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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이야기

부산 사상구 명품가로공원 일대

부울경 지구마을 리포트 <1> 부산 사상구 명품가로공원 일대

외국인에 고향의 맛·마음의 안식 제공 … 이주노동자 상담까지

  • 국제신문
  •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2013-09-04 19:40:33
  • / 본지 6면
   

지난 1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의 외국인을 상대로 한 식료품 가게에서 외국인 고객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파키스탄·필리핀…전문 식료품점 밀집
- 할랄 음식도 판매
- 인도식 음식점 성업

- 고용허가제·임금체불 이동상담센터 인기
- 이슬람센터 김해분원, 신도 100여명 모여

- 쇼핑몰·삼락강변공원, 편리한 쉼터 역할도
- 市 '강동권 창조사업' 외인 메카 조성 기대

부산 사상구 명품가로공원. 여기서 마주치는 외국인을 낯설게 생각하는 부산 시민은 줄었다. 몇 년 전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인근 외국인 상대 식료품 가게와 음식점에는 연일 외국인으로 북새통을 이루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장기 사업으로 이곳을 다문화특화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강동권 창조도시 조성사업' 마스트플랜에 언급돼 있다. 이에 명품가로공원 일대가 부산지역 외국인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향의 맛을 선물하는 식료품 가게

지난 1일 오후. 괘법동 르네시떼 건물 옆으로 50m가량 이어진 골목에는 '아시안 푸드마트'와 '뉴월드마트' 등 외국인 상대 식료품 가게가 성업 중이었다. 무슬림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할랄(halal) 푸드점도 자리 잡고 있다. 휴일을 맞아 쇼핑에 나선 외국인이 쉽게 눈에 띄었다. '뉴월드마트'는 2008년 문을 열었다. 파키스탄과 인도를 비롯한 8개국의 식료품이 진열돼 있다. 국내 대형 마트에서 구할 수 없는 나라별 향신료와 양념류가 주를 이룬다. 즉석 카레와 라면, 채소 등도 있는데 우리나라 것과는 맛이 조금 다르다는 게 가게 측의 설명이다.

얼핏 보기에는 이들 업체가 비슷한 종류를 판매하는 것 같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다. 여기는 할랄 음식이 많았지만, 주류는 아예 없었다.

필리핀 마닐라 출신의 미셸(여·25) 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이곳을 찾는다. 그는 "사하구 하단에 사는데 거기에는 이런 식료품 가게가 없다. 필리핀 콩 소스와 야채 고기 소스를 사기 위해 꾸준히 들르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남편과 결혼한 뒤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은경(여·41) 씨는 "최근에는 북구 덕천동과 구포동 일대에도 비슷한 업체가 생겨나고 있어 영업에 지장을 받는다"며 "부산시와 사상구가 이곳을 더 특화시켜 외국인이 더 많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상감(sangam)'과 '봄베이 스파이시뷰' 등 인도식 요리전문점 2곳도 성업 중이다. 맛은 외국인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 음식으로 잠시나마 고향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탄두리 치킨과 카레, 난과 밥 등의 코스 요리의 가격은 1인당 2만 원 선이다.

■이동상담센터와 이슬람 서원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괘법동 르네시떼 광장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몰린다.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가 '이동상담센터'를 열기 때문이다.

평일 사상구 모라동 센터에서 같은 업무를 보지만, 이동센터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하루 10명가량에 불과했던 상담 건수는 최근에 평균 80건가량으로 늘었다. 고용허가제와 임금체불에 관련한 상담이 가장 많다. 외국인은 국내 취업기간이 3년으로 제힌되고 매년 사업주와 근로계약을 갱신하게 돼 있어 이와 관련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친구 4명과 경남 김해에서 이곳을 찾은 베트남 출신 레반홍(32) 씨는 "쉬는 날 이쪽 거리로 나오면 각종 즐길 거리가 있고, 업무와 관련한 상담도 편안하게 받을 수 있어서 좋다"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인근에는 애플아울렛과 르네시떼 같은 대형 쇼핑몰과 전자제품 가게, 영화관 등이 몰려 있다. 또 올해 초 조성한 명품가로공원과 삼락강변생태공원 등이 있어 외국인의 편안한 쉼터로 더할 나위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인근 상가 2층에는 165㎡ 규모의 이슬람센터도 들어섰다. 김해 이슬람센터의 분원인 이곳에는 사상구와 강서구에 사는 외국인 근로자 100여 명이 매주 일요일 모여 이슬람식 예배를 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

   

# 부산 다문화특화거리는

- 다문화 지원시설 통합·푸드코트 조성계획 지지부진
- 안행부 "부족한 점 많다" 시기상조 지적에 연기
- 市 "절차 거쳐 추진"

부산시 주도로 사상구 가로공원 일대에 외국인을 위한 다문화특화거리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현재까지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시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는 2011년 '강동권 창조도시 조성사업'(강동권 창조사업)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면서 45억 원을 들여 다문화특화거리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부산 곳곳에 산재해 있는 다문화지원센터를 이곳에 통합해 대형 센터를 짓고, 다양한 외국인이 자신의 나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푸드코드 등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사업 내용이다.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면서 사업 진행은 무기한 연기돼 있다. 시 창조도시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안전행정부가 현장 평가를 실시했으나 '외국인거리로 활성화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시는 당장 추진하는 데는 애로사항이 많지만 안전행정부 등 관련 부서와 지속해서 협의 절차를 거쳐 다문화특화거리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발전연구원 오재환 지역재창조실장은 "국제화로 특화된 도시라는 호평을 받으면서도 정작 외국인이 편하게 찾을 공간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며 "당장 대형사업 추진이 아니더라도 시가 모라동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등 시설을 가로공원 쪽으로 이전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동권 창조사업은 낙동강 동쪽에 있는 부산 사상구와 북구, 사하구에 대한 대규모 정비 사업.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시작돼 2020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모두 6개 분야에서 26개 사업이 진행되며 총사업비는 2454억 원 상당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 '외국인지원센터' 김나현 실장

- "관 주도 특화거리 실효성 없어…외국인 선호도 조사후 반영을
- 다양한 언어 통번역자 절실"

   
"관이 주도하는 외국인 특화거리는 실효성이 없습니다. 외국인의 생각이 반영되도록 해주세요."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베트남 상담실장을 맡은 김나현(여·40·사진) 씨의 진심 어린 호소이다. 베트남 하노이 인근 하이즈엉 주가 고향인 김 씨는 1995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부산 연제구 한 어망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중 한국인 남성과 교제하다가 1997년 결혼하고 한국 국적을 얻었다. 두 자녀의 어머니가 된 뒤 평범한 한국 아줌마로 살다가 2005년부터 '(사)이주민과 함께'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며 외국인 권리 개선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지원센터에서 근무하며 임금체불과 의료지원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다문화특화거리 조성에 대해 김 씨는 "경기도 안산 쪽에서 외국인 거리가 조성됐는데 인근 주민의 반발이 컸다. 집값이 내려간다는 이유에서였다"며 "무턱대고 시나 구에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인근 주민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이 마음 편하게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선호도를 조사해 특화거리에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문제의 근본적 개선에 대해 그는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 등의 주요 국가 언어에 대해서는 통번역이 가능하지만, 더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통번역해 줄 인재가 부족하다"며 통번역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