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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이야기

고려 상형청자象形靑磁,무한한 아름다움에 담긴 이야기

박물관이야기 - 전시

고려 상형청자象形靑磁,

무한한 아름다움에 담긴 이야기

글. 서유리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2024.11.26.~20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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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별전은 고려시대 상형청자象形靑磁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이다. 상형청자는 인물, 동물, 식물 등의 형상을 본떠 만든 청자를 말하며, 특히 고려 상형청자는 아름다운 비색翡色 유약과 빼어난 조형성으로 이 시기 공예의 높은 기술적 성취와 독자적 미감을 보여주고 있어 한국 문화의 정수로도 일컬어져 왔다.

도1

청자 어룡모양 주자

고려 12세기

높이 24.4cm

국보

개성 2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에서는 상형청자의 조형적 전통을 비롯하여 제작과 향유, 소재와 쓰임, 종교적 맥락에 따른 사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담아내어 고려 사람들의 시선, 상상력, 이상理想과 염원을 읽어내고자 하였다. 선보이는 전시품은 <청자 사자모양 향로>(국보), <청자 어룡모양 주자>(국보) 등 국가지정 문화유산 21건을 포함하여 274건이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하였다. 도입부에서는 상형청자의 대표 작품인 <청자 어룡모양 주자> 한 점을 집중 조명한다. 대상의 형태를 본떠 만든 상형청자의 대표적인 예를 살펴본 후 본격적으로 전시가 펼쳐진다.도1

제1부 ‘그릇에 형상을 더하여’에서는 고려 상형청자가 등장하기 이전, 우리나라에서 그릇에 특정한 형상을 표현한 ‘상형’의 오래된 전통이 있었음을 상형토기象形土器로 제시한다. 그릇에 입체적 형상을 더해 특별한 의미와 함께 용기 이외의 역할을 부여한 방식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흙으로 그릇과 구체적 형상을 만드는 다양한 기법이 축적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통은 훗날 고려 상형청자 제작의 바탕이 되었다.

도3

청자 원앙모양 향로뚜껑

고려 12세기

높이 12.0cm

덕수 506

  • 도2
  • 청자 참외모양 병
  • 고려 12세기
  • 높이 22.8cm
  • 국보
  • 본관 4254
  • 도4
  • 청자 사자모양 향로
  • 고려 12세기
  • 높이 13.9cm
  • 보물
  •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2부 ‘제작에서 향유까지’에서는 고려 상형청자의 역사적 맥락과 함께 제작·유통·소비의 과정을 소개한다. 국제도시였던 수도 개경(현재의 개성)에서는 왕실과 상류층이 고려청자뿐 아니라 중국에서 수입한 상형자기도 사용하였다. 특히 중국 북송(960~1127)의 황실자기 생산지였던 하남성河南省 보풍현寶豊縣 여요汝窯 출토 상형청자를 함께 비교하여 고려 상형청자와의 영향관계와 차이점을 알아본다. 또한 당시 고려 상류층에서 향, 차, 술을 즐기는 문화와 취향이 상형청자 제작의 한 배경이 되었음을 짚어본다. 이어서 전라남도 강진과 전북특별자치도 부안 등 한반도 남서쪽 가마에서 제작된 상형청자가 바닷길을 따라 개경으로 운송되어 전국 각지에서 소비되었던 양상을 현장감 있는 다양한 발굴 자료를 예로 들어 보여준다.도2~4

도5

청자 양각·동화 연꽃무늬

조롱박모양 주자

고려 13세기

높이 32.5cm

국보

리움미술관

제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에서는 상형청자의 다양한 형태와 아름다움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예로부터 권위의 표상이었던 상상의 동물인 용·기린 등을 비롯하여 고려 사람들이 사랑했던 자연 속 동물과 식물을 소재로 한 명품 상형청자를 엄선하였다. 여기서는 표현된 소재뿐 아니라 기종과 쓰임새까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한편, 상형청자는 고려 사람들의 자연을 향한 애정과 정서를 반영한 생명력 넘치는 예술품으로서 완상玩賞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 공간은 관람객이 고려 상형청자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도5

도6

청자 나한상

고려 13세기

높이 22.3cm

국보

최영길 소장

제4부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에서는 종교 영역에서 상형청자의 제작과 함의를 다각적으로 살펴본다. 고려 상형청자 중에는 실용과 예술의 범주를 넘어서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거나 신앙적 바람을 담아낸 것들이 전한다. 당시 성행했던 도교와 불교에서는 의례에 사용하거나 예배존상의 기능을 목적으로 상형청자를 제작하였다. 도교 소재의 상형청자는 도교 관련 문헌기록이 많이 전하지 않는 고려시대에 도교의 유행을 알려주는 중요한 물질자료이다. 불교에서는 사회적으로 청자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기존에 다른 재료로 만들던 불상을 청자로도 제작한 사례가 늘어났다.도6

고려 상형청자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형적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모두 갖춘 기물인 동시에 자연에 대한 고려 사람들의 사랑과 애호를 반영한 예술품이다. 푸른색을 띤 아름다운 상형청자는 그들이 보고 느낀 세상을 흙이라는 매체를 사용하여 빚어낸 특별한 세상이다. 이 전시를 통해 고려시대에 성취한 수준 높은 문화와 공예 전통의 위상과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기를 희망한다. 무한한 아름다움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상형청자의 세상을 더 많은 분들이 경험하시기를 바란다.

박물관신문 제640호 (2024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