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짚신삼기 - 김득신 성하직리 (盛夏織履)
- 지본담채. 22.4×27cm <간송미술관 소장>
무더운 여름날 사립문 앞에서 갈대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삿자리 위에 앉아 짚신삼기에 열중해 있는 정경을 묘사한 작품이다. 웃옷을 벗은 채 짚신을 삼고 있는 인물은 옆에서 담뱃대를 물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아버지인 듯한 노인보다 짙은 색을 가하여 햇볕에 그을은 건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아랫부분에 숨을 할딱거리며 앉아 있는 강아지가 할아버지 등뒤로 몸을 숨기고 응석을 부리고 있는 듯한 손자를 응시하게 함으로써 무더운 여름의 한 장면을 여실히 포착하였다.
담청을 주조색으로 한 뒷편의 논이나 담장에 뻗어 있는 청록의 박잎과 사립문을 통해 보이는 마당 안쪽의 장독대에 물이 담겨 있을 듯한 독을 통하여 무더운 열기를 둔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하였다.
그리고 짚신 삼는 인물의 오른쪽에 시퍼렇게 느껴지는 칼과 뒤쪽에 놓여있는 물병과 대접도 이러한 분위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멍석앞에 놓여 있는 두짝의 짚신에 비해 오른쪽에는 한 짝 밖에 놓여 있지 않아 은연중에 이 그림의 내용이 짚신을 삼고 있는 장면을 보이게 하는 암시 표과 또한 매우 절묘하다.
김득신(金得臣, 1754~1824)은 조선 후기의 화원으로 그의 그림은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한 사진을 보는 것 같다. 웃통을 벗은 사람들과 엎드린채 혀를 내민 개의 모습에서 복날의 무더위가 느껴지는 듯 하다. 노동으로 뭉쳤을 장딴지와 팔의 근육이 대단하다. 그를 지켜보는 아버지는 노쇠했으나 강한 눈빛으로 아들의 작업 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손자도 그 뒤에서 아버지의 작업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출처: 대전일보 ] byun806@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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