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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스크랩] 알람브라의 요새 알카사바

이 날 알람브라에는 수학여행 온 여학생들이 굉장히 많았다. 한 무리씩 조별로 알람브라 곳곳을 견학하고 있었는 데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다. 알카사바에 입장하려는 지 줄을 서는 데 몇몇의 학생이 무리를 이탈했나 보다. 키가 훤칠한 미남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줄 맞춰 서있으라 하고 리더격인 여학생에게 이탈한 아이들을 찾아오라고 한 모양이다. 친구 찾기에 지목된 여학생은 왜 내가 가야되냐는 제스처를 취하고 선생님이 등을 떠밀며 뭐라고 하시자 입을 삐죽내밀며 다른 여학생의 손을 잽싸게 잡고 카를로스 궁전 쪽으로 뛰어간다. 나머지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툴툴거리리기고 하고 친구 찾으러 가는 여학생들에게 손을 흔들며 뭐라뭐라 큰 소리로 외치기도 한다.

 

 그 모습들을 보자니 어쩜 내 여고시절 모습과 똑같은 지. 아니 지금 우리 아이들 모습과 똑같은 지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꼭 여행을 가면 감쪽같이 사라지는 친구들이 두엇 생기고 반장은 그 아이들을 찾으러 가고 다른 이들은 그 사라진 아이들을 반은 걱정 반은 꼴불견이라고 빈정대면서 다른 반들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일어났다. 한참 후 사라진 아이들이 미안한 표정이라도 지으면 좋으련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등장하면 아이들은 소리를 너나없이 질러댔었다. 너희들때문에 가도 못하고 기다려잖아 하면서. 잠시 한 눈 팔았던 아이들은 누가 기다리래로 맞장구 치면 다들 뭐라고 더 큰 소리로 되받아치다가 서로 웃었던 기억들. 볕 좋은 알람브라에서 가장 아름답던 여고 시절의 한 장면이 스쳐간다.  

 

그 여학생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알카사바에 들어갔다. 알카사바는 로마시대의 요새 위에 세워진 알람브라 궁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성벽 안에는 병사들의 숙사, 무기공들과 대장장이의 집, 저수조와 지하 감옥 등이 있었는 데 지금은 알마스 광장에서 그 토대 부분을 볼 수 있다. 군사 요새였던 알카사바와 왕족을 비롯한 주민들이 살고 있던 궁전 부분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눠 있었다한다.

 

 

 조금만 올라가면 벨라의 탑이다. 벨라의 탑에서는 그라나다를 360도 파노라마로 담을 수 있다

 

 

칠흙같이 어두운 소나기 내리는 여름밤, 시에라네바다의 추운 겨울 바람이 볼을 내리치는 겨울밤 땅바닥에 거적을 깔고 요새를 지킨 나이 어린 병사들이 있었기에 알람브라의 주민들은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사는 것은 다 그런 가보다. 고통 뒤에 더 큰 기쁨이 다가오듯이 내가 누리는 평화와 안녕 안에는 누군가의 희생과 아픔이 있었음을.

 

 벨라의 탑. 십자가, 풍향계, 종.

 

 

 알카사바가 요새였음을 알 수 있는 성벽과 병사 들의 숙사, 무기공과 대장장이들의 집이 있었던 알마스 광장

 

 

볕이 참 곱기도 하다. 벨라의 탑에 오르니 그라나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그라나다 대성당도 보이고 그 너머엔 너른 평야도 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도 알바이신 지구도 알람브라 궁전도 뚜렷하게 다가선다. 너무 눈이 부시어 제대로 카메라도 못 보는 데 아까 만났던 여학생들이 'OPEN YOUR EYES'를 외친다. 소리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씨익 웃는다. 나도 웃음으로 답한다.

 

 눈이 부시다. 알바이신 지구를 등에 지다

 

 그라나다 시가. 누에바 광장과 그라나다 대성당이 보이네

 

 시에라 네바다 산맥은 저 너머에 알람브라의 궁전은 발 아래에 있다 

 

출처 : 별을 가꾸며
글쓴이 : 호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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