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모음
조선일보에 연재되어 많은 인기를 끌고 었는 <박상진의 우리 그림속 나무읽기> 기사 모음집은 아래와 같이 같다. 관심있는 제목을 클릭하면 본문으로 연결되어 상세한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나무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쉽고 흥미롭게 쓴 <박상진의 우리 그림속 나무읽기>를 강추하며, 샘플로 9월3일자 29면에 연재된 "[25] 학자수 회화나무 아래 선비들 시를 읊네"를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5] 학자수 회화나무 아래 선비들 시를 읊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입력 2021.09.03 03:00
강희언 ‘사인시음(士人詩吟·18세기 중엽)’, 종이에 담채, 28.2×35.6㎝, 개인 소장.
선비 여섯이 큰 고목나무 아래 모여 있다. 생각나는 시를 쓰고 이를 바라보거나 엎드려 뭘 열심히 적고 있는 선비, 책 한 권을 펼쳐놓고 같이 훑어보는 두 선비, 선 채로 수염을 만지면서 생각을 가다듬는 선비 등이 화면을 구성한다. 어느 늦여름 날 가까운 친구들끼리 단출한 시회(詩會)를 열었다. 각자의 얼굴에서 서로 다른 표정이 읽히지만 모두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지금처럼 세상살이가 각박하지 않아 공부의 절박함이 덜한 탓일 것이다.
그림의 가운데 가지를 넓게 펼친 큰 나무는 옛 선비들이 좋아했다는 회화나무다. 두 아름은 족히 될 곧은 나무줄기는 햇빛에 반사된 부분과 그늘진 부분의 명암 대비가 명확하다. 껍질이 세로로 길게 갈라지는 이 나무의 특징을 강조코자 한 것이다. 굵은 뿌리가 노출되어 있고, 줄기 정면에는 썩은 구멍이 보인다. 모두 고목나무의 특징이다. 나무 잎사귀 표현도 오늘날의 세밀화 수준으로 그린 듯 정확하다. 더 확대해 보면 하나의 잎 대궁을 중심에 두고 여러 개의 잎이 좌우로 나란히 붙어있다. 회화나무 잎의 본래 모양새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는 아까시나무와도 닮았다.
삼국시대 이전에 중국에서 들어온 회화나무는 선비들 곁에 흔히 심고 가꾸던 나무다. 고위 관리들은 벼슬살이가 끝나고 고향으로 되돌아가면 마을 앞에다 회화나무부터 먼저 심었다. 궁궐에도 자라는 귀한 나무이면서 다른 이름이 학자수(學者樹, 영어로도 ‘scholar tree’)라 하므로 선비가 사는 곳임을 은근히 자랑할 수 있어서다. 창덕궁 돈화문 안 등의 궁궐을 비롯하여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서울의 성균관과 각 지방의 유명 서원이나 향교 등 유서 깊은 우리의 문화 유적에서 회화나무 한두 그루쯤은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림에는 배경이 생략되어 있지만 어느 양반 마을 앞에서, 당산나무 기능도 겸하는 회화나무인 것 같다. 선비들의 모임은 근사한 전용 정자 건물이 아니라도 좋다. 넉넉한 해 가림막이 되어주는 회화나무 아래라면 나무의 상징성만으로 선비의 야외 공부 장소로 충분하다.
조선 말기 강희언(1710~1784)의 작품이다. 중인 출신으로 관상감의 관리이면서 풍속화에 능한 독특한 이력의 화가다. 뒷날 붙인 이 그림 제목은 사인시음(士人詩吟)이다.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들이 시를 읊는다’는 뜻이다.
