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1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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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포구-⑥ 사하구 하단포구>
영화는 간 곳 없고, 아파트에 둘러싸인 작은 도심 속 포구
하단! 하면 갈대와 고시라기, 재첩과 철새를 연상하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의 하단은 이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거기에다 강변을 접해있어 ‘바다’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하고 내륙지방으로 여겨질 정도다. 사실 하단(下端)이란 지명도 ‘낙동강 끝’이란 의미가 담겨있으며, ‘아래치’ ‘끝치’라고 풀이된다. 그러니 하단이라고 어찌 포구를 생각이나 했으랴. 그러나 하단 역시 바다를 일터로 삼았던 포구였다. 물론 하단포의 경우 낙동강이라는 지명에 따라 바다가 아닌 강의 포구라는 말도 있지만 포구는 바다다.
숨바꼭질하듯 아파트 숲 속에 숨어있는 작은 포구인 하단포구. 사하구 가락타운에 둘러싸여 있는 이 작은 포구는 가락타운 322동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거기에다 등대는 고사하고 등주마저 없는 포구이다 보니 안개가 끼거나 어슴프레한 날은 가락타운 2단지 아파트 불빛을 보고 바다에서 포구를 찾아 들어오게 된다. 가락타운에 사는 사람들도 하단에 포구가 있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하단포구를 찾기는 힘들다.
하단포(下端浦)는 부산항 개항(1876년) 당시 부산으로 들어오는 모든 물자가 모였고, 이곳에서 다시 낙동강 물을 이용하여 내륙지방에 운반되던 상업의 요지였다. 당시 상인들은 인근 명지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싣고 삼랑진, 왜관, 상주로 드나들며 나락과 교환했다.
하단포에는 나락을 사들여 도정하는 객주업이 발달하였고, 소금과 곡식 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그러나 구한말까지 큰 포구로서 번성했던 하단은 이후 매년 낙동강의 홍수로 그 하상(河床)이 높아져 좋은 포구가 될 수 있는 조건을 잃었다.
일제시대 몰락한 하단에 일본 어민들이 이주해 와서 낙동강의 수질이 김 양식에 최적지라는 것을 발견하고 ‘미야꼬’란 일본인이 양식용 대(竹)를 일본에서 구입, 하단을 중심으로 신평, 다대, 장림 등지에 해방 전까지 김 생산을 기업화하여 많은 수익을 올렸다.
교역지로 번성하던 하단포에는 1909년 하단리 우편소(하단우체국)가 생기고, 그 전해인 1908년에 현 사하초등학교의 전신인 사립 양정학교가 설립되었다.
옛날 하단포구는 흙벽에 갈대로 이엉을 만들어 지붕을 덮은 초가집 40~50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주민들은 대다수가 재첩잡이와 논농사 하구 갯벌 속에서 자라는 갈대를 이용해 빗자루를 만들어 인근 자갈치 시장과 충무동시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가난한 마을이었다.
마을 앞쪽에는 700리 낙동강 푸른 물이 흐르고 금빛 모래 속에는 재첩들이 넘쳐났으며 작은 물고기들이 많은 갈대숲들이 무성해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철새 도래지였다. 그리고 하단포구 뒤에 작은 동산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의 ‘에덴공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디에도 초가집은 없고 대신 주위에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낙동강을 가로막아서 바닷물 유입을 차단하여 1987년 부산시 상수원을 확보하기 위한 낙동강 하구둑 건설공사의 완공으로 명지, 진해를 잇는 교량이 생겨 하단동의 모습이 더욱 새롭게 바뀌었다. 그리고 이 하구둑이 바다와 강을 완전히 분리시키고 있다. 그래서 엄궁포구는 더 이상 포구가 되지 못한다.
낙동강변을 낀 엄궁에서 다대포를 잇는 강변대로. 하루에도 많은 차들이 오고가는 배후도로이다. 이 도로는 시원스레 뻗어있지만 몇 개의 다리를 거치는 산업도로이다. 하구언에서 다대포 방면 바로 옆에 2개의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가 괴정1교와 괴정2교다. 물론 괴정천을 잇는 다리다. 하단포구는 괴정2교 왼쪽에 위치해있다. 반월형으로 흘러내리는 ‘괴정천(槐亭川)’은 새리골(세리골)에서 흘러내리는 하천으로 원래는 하단포구로 흘러 들어갔으나 지금은 일부는 포구 옆으로 흘러내리고 일부는 장림천으로 빠져나간다.
