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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이야기

오륙도 숨겨진 뒤태 제대로 보신 적 있으세요

오륙도 숨겨진 뒤태 제대로 보신 적 있으세요

뱃사람들 애환 깃든 섬… 부산 앞바다 낭만의 대명사

  • 국제신문
  • 글=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사진=강덕철 기자 kangdc@kookje.co.kr
  • 2010-06-03 20:30:28
  • / 본지 18면
   
동해와 남해가 갈리는 지점인 오륙도 앞 남해 해상에서 바라본 등대섬(맨 오른쪽) 주변 풍경. 등대섬 옆 굴섬과 송곳섬이 한데 뭉뚱그려져 보이는 가운데 약간 떨어진 거리에 수리섬(왼쪽)이 위치해 있다. 강덕철 기자 kangdc@kookje.co.kr


- 보는 위치따라 거리따라 섬의 개수 달라지는 동해·남해 가르는 섬
- 밀물 때의 우삭도 썰물 땐 방패섬 솔섬 오륙도라 부르네
- 1927년 등대 개설 후 부산항 길라잡이이자 지역 대표 명승지로… 주변 풍경도 정비 중

오륙도는 부산의 상징이다. 그런데 부산사람 중에도 오륙도를 제대로 본 사람이 많지 않다. 대부분은 멀리 해운대 태종대, 때론 가까이 남구 용호동 선착장에서 바다 위 바위섬들을 관망하며 다섯 섬, 여섯 섬 헤아려본 정도다.

그래서 부산경찰청으로부터 헬기 협조를 받아 용호동 앞바다 상공에서 오륙도를 살펴보았다. 부산만 승두말로부터 남남동 방향으로 가지런하게 뻗어 있는 기암절벽 6개의 바위섬이 들어온다. 그 너머 오륙도 선착장을 지나 오륙도SK뷰 아파트 단지가 펼쳐진다. 한때 용호농장의 무단 경작지로 어지럽던 승두말 주변 풍경은 온데간데없다. 오륙도 해맞이 소공원에다 꽃단지가 단정하게 조성되고 있다. 인공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지는 용호동 앞바다에는 6개의 바위섬이 자연 조각작품으로서 자태를 뽐내며 부산의 상징으로 우뚝 서 있다. 해녀들이 해산물을 팔고 있는 오륙도 선착장은 한가롭다.

   
우삭도가 밀물 때 해식동굴에 의해 방패섬(왼쪽)과 솔섬으로 분리되면서 오륙도가 여섯 섬이 되는 현장. 물이 빠지면 해식대가 해면 가까이 솟아오르면서 하나의 섬으로 연결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오륙도를 중심으로 용호동 앞바다는 동해와 남해가 확연히 갈라진다. 오륙도를 기점으로 이기대 쪽은 동해, 영도 방향은 남해다. 광안리해수욕장은 동해, 태종대는 남해에 위치한 셈이다. 하지만 오륙도 주변의 바닷물 특성을 동해 쪽이든 남해 방향이든 굳이 따질 필요가 있을까. '그 물이 저 물이고, 저 물이 그 물이다'.

이어 부산 남구청과 용호어촌계의 도움을 받아 2.98t급 연안자망 어선 동아호를 타고 오륙도를 직접 둘러봤다. 마침 밀물 때여서 여섯 섬을 관찰했다. 용호동 앞바다의 거센 물결 속에 솟아 있는 이 섬들은 육지에서 가까운 것부터 차례로 방패섬(2166㎡) 솔섬(5505㎡) 수리섬(5313㎡) 송곳섬(2073㎡) 굴섬(9716㎡) 등대섬(3416㎡)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우삭도가 밀물일 때 방패섬과 솔섬으로 나눠지고 썰물에는 하나의 섬이 된다. 우삭도가 두 섬으로 쪼개지는 현장을 가까이서 확인했다.