출처; 조선일보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5] 학자수 회화나무 아래 선비들 시를 읊네 - 조선일보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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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5] 학자수 회화나무 아래 선비들 시를 읊네A29면
선비 여섯이 큰 고목나무 아래 모여 있다. 생각나는 시를 쓰고 이를 바라보거나 엎드려 뭘 열심히 적고 있는 선비, 책 한 권을 펼쳐놓고 같이 훑어보는 두 선비, 선 채로 수염을 만지면서 생각을 가다듬는 선비 등이 화면을 구성한다. 어느 늦여름 날 가까운 친구들끼리 단출한 시회(詩會)를 열었다. 각자의 얼굴에서 서로 다른 표정이 읽히지만 모두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지금처럼 세상살이가 각박하지 않아 공부의 절박함이 덜한 탓일 것이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9.03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3] 인왕산 계곡, 나무들 곁 아늑한 집A29면
인왕산이 바로 건너다보이는 계곡 옆에 서향집을 짓고 겸재 자신은 서재의 문을 활짝 열어 유유자적하는 모습으로 그림 속에 들어가 있다. 마당 가운데는 제법 굵은 버드나무와 오동나무가 자라고 왼쪽 담장 바로 앞에는 귀룽나무가 자리를 잡았다. 오동나무 앞 어린 버드나무 밑에서 싹튼 머루는 덩굴을 뻗어 큰 버드나무에 걸쳐 있다. 서향집은 여름날 오후가 되면 햇빛이 집 안까지 깊숙이 들어온다. 건물 가까이 오동나무를 심어 햇빛 가림막을 만들었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8.27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3] 산사 열매 익는 여름, 후투티 노래 들리는 듯A29면
그의 나이 52세(1758년) 때 그린 화조화 속으로 들어가 본다. 잎사귀가 독특한 나무 한 그루와 점박이 열매, 그리고 머리 모양이 특별한 새 한 마리가 금방 눈에 들어온다. 그림에는 초여름을 뜻하는 맹하(孟夏)에 그렸다는 글귀가 있지만 배경이 된 계절은 이보다 늦은 양력 8월 중하순으로 짐작된다. 대부분의 나뭇잎은 긴 타원형의 갸름한 모양이 기본이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얕은 톱니를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8.20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2] 여름날의 짚신 삼기와 물레질A29면
온통 상처투성이 고목나무 한 그루가 가지를 펼쳐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준다. 누구나 품 안에 보듬어 줄 것 같은 넉넉함이 화면 가득하다. 나무 잎사귀는 잎자루를 가운데 두고 대여섯 장씩 양쪽으로 달려있다. 전형적 물푸레나무의 특징이다. 이 나무는 마을 사람들에게 보호받아온 당산나무가 아니다. 사립문 밖에서 그냥 팽개쳐진 채 자라다 세월이 흘러 고목이 되어 버린 평범한 나무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8.06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1] 젊은 선비에게 잡힌 팔목, 그래도 싫지 않은 듯…A29면
화면 왼쪽의 두 그루와 오른쪽 아래의 꼭대기 가지들만 보이는 한 그루의 나무는 지금 막 분홍 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다. 가지 뻗음이나 꽃대 달림 및 꽃의 색깔 등이 독특한 배롱나무의 모습 그대로다. 화려한 여름 꽃인 배롱나무가 제철을 만난 듯 피고 있으니 때는 장마가 끝난 대체로 7월 중하순의 지금쯤이다. 가을까지 거의 백 일에 걸쳐 붉은 꽃이 핀다고 다른 이름은 백일홍나무다. 물론 꽃 하나가 백 일을 가는 것은 아니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7.30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0] 시 쓰기로 모인 선비들의 雅會A33면
맨 앞에 C자로 구부러진 고목나무는 옛 선비들의 손때가 묻은 곳이라면 한 그루쯤은 꼭 있어야 할 배롱나무다. 오른쪽 절벽 위에는 마을 뒷산에 흔한 상수리나무 두 그루가 자리 잡았다. 절벽 아래의 단출한 초가 별채는 처마 끝에다 길게 달아낸 시렁 위에 등나무 덩굴을 올렸다. 서향집인 별채에 해가림 시설을 하여 여름철을 시원하게 보낼 요량이다. 등나무는 다른 나무나 물체에 빌붙어 감고 올라간다 하여 옛 선비들은 멸시의 대상인 소인배와 비교했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7.23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9] 자귀나무로 백년해로의 축원을 담다A25면
