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범벅 폐광 코앞에 ‘웰빙숲’… ‘개념 없는’ 사상구청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입력 : 2021-05-11 19:18:02수정 : 2021-05-11 19:23:59게재 : 2021-05-11 19:29:34 (01면)
납·카드뮴 등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배출된 경창광산 옆으로 백양산 체험형 힐링숲길이 꾸며져 있다. 남형욱 기자
다량의 중금속에 오염된 부산 경창광산(부산일보 5월 6일 자 3면 보도) 일대에 가족 휴양림이 조성돼 수년간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청은 조성 사업 이전부터 폐광산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무개념 행정이 시민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사상구에 따르면 사상구 모라동 경창광산 앞 운수천에 ‘백양산 체험형 웰빙숲’이 조성돼 운영 중이다. 구청은 2015년 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1.2km 구간에 24억 원을 들여 숲속도서관, 다목적 데크 쉼터 등 휴양 시설을 설치했다. 운수천 중·하류에 위치한 경창광산과 웰빙숲 도보 데크 간 거리는 불과 40~50m 정도다.
4년 전 운수천에 가족휴양림 조성
경창광산 근처에 도보 덱 설치
주변 토양·계곡수 중금속 오염
매년 수만 명 찾아 시민 건강 위협
운수천 상류에도 숲속테마놀이터, 편백가족쉼터 등 어린이들을 위한 휴양림이 조성돼 있다. 유치원 소풍이 잦은 곳으로, 어린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연간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지역은 폐광산 영향으로 꾸준히 중금속이 검출되고 있어 시민들의 중금속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해 말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의 ‘2020년 폐광산 주변 환경오염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창광산 주변 토양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납, 아연, 카드뮴, 비소 등이 검출됐다. 특정 지점에선 최대 3528.5mg/kg의 납이 나와 토양오염대책기준(1200mg/kg 이하)의 3배에 달했다. 어린이 휴양림이 있는 계곡 상류 물에서도 납이 0.01mg/L 검출돼 먹는 물 기준(0.01mg/L 이하)에 육박했다.
납, 카드뮴 등은 신장질환을 일으키는 유해 중금속으로 섭취하거나 비산먼지로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 동아대 환경보건센터 홍영습 센터장은 “납은 국제적 권고 기준치가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독성이 매우 강하다”면서 “일반적으로 광석 찌꺼기의 비산 거리도 5km는 된다”고 설명했다.
사상구는 앞서 2008년부터 부산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경창광산 주변 오염 실태조사를 벌여왔다. 오래 전부터 폐광산의 위험성을 알고도 한쪽에선 휴양림 조성 사업을 강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전국적으로 폐광산을 휴양지로 조성한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 실태조사와 인체 유해방지대책을 세운 뒤의 일이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신현무 교수는 “폐광산 오염도 조사 결과가 뻔히 있는데 웰빙숲 사업을 강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경창광산 일대는 부산환경기술개발센터 등 다른 전문기관도 휴양림 조성 사업(2015년) 이전부터 오염 조사 결과를 발표할 정도로 위험성이 알려진 지역이다. 사상구 녹지공원과 관계자는 “2015년 이전부터 추진된 사업이라 지금으로선 당시 상황을 알 수 없지만 담당부서가 달라 해당 내용이 공유가 안 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어린이 관련 시설은 상류에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승훈·남형욱 기자 lee88@busan.com
[출처: 부산일보]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51119180088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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