   
오륙도 선착장에서 해산물을 팔고 있는 해녀들.
오륙도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인 등대섬은 1927년 등대가 세워지기 전에는 밭섬으로 불렸다. 그러고 보니 등대섬은 평탄한 밭처럼 생겼다. 굴섬과 송곳섬에는 가마우지의 배설물이 뒤엉킨 회색물질이 암벽을 덮고 있다. 등대원들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수천 마리의 가마우지가 낙동가 하구에서 낮시간대 먹이 사냥을 한 뒤 밤마다 굴섬과 송곳섬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목격한다고 했다. 때마침 요즘 보기 힘들다는 제비 수십 마리가 오륙도 주변을 선회하면서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어떻게 접근했는지 모르겠지만 섬마다 낚시꾼들이 활동했다. '오륙도 돌아가는' 유람선은 수시로 나타난다. 결코 외롭지 않은 섬이다.

한국의 관문이며 가장 큰 국제항구인 부산항을 드나드는 각종 선박은 이곳을 반드시 지나야 하기 때문에 오륙도는 부산의 상징이 됐다고 한다. 그리고 조수간만의 차로 썰물과 밀물에 따라 다섯 개, 여섯 개 섬으로 보인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절영도 동쪽에 있는 오륙도가 보는 위치에 따라 동편에서 보면 6봉으로, 서편에서 보면 5봉으로 보이기 때문에 오륙도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동래부지'에는 그렇게 써 있다.

오륙도는 12만 년 전까지는 육지에 이어진 하나의 작은 반도였다. 부산만에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유구한 세월 동안 거센 파도의 강한 침식작용으로 육지에서 섬으로 분리됐다. 아주,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 수많은 세대가 지나도 오륙도는 육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주변 환경 변화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오륙도의 지금 모습은 어떨까.


   
오륙도 부근 이기대 바위에서 한 낚시꾼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오륙도를 향하는 연안자망 어선 동아호는 부산 남구 용호동 부산해양경찰서 용호출장소에서 출항했다. 바다 특유의 짠물 냄새가 코끝을 확 스쳤다. 부산의 향기다.

동아호의 박경규(60·용호어촌계 간사) 선장은 3~4노트의 느린 속력(평소 고기잡이 때는 17노트)으로 광안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배를 꺾었다. 왼쪽으로 멀리 동백섬과 한창 공사 중인 마린시티 초대형 건축물 등이 시야에 잡힌다. 오른쪽으로는 천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이기대의 절경이 펼쳐졌다. 평평한 수십 개의 바위와 해변에 돌출된 이기대의 빼어난 경치가 오륙도 앞에서 먼저 자태를 뽐낸 것이다. 이기대 해안 천연림 아래 바위 곳곳에는 낚시꾼들이 자리 잡았다.

사람 모양을 한 이기대 농바위를 지나 동해 바다 최남단으로 접어들자 오륙도가 가까이 보인다. 그런데 다섯, 여섯 섬이 아니라 두 섬만 보인다. 방패섬과 솔섬이 한 몸이고,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 등 네 섬도 하나로 뭉쳐 보인다. 탁 트인 바다 쪽 끄트머리 섬에서 하얀 등대의 모습이 드러난다. 조금 지나니 세 번째 섬과 네 번째 섬이 갈리고 배가 솔섬과 수리섬 사이로 접어들자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이 네 섬으로 제 모습을 확연히 드러낸다.

그런가 보다. 오륙도는 멀리서 다섯 섬, 여섯 섬 나뉘고 가까이서도 두 섬, 세 섬, 네 섬 등으로 변신한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모양이다.


■오륙도 안에서 본 부산의 또 다른 그림

   
오륙도가 가까이 보이는 남구 용호동 승두말을 산책을 하고 있는 시민들.
등대섬에 올라 오륙도를 탐방했다. 동해와 남해를 가르는 지점의 정면에는 망망대해, 동해 쪽 이기대의 기암절벽은 보일 듯 말듯. 해운대 방향으로는 바다 안갯속에 달맞이언덕 등이 어슴푸레 보인다. '오륙도 돌아가는' 유람선의 출몰이 잦다. 남해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옛 용호농장 자리에 우뚝 솟은 오륙도SK뷰 아파트단지(15개 동 3000세대, 22~47층)와 선착장에서부터 왼쪽으로 백운포, 신선대, 신선대부두, 영도 본섬, 한국해양대가 있는 조도, 태종대 등이 이어졌다. 신선대부두 뒤편으로 부산의 도심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그 너머 천마산이 보인다.