오른쪽에는 고목 맛이 나는 큰 나무 한 그루가 석문 뒤편으로 자라 올라갔다. 그림의 소재로는 흔치 않은 자귀나무다. 잎사귀와 꽃을 단 가지도 석문 안팎으로 뻗어 있다. 화가는 작은 바위구멍은 물론 석문 안으로도 그려 넣을 만큼 이 나무에 정성을 쏟았다. 확대하여 자세히 보면 긴 잎자루 하나에 여러 개의 잎이 붙어있는 겹잎이다. 가느다란 붉은 선으로 그린 부분이 꽃이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7.09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8] 상서로운 동식물로 무병장수를 기원하다A29면
물이 흐르는 계곡 풍광을 담은 여덟 폭 병풍에서 남아 있는 두 폭 중 여름 그림이다.화면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불쑥 나온 바위에서는 하얀 꽃이 피어 있는 자그마한 치자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래로 길게 늘어지는 나뭇가지와 진한 초록 잎을 바탕으로 활짝 핀 꽃과 꽃봉오리가 적절히 섞여서 조화를 이룬다. 실제의 치자 꽃은 아기 주먹만큼이나 크고 우윳빛이 들어간 도톰한 꽃잎 6장이 거의 젖혀져 핀다. 그림 속 치자 꽃잎은 모두 5장이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7.02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7] 무슨 소망을 품고 오셨나, 부처님 찾는 귀부인A29면
큰스님 만나고 돌아 나올 때 더 간절한 소망을 담을 심산이다.돌무더기 앞에는 젊은 나무 한 그루가 키만 껑충하게 서 있다. 세월이 지나면 위엄을 갖춘 아름드리 고목나무가 되어 오가는 백성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서낭당 지킴이가 될 터다. 약간 갸름한 잎 모양새나 줄기가 뻗는 모양, 자라는 위치 등으로 봐서는 느릅나무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6.25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6] 단옷날 멱 감는 여인들 훔쳐보는 동자승A29면
배경은 숲속의 너럭바위를 감싸는 실개천이 흐르고 주위는 숲으로 둘러싸여 만들어진 은밀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기생으로 보이는 여인 몇이 대담하게 야외에서 낮 목욕을 하러 나왔다. 그러나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숨어서 목욕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동자승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네를 타거나 쉬고 있는 세 여인 옆에는 굵은 나무 두 그루가 그림의 중심을 잡고 있다. 그네 타는 여인 옆의 고목나무는 왕버들이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6.11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5] 서어나무 아래에서 목기 깎기
나무 베기는 대체로 늦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이루어진다. 이때가 나무 속에 수분이 가장 적어 건조가 빠르고 가공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목기를 만들 때 벤 다음 얼마 동안은 그대로 두어 ‘숨 죽이기’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림 속 두 사내는 작년에 베어둔 나무가 있는 산속으로 들어가 회전축을 돌리면서 작동하는 ‘피대’라는 목기 깎는 기구로 작업장을 펼친 모습이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6.04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4] 신선이 된 소년의 퉁소 소리A29면
고기잡이하는 아이와 숲 안에서 엎드린 채 쉬고 있는 소 한 마리가 한가로움을 더한다.우리의 옛 산수화에는 소나무가 가장 흔하고 다음이 버들이다. 특히 강이나 호수가 포함된 그림에는 반드시 버들이 등장한다. 가느다란 가지가 땅에 닿을 듯 늘어지는 버들은 수양버들과 능수버들 중 하나다. 수양버들은 중국이 고향이고 능수버들은 우리 땅의 토박이다. 그러나 둘의 모양새는 너무 닮아 구분이 어렵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5.14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3] 우물가의 은밀한 이야기, 엿듣는 양반A33면