하단포구에서 바다로 나가려면 사람 키보다 조금 더 높은 다리인 괴정2교 밑을 통과해야 한다. 강변로 괴정2교 위에서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 사이 다리 밑으로 작은 어선들이 미끄러져 들어온다. 안테나가 높이 달린 배나 5t 넘는 배는 드나들지 못한다. 30여 척의 전어잡이배들이 하단포구로 돌아온다. 괴정2교에서 포구를 바라보면 삼면이 아파트로 둘러싸여있음을 알 수 있다. 맞은편과 오른쪽의 아파트촌이 바로 가락타운이다.
포구 왼쪽에는 강변타워라는 아프트 한 동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 타워 1층에 ‘하단활어회센터’라는 입간판이 보인다. 이 아파트에는 다른 아파트와는 다른 구조를 하
고 있다. 즉 1층에 횟집들이 들어서 있는 것이다. 보통 아파트나 주상복합건물에는 종합세트의 상가가 들어서기 마련인데 이곳은 활어횟집에 들어선 셈이다. 바다에서 잡아온 전어들이 바로 이곳 횟집 수족관으로 직행한다. 이 아파트는 하단어촌계 어민들이 수자원공사로부터 땅을 분양받아 지은 아파트라고 한다. 살림집인 아파트는 2층부터 13층까지라고 한다. 물론 이 야릇한 동거는 도심 속 어촌계가 만들어낸 색다른 풍경이다.
원래 포구는 이곳이 아니었다. 개발에 밀리고 밀려 이곳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다. 낙동강 하구언 공사로 이전의 하단포구가 매립되면서 갈대밭이던 이곳을 포구로 만든 것이다. 원래 포구는 지금의 대진아파트가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면적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1980년부터 점점 매립지 또한 농지에서 변하고 주택지로 개발하다가 중반에 상업지구로 변모하였다.
원래 하단포구 나루터가 있던 곳은 지금은 ‘햇님공원’으로 불리는 대진아파트 맞은편 어린이 놀이터로 바뀐 곳이다. 거기에는 하단포비(下端浦碑)가 세워져있다.
누르스름한 강물인지 바닷물인지 모르지만 드나드는 포구. 그 물 위를 부드럽게 오가는 배들. 파도라고는 전혀 없는 물살을 따라 흐르는 통통배. 포구 주위 풍경은 마치 중국영화나 베트남, 그것도 아니면 동남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평화롭게 부부가 탄 배가 포구 안으로 들어온다. 여기도 주로 개인이나 부부가 공동으로 출어를 한다.
다른 포구처럼 변변한 물양장이 없어 아무렇게나 만들어놓은 수상가옥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보관하는 물양장 구실을 한다. 좁은 포구엔 그래도 50여 척의 배들이 용케 제자리를 찾아 서로의 살갗을 부비며 살고 있다. 출어를 하기 위해서인지 어부들은 배 위에 앉아 찢어진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손가락 두 마디만한 게들이 기를 쓰고 벽을 타고 기어오르고, 어민들이 던져버린 숭어 새끼를 차지하기 위해 갈매기들은 바람칼을 휘저으며 포구를 날아다닌다.
하단포구의 주업종은 전어도 있지만 다른 포구에서는 찾기 힘든 어종이 있다. 바로 ‘웅어’라는 것이다. 웅어는 청어목 멸칫과의 바닷물고기라고 한다. 남․서해안, 일본, 동중국해에 분포하는 회유성 어류로 맛이 좋아 조선시대부터 수라상에 올랐다. 길이 30㎝ 정도의 갸름한 몸매를 가진 은빛의 물고기다.
하단포구의 웅어는 철새도래지인 을숙도 주변의 오염되지 않은 갈대숲에서 잡히기 때문에 그 맛이 으뜸으로 꼽힌다. 웅어는 가을 전어와 비교되는 봄의 진미이다. 그래서 부산시수협과 하단어촌계는 지난 2006년부터 ‘웅어축제’를 열기 시작해 올해는 지난 5월에 하단어촌계 일원에서 3회째를 열었다.
포구에서 바라보는 낙동강변을 넘어 떨어지는 석양이 일품일 것 같은 하단포구, 그러나 지금의 하단에는 하단포구(下端浦口)의 영화는 간 곳 없고, 오직 그 자리에 재첩을 파는 식당이 몇 개 있을 뿐이다.
☞ 하단포구 가는 길
대중교통의 경우 아파트단지인 까닭에 2번 노선버스가 포구 앞을 지난다. 하단로타리에서 2번 노선버스를 타고 강변타워 정류소에서 내리면 바로 옆에 공터가 있다. 이곳이 바로 하단포구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공터다.
승용차의 경우 하단로타리에서 낙동강 하구둑 방향으로 가다가 고가도로 아래서 좌회전하면 가락타운으로 들어서게 된다.
[출처] 영화는 간 곳 없고, 아파트에 둘러싸인 작은 도심 속 하단포구|작성자 달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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