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낙동강 이야기

낙동강 하구 철새 울음 소리 커졌다

 

낙동강 하구 철새 울음 소리 커졌다


 

권상국 기자 icon다른기사보기

2012-12-31 [10:27:34] | 수정시간: 2013-01-02 [08:11:43] | 8면

 

▲ 지난 29일 부산 사하구 을숙도 남단 갯벌에서 큰고니(일명 백조·천연기념물 201호)들이 무리를 지어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먹이로 뿌려 준 생 고구마를 먹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지난 28일 을숙도 철새공원.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2㎞ 남짓 떨어진 남단 탐조대는 겨울 진객의 울음소리로 가득하다. 이번 세밑에도 부산을 잊지않고 찾아온 '귀하신 몸'인 천연기념물 201호 큰고니 무리가 탐조대 앞에 진을 치고 있다.

400마리도 넘는 큰고니 무리가 검은 갯벌 위로 함박눈처럼 내려 앉았다. 어미와 달리 잿빛 깃털을 채 벗지 못한 새끼 고니도 찬바람에 아랑곳하지 않고 갈대를 헤치며 먹이를 찾는다. 에코센터가 제공하는 채 썬 고구마는 수천㎞를 날아오느라 지친 이들에겐 훌륭한 선물이다.

인공서식지에 적응 환경 안정
4대강 사업 영향 하류로 이동
2003년보다 배 늘어 18만 마리로


이번 세밑에는 유난히 7마리씩 일가를 이뤄 부산을 찾은 큰고니가 많아 에코센터가 반색하고 있다. 큰고니는 매년 3~5개의 알을 낳지만 몽골에서 출발해 낙동강 하구까지 날아오는 동안 40% 이상 낙오한다. 온전히 한 가족을 이뤄 부산까지 도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게 에코센터 측의 설명. 에코센터 이원호 연구사는 "큰고니는 전 세계적으로 17만 마리밖에 없는 귀한 새지만 매년 낙동강 하구에 3천 마리 이상이 찾아와 오히려 부산에서는 귀한 줄을 모른다"고 말했다.

1987년 하구둑이 완공된 이후 큰 폭으로 줄었던 낙동강 하구 조류 개체 수가 2000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발전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조사 1차년도(2003년 3월~2004년 2월) 9만4천481마리에 불과했던 조류 개체 수는 9차년도(2011~2012년)에는 18만1천575마리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하구둑 공사 이후 대마등 일대에 설치한 인공 서식지에 조류가 적응을 시작하면서 서식 환경이 안정화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남 저수지우포늪으로 발길을 돌렸던 새들이 다시 낙동강 하구를 찾고 있는 것. 갯벌뿐이던 을숙도에 수목이 늘면서 오리 뿐만 아니라 박새와 딱새 등 새로운 조류 종이 유입된 것도 한 원인이다.


흥미로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야생 서식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반사이익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한 4대강 사업으로 중·상류에서 청둥오리 등 수변성오리가 대거 하구로 서식지를 옮기면서 개체 수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좁은 수로를 선호하는 이들이 준설 공사로 사라진 갈대 수풀을 찾아 하구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2010년 175종을 기점으로 전체 종 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비오리 등 잠수성오리와 가마우지 등 일부 종은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 대책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낙동강하구에코센터(http://wetland.busan.go.kr·051-209-2000)는 조류 개체 수와 더불어 탐방객 역시 늘면서 2013년부터 생태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기존 12개 프로그램에 12개 프로그램을 추가해 총 24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에코센터 이용주 센터장은 "겨울방학 동안은 주로 생태공예 등 제작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학생들이 직접 야생동물의 심박수를 체크해보는 야생동물 진료체험 등은 시범 운영에서 순식간에 정원이 마감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출처: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