젊은 여인 둘과 담장 밖의 나이든 양반이 그림 속의 등장인물이다. 혜원 신윤복의 정변야화(井邊夜話), ‘우물가의 밤 이야기’다.우선 절벽에 붙어 자라는 꽃나무부터 알아보자. 바위에는 보랏빛 꽃이 핀 철쭉 고목 세 그루가 옅은 황갈색의 새 잎과 함께 곱게 피어있다. 잎이 돋으면서 함께 꽃 피는 모습은 꽃이 먼저 피는 복사나무와 달리 바로 철쭉의 생태 특성이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5.07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2] 배꽃 아래의 강아지 세 마리, ‘아! 졸려!’A29면
거의 C자형으로 휜 돌배나무에는 새 두 마리가 앉아 꽃을 향하여 날아드는 나비와 벌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하지만 잡아먹을 마음은 전혀 없어 보인다. 나무줄기의 표면 여기저기에 새까만 혹이 수없이 붙어 있다. 새나 곤충에 의한 상처 흔적이거나, 바이러스 혹은 곰팡이 등에 의하여 생긴 것이다. 시달림을 이겨내고 자라는 나무임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4.30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1] 복사꽃 아래, 선비들의 시 짓기 모임A33면
아직 개회 선언은 안 한 것이다.사각 연못의 주변에 자라는 몇 그루의 꽃나무는 복사나무다. 줄기는 쭉쭉 뻗었고 나무껍질은 매끈하다. 한창 꽃이 곱고 싱싱하게 피는 나이 10~20년 남짓한 젊은 복사나무임을 나타낸 것이다. 조선 말기에도 이 일대를 비롯한 북한산 주변은 복숭아 과수원이 많았다. 그러나 그림 속의 복사나무는 꽃을 감상할 요량으로 가지치기하지 않고 제 자람대로 그대로 둔 것이다. 가지 뻗음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이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 2021.04.23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0] 능금나무 꽃과 놀란 새들의 사연A29면
새잎과 꽃이 피기 시작한 능금나무 한 그루와 여러 표정의 새들이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연초록의 어린잎과 짙은 녹색 잎이 섞여 있으며 잎 모양은 긴 타원형에 끝이 뾰족하다. 확대해 보면 굵은 Y자 잎맥이 2~3쌍씩 가운데의 주맥(主脈)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룬다. 잎 가장자리는 둔하고 얕게 팬 톱니도 확인된다. 활짝 핀 꽃은 하얀 다섯 장의 꽃잎을 펼치고 있다. 가운데는 여러 개의 가느다란 노란 꽃술을 정성스럽게 그려 넣었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4.09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9] 진달래꽃 아래 봄놀이A29면
왼쪽 산은 경사가 급하고 거친 흑청색의 능선을 따라 크고 작은 나무가 그려져 있다. 활엽수의 잎이 피기 전의 계절이므로 늘푸른잎나무인 소나무를 나타낸 것이다.바위산의 계곡과 오른쪽 산자락에는 제법 굵은 진달래 몇 그루가 자리를 잡았다. 위쪽 가지만 꽃이 활짝 피었고 아래 가지는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다. 이제 한창 꽃이 피고 있는 중이다. 상춘야흥(賞春野興)이란 그림 제목은 야외에서 봄 경치를 즐긴다는 뜻이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4.02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8] 따뜻한 봄날의 은밀한 사랑A33면
잠깐 머물다 떠나는 곳이지만 통나무 막 기둥으로 지은 허름한 초막이 아니다. 목수의 손길이 간 사각 기둥과 툇마루를 갖추었고 문창살의 격자도 정성이 들어 있다. 제법 품위를 갖춘 건물이다. 찾아온 남녀도 역시 격에 맞는 손님일 터이다. 툇마루에는 코가 볼록한 분홍 여자 신과 검은 남자 신이 놓여있다. 바쁘게 들어가느라 흐트러진 검은 남자 신은 방 안에서 일어난 일을 암시하기에 충분하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3.26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7] 봄은 매화로 온다A29면
우리 그림 속에서 만나는 매화는 대부분 줄기가 구부러지고 휜 고매이다. 그러나 이 그림은 드물게 매화나무 숲을 그렸다.그림 속의 글에는 ‘역매(亦梅) 형이 초옥에서 피리를 불고 있다. 고람 전기가 그리다’라고 적혀 있다. 우선 창문이 열린 별채에 앉아 피리를 부는 선비는 집주인인 역관 오경석이다. 그는 호를 ‘역시 매화’란 뜻의 역매로 지을 만큼 매화 애호가였다. 붉은 옷에 가야금을 메고 지금 막 다리를 건너는 선비는 화가 자신이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3.19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6] 병자호란의 작은 승리, 화강 전투의 현장A37면