이곳 '섬 주민'인 등대원 2명이 불쑥 찾은 방문객을 맞이했다. 등대원 서정일 씨는 "한 달 평균 500명 정도가 찾는다"고 말했다. 7, 8월 여름시즌에는 외지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월 평균 2000여 명, 많게는 3000여 명이 찾는다나. 그동안 안전사고는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1876년 부산항이 개항된 뒤 부산의 관문인 오륙도 앞으로 배들이 드나들기 시작하자 1927년 이곳에 등대가 개설됐다. 용호동에서 평생을 살고 있는 동아호의 박 선장은 "어릴 적 이곳을 찾아 친구들과 등대를 양손으로 뻗어 감아보는 놀이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옛 등대 몸통은 어린아이 서너 명이 양팔로 감아볼 수 있는 규모였다고 박 선장은 기억했다.

   
사람 모양을 한 이기대 농바위.
지금의 등대는 1998년 12월 24일 새롭게 준공된 것으로, 바다 해면에서 35.9m 지점에 지적측량기준점이 설치돼 있다. 등대섬에 설치된 이 표식의 십자선은 인공위성을 이용한 각종 측량 등에 활용된다. 그래서 알아봤다. 등대섬에서부터 남서쪽 306.7㎞ 지점에 제주도(한라산) 정상이 있고, 북동쪽 309.8㎞ 지점에는 을릉도(성인봉)가 위치해 있다. 남서쪽 491.6㎞ 지점에는 이어도(해양과학기지) 정상이 있다. 또 동남쪽 62.6㎞ 지점에는 일본 쓰시마 섬이 있다고. 등대 위 백운포 쪽에 정자가 하나 있어 묘한 운치를 자아낸다.

등대섬 바로 옆 굴섬과 송곳섬의 암벽은 온통 회색으로 칠갑을 했다. 한반도 남녘 땅에서 겨울을 나는 가마우지 떼가 배설물로 이들 두 섬의 암석을 회색 화석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배를 우삭도로 돌렸다. 밀물 때 두 섬으로 나눠지는 곳이다. 용호동에서 제일 가까운 섬으로 세찬 바람과 파도를 막아준다는 방패섬과 꼭대기에 소나무가 자생하는 솔섬이 갈라지는 현장이다. 그랬다. 밀물 때 본 우삭도는 두 섬이었다. 수심 1m에 있는 해식대(해식에 의해 해안선이 물러나면서 그 앞면의 해면 가까이에 생긴 평탄한 지형) 위 폭 0.98m, 높이 9m의 해식동굴에 의해 방패섬과 솔섬으로 분리되는 것이다. 해식대는 만조 때 수면 아래로 잠기지만 간조 때는 해면 가까이로 솟아오르기 때문에 물이 빠지면 우삭도는 당연히 하나의 섬. 박 선장은 "물이 빠지기 시작해 일곱 물, 여덟 물을 지나 아홉 물 때 방패섬과 솔섬 사이 해식동굴에 뽀족한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륙도가 다섯 섬이 되는 순간의 형상을 그렇게 설명했다.

