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구 주례동 냉정샘 - 유서 깊은 쉼터에 발 담그고 빨래하고~
2010-07-31 [08:32:00] | 수정시간: 2010-08-02 [09:09:32] | 2면
▲ 신라시대 시원한 물로 유명했던 냉정샘에서 동네주민이 빨래를,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사상구청 |
부산 사상구 주례2동 주민센터 주변에 가면 시원한 기운이 감돈다. 주민센터 안에서 새어나오는 에어컨 바람 때문이 아니다. 바로 옆 '찬 우물(냉정)'에서 흘러나오는 찬바람 덕분이다.
'냉정샘'은 지금도 남아 있는 '냉정(冷井)'이란 옛 지명의 유래가 된 곳이다. 신라시대 대증현의 한 자연촌이었던 이곳 마을의 우물 맛이 워낙 시원하고 감미로워 지나던 사람들이 '냉정'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조선 숙종 40년(1714)에 편찬된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조선 13도 중 이곳 우물 맛이 '천하일품(天下一品)'이라 전하고 있다.
냉정샘의 이름값은 가야동과 주례동을 잇는 냉정고개 명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냉정샘 주변에는 민물장어와 가재가 살 정도로 수질이 깨끗했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는 법이 없어 마을 사람들의 든든한 식수가 됐다. 자연샘이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김이 날 정도로 물이 따뜻하다.
샘은 냉정고개를 넘나들던 사람들의 쉼터이기도 했다. 나그네들은 냉정의 시원한 물 한 바가지를 들이켠 후 지친 발걸음을 일으켜 세웠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냉정탁주공장과 콩나물공장도 냉정 물을 사용해 탁주를 빚고 콩나물을 키워 그 맛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냉정 주변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30가구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조그만 마을이었다. 하지만 근대화 시기를 거치면서 샘 주변으로 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찼고 1970년대 구획정리사업으로 옛 모습이 사라졌다. 생활하수 등 각종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수질도 나빠져 결국 식수원의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하지만 물이 더러워진 '덕분에' 샘과 주민들은 더 가까워졌다. 아낙네들은 빨래터로, 아이들은 여름철 물놀이를 하며 냉정의 시원함을 맛보고 있기 때문이다. 3대째 냉정마을에서 살고 있는 윤준섭(75) 냉정보존회장은 "어릴 때는 식수로 이용됐기 때문에 함부로 물에 들어가거나 샘 주변에서 장난을 칠 수 없었다"면서 "요즘엔 마을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무더위를 피하는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구청은 지난 2000년과 2006년 2차례 걸쳐 정자를 짓는 등 냉정샘 주변 200㎡를 새롭게 정비했다. 냉정보존회는 올해로 10년째 음력 4월 7일 자정이면 냉정당산과 냉정샘에서 당산제와 용왕제를 열어 시원함의 명맥을 잇고 있다. 이대진 기자 djr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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