겸재와 교류가 많았던 문신 김창흡은 그의 문집에서 이곳을 두고 ‘소나무인지 잣나무인지/ 울창한 숲을 이루었네…’라고 했다. 겸재가 잣나무 숲으로 그렸지만 실제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함께 자라는 숲이었던 것이다. 나무줄기를 자세히 보면 굵은 나무와 가는 나무가 섞여 있다. 사람이 같은 날 심지 않아 나이가 각각인 자연 상태 숲의 특징이다. 어릴 때 햇빛이 적게 드는 것을 좋아하는 잣나무는 소나무가 햇빛을 가려주면 살아가기가 훨씬 편하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3.05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5] 풍요를 기원하는… 보름달 아래 참나무A33면
월야산수도(月夜山水圖)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잎 진 숲속의 나무들을 비추고 있다. 힘차게 물이 흐르는 개울을 사이에 두고 화면의 가운데서 약간 비켜서서는 잎을 모두 떨어뜨려버린 고목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있다. 아래서 위까지 가지 뻗음에 방해를 받지 않아 원뿔형의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었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2.26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4] 용틀임하는 향나무 고목의 사연A29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아름드리 고목나무는 대부분 곧은 줄기를 갖는다. 그러나 향나무로 추정되는 ‘노백도(老栢圖)’ 속 나무는 줄기가 심하게 휘고 굽어 있어서 승천하려는 용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이다. 줄기와 나뭇가지의 뻗음이 초서체로 쓴 목숨 ‘수(壽)’ 자와 비슷하여 장수를 상징하기도 한다. 뒷날 덧붙여진 찬문(讚文)의 내용에도 장수를 축원하는 글이 있어서 향나무 고목에 대한 사람들의 바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2.05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3] 고목에 핀 붉은 애기동백A29면
한겨울 추위를 뚫고 화려한 붉은 꽃으로 장식하는 꽃나무에 애기동백이 있다. 지금쯤 남해안이나 제주도에 가면 만개한 꽃을 만날 수 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본다. 멋스럽게 휘어있는 고목나무에 애기동백 붉은 꽃이 피어 있다. 고양이와 새, 강아지가 꽃과 어우러져 아름답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이 그림 제목은 ‘화조묘구도(花鳥猫狗圖)’라 하며, 화가는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의 증손인 이암(1499~?)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1.29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 추사의 ‘세한도’ 속에 잣나무는 없다A25면
그림 속의 오른쪽 고목나무는 소나무, 나머지 3그루는 잣나무라고 흔히 해설한다. ‘송(松)’이 소나무인 것은 틀림없으나 ‘백(柏)’이 무슨 나무인지는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잣나무와 측백나무를 똑같이 ‘백(柏)’이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측백나무 종류 전체를 말한다. 잣나무는 우리나라 중북부에서 중국 동북부와 아무르강 북쪽 러시아에 걸쳐 분포한다. 중국 문화의 발상지인 황허나 양쯔강 유역 등 중국 내륙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1.22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 귀신 쫓으려 왕실 무덤에 심는 측백나무A29면
소한과 대한의 중간인 지금이 바로 그림 속의 그 계절이다.절 앞에 길게 늘어선 여섯 그루 고목나무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맨 왼쪽의 연하게 줄기만 그러져 있는 나무는 또 다른 ‘사문탈사도’에 나무 전체가 다 그려져 있어서 전나무임을 알 수 있다. 나머지 다섯 그루는 모두 측백나무이다. 사람 크기와 비교해 볼 때 두 아름이 넘는 고목나무이다. 땅에 맞닿은 줄기 아랫부분에는 모두 고깔 모양으로 나무 속이 썩어 있다.
오피니언 > 전문가칼럼 |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 2021.01.08
출처: 조선일보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 조선일보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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