솔섬 다음에 있는 수리섬은 비석섬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뾰족하게 생긴 송곳섬과 제일 큰 섬인 굴섬, 등대섬으로 이어졌다. 배를 돌려 동해 쪽에서 굴섬을 바라보니 정말 굴이 나타났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 이곳 생태계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다. 오래전부터 생태 변화를 겪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지점의 오륙도 바다 밑은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곳 '섬 주민'들도 바다에 해조류가 별로 보이지 않는 등 생태계의 변화를 느낀다고 인정했다. 여기서 생태 변화를 따질 여유는 없다. 앞으로 과학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꿋꿋한 부산사람의 상징물 오륙도 주변 풍경

   
오륙도 주변은 지금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현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옛 용호농장이 없어진 자리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유채꽃 단지와 해맞이 소공원이 조성됐다. 남구청의 강용덕 문화체육과장은 "오륙도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선착장으로 사람들이 갈수록 몰리고 있어 주변 경사지면에 안전난간은 물론 각종 주민편의시설까지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녀들이 깊은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며 채취한 싱싱한 해산물을 선착장에 펼쳐놓고 색다른 맛과 정취를 팔고 있는 것도 오륙도의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오륙도는 1972년 6월 부산시 지정문화재 기념물 제22호로 지정됐다. 이후 2007년 10월에는 명승 제24호로 지정됐다. 무인도였던 오륙도가 1927년 유인도가 된 지 꼭 80년 만에 국가 지정문화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부산항을 드나드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던 오륙도는 오랜 세월 지번조차 없었던 '외로운 섬'이었다. 그러던 것이 1978년 5월 임야(전체 2만542㎡)가 측량되고 국유지로서 정식으로 지번을 부여받아 토지대장에 등재됐다. 호적을 갖게 된 오륙도의 방패섬은 부산 남구 용호2동 936번지. 솔섬이 937, 수리섬 938, 송곳섬 939, 굴섬 940, 그리고 등대섬은 941번지다.

12만 년 전 육지에 이어지는 하나의 조그만 반도였다 오랜 세월 침식과 퇴적 작용 등으로 섬이 되었다는 것은 그냥 지질학적으로 알아두면 될 까마득한 옛 이야기다. 부산의 대명사로 꿋꿋한 부산사람의 기상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여기면 된다.


# 오륙도 등대원

- 2명씩 번갈아 가며 꼬박 3일 근무
- 물 모자라 불편하고 태풍땐 초비상

   
오륙도 등대에는 4명의 등대원이 있다. 국토해양부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소속인 이들은 2명씩 번갈아 꼬박 3일 동안 등대를 지킨다. 지금은 이종학(52·사진) 소장을 비롯해 서정일(45), 배인식(48), 김명환(43) 씨 등이 오륙도 '지역주민'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소장은 "적응이 돼 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언제든지 인터넷 소통이 가능하고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위성TV도 시청할 수 있다. 태양열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흐린 날에는 자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받는다. 다만 물 부족 때문에 마음 놓고 씻지 못한다는 한계는 있다고.

렌즈와 반사경이 눈부신 빛을 만들어 어둠 속을 헤치고 12초에 한 번씩 백섬광을 뿜는 등명기가 등댓불을 밝힌다. 이들은 등댓불이 뱃길을 제대로 안내하기 힘든 안개 낀 날에는 사이렌을 울려 선박 항해에 도움을 준다. 또 해수 온도를 비롯해 염분도, 풍향, 풍속 등을 수시로 점검해 남해수산연구소와 기상청, 각종 선박의 운항관제실로 통보한다.

이 소장은 "태풍이 올 경우 파도가 섬으로 덮쳐 등대의 철문을 굳게 닫아야 하는 등 최악의 기상 상황에 대처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밝혔다.

오륙도 등대는 '자연과 인공의 극적인 만남'을 주제로 거칠고 어두운 색조의 기암 절벽 위에 인공미가 빚어낸 순백의 구조물로 대륙의 관문을 상징하고 있다. 특히 건물의 주 덩어리인 2, 3층이 전체적으로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을 띠고, 끝 부분이 육지 쪽으로 향해 마치 잘려나가는 형태를 보이고 있어 이채롭다. 이는 '완성된 모습보다는 미완의 형태로 여운을 남겨 대륙을 향한 웅비의 기상을 표현한다'.

출처;  https://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600&key=20100604.2201820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