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 개통식 전까지 주변 교통량을 조사하고 별도의 용역을 수립해 최적화된 도개 횟수를 결정할 방침이고, 특별한 날에는 비정기적으로 도개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아 기자 srdfi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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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부산 중구청에서 열린 '영도대교 도개기능 복원 설명회'에는 한국근현대사의 상징으로 47년 만에 복원되는 영도대교에 대한 높은 관심 반영하듯 주민 200여명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영도대교는 다리 상판 일부를 들어올려 다리 아래로 큰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한 국내 유일의 도개교이자 국내 최초의 연륙교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영도대교를 하루에 몇 번 들어올리는가'에 관심이 집중됐다.
1934년 영도대교가 지어질 당시 폭 25.3m의 육중한 다리를 1분 30초 동안 하늘 높이 들어 올리는 장면을 보기위해 부산인구 3분에 1에 해당하는 5만 명이 몰려드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설명회를 진행한 롯데건설 박경호 소장은 "다리를 자주 들어올려 교통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관광상품화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최적의 횟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구 1호 명예 구민이면서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정창식 동의대 교수는 "관광상품화를 위해 하루 3번 정도 도개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또 1년에 한두 번씩 최대의 각도로 다리를 들어 올려 행사를 열자"고 제안했다.
부산시는 현재 하루 1회 도개하면서 특별한 기념일에만 몇 차례 더 도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실한 결과는 용역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설명회에는 또 현재 영도구와 중구 사이에서 입지문제를 놓고 대립 중인 '영도대교 전시관'이 당연히 중구에 속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주장도 쏟아졌다.
김명진씨는 "영도대교의 두 부분 중 다리를 들어 올리는 쪽이 중구에 속하고 도개시설도 이곳에 있는 만큼 영도대교 전시관을 중구에 건설하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주경업씨도 "영도대교는 근대화의 상징인 만큼 전시관이 다른 근대화의 상징물인 자갈치 시장과 광복동 원도심 등과 연계하는 중구에 들어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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