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이자 지옥' 문학 속 낙동강의 역사
'장 담그는 봄철의/낙동강 소금배여//밤에는 등불을 밝히고/나루터에 잠을 자던 배'(이달희 '낙동강 소금배-낙동강 10').
500㎞가 넘는 강 중 단 22㎞. 부산에 허락된 낙동강은 60리가 채 안 된다. 일명 '서부산 낙동강'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강에 서린 기억마저 흐릿해졌다. 하지만 '물류(物流), 문류(文流), 인류(人流)'를 잇는 다층적인 공간답게 서부산 낙동강은 다양한 예술작품 속에서 제모습이 온전히 간직돼 있다.
부산발전硏 부산학연구센터
'서부산 낙동강 문학… ' 발간
요산 김정한 '모래톱… ' 등
문학으로 낙동강 변천사 풀어
70여 곳의 나루터·소금 배 등
옛 낙동강의 귀한 모습도 담아
강은교·서태수·허만하 등
문인들의 발자취도 흥미로워
서부산 낙동강을 품어낸 문학작품을 중심으로 한 책이 나왔다. 부산발전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에서 <서부산 낙동강 문학지도>를 펴냈다. 문학작품을 통해 서부산 낙동강의 변천사를 풀어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시도다. '문학지도를 그리는 일은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소와 공간을 추적하고 등장인물들의 삶을 따라 장소의 기억을 되새기면서 이를 통해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한 말처럼, 책은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낙동강의 변화된 모습을 촘촘하게 담아냈다.
책은 근대를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광복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흐름 순으로 낙동강을 훑어내린다. 시대가 품은 낙동강이 다르듯, 문학작품 역시 낙동강을 제각각 해석해냈다.
근대 초기를 비롯한 일제강점기 작품들에서 낙동강은 터전이자 지옥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배경(이광수 장편소설 <무정>)이었던 낙동강은 투쟁의 흐름이자 민족의 고난과 슬픔이 진하게 녹아있는 곳으로 역사적 사건의 무대에 전면 등장(조명희 단편소설 '낙동강')했다. 민중의 수난사(김용호의 시 '낙동강')가 고스란히 새겨진 낙동강은 여름철 폭우로 인한 범람으로 주변을 휩쓴 재난의 무대이기도 했다. 요산 김정한 선생의 단편소설 '모래톱 이야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낙동강의 파수꾼'으로 꼽힐 만큼 강의 근대화 과정을 작품 곳곳에 녹여낸 김정한은 낙동강을 단순한 재난의 장소가 아닌 '미래를 발굴하고 세계를 다르게 시작할 수 있는 장소'(단편소설 '슬픈 해후' '독메' 등)로 그려냈다.
이들 작품 속에 담긴 서부산 낙동강의 모습은 다채롭다. 강서구, 북구, 사상구, 사하구 등 70여 곳에서 확인된 나루터를 비롯해 이곳을 오간 소금 배, 소금 뱃길, 명지 소금, 명지 염전 등은 오늘날엔 흔적조차 찾기 힘든 귀한 옛 모습들이다.
'서부산 낙동강과 문인의 자취'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가덕도, 다대포, 하단, 에덴공원, 을숙도, 구포 등 낙동강과 이어진 구석구석은 문인들의 손길을 거쳐 잊힌 추억이 아닌 영원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김상화, 김형술, 양왕용, 정일근, 최영철, 허만하(이하 가나다순) 등의 작품에서 낙동강은 그야말로 살아 숨 쉰다. 강은교 시인은 다대포에 머무르며 시집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별 하나 넣고 다녔다>를 펴내기도 했다. 미술작품과 영화 속에 담긴 낙동강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책 끝부분엔 '낙동강 시조시인' 서태수 등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낙동강의 사람들'이 실려 시선이 머문다. 특히 낙동강에 담긴 여성의 삶은 그동안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급변하는 터전 속에서도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내며 미래를 기약하는 주민들의 삶은, 문학지도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500㎞가 넘는 강 중 단 22㎞. 부산에 허락된 낙동강은 60리가 채 안 된다. 일명 '서부산 낙동강'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강에 서린 기억마저 흐릿해졌다. 하지만 '물류(物流), 문류(文流), 인류(人流)'를 잇는 다층적인 공간답게 서부산 낙동강은 다양한 예술작품 속에서 제모습이 온전히 간직돼 있다.
부산발전硏 부산학연구센터
'서부산 낙동강 문학… ' 발간
요산 김정한 '모래톱… ' 등
문학으로 낙동강 변천사 풀어
70여 곳의 나루터·소금 배 등
옛 낙동강의 귀한 모습도 담아
강은교·서태수·허만하 등
문인들의 발자취도 흥미로워
서부산 낙동강을 품어낸 문학작품을 중심으로 한 책이 나왔다. 부산발전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에서 <서부산 낙동강 문학지도>를 펴냈다. 문학작품을 통해 서부산 낙동강의 변천사를 풀어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시도다. '문학지도를 그리는 일은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소와 공간을 추적하고 등장인물들의 삶을 따라 장소의 기억을 되새기면서 이를 통해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한 말처럼, 책은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낙동강의 변화된 모습을 촘촘하게 담아냈다.
책은 근대를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광복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흐름 순으로 낙동강을 훑어내린다. 시대가 품은 낙동강이 다르듯, 문학작품 역시 낙동강을 제각각 해석해냈다.
근대 초기를 비롯한 일제강점기 작품들에서 낙동강은 터전이자 지옥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배경(이광수 장편소설 <무정>)이었던 낙동강은 투쟁의 흐름이자 민족의 고난과 슬픔이 진하게 녹아있는 곳으로 역사적 사건의 무대에 전면 등장(조명희 단편소설 '낙동강')했다. 민중의 수난사(김용호의 시 '낙동강')가 고스란히 새겨진 낙동강은 여름철 폭우로 인한 범람으로 주변을 휩쓴 재난의 무대이기도 했다. 요산 김정한 선생의 단편소설 '모래톱 이야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낙동강의 파수꾼'으로 꼽힐 만큼 강의 근대화 과정을 작품 곳곳에 녹여낸 김정한은 낙동강을 단순한 재난의 장소가 아닌 '미래를 발굴하고 세계를 다르게 시작할 수 있는 장소'(단편소설 '슬픈 해후' '독메' 등)로 그려냈다.
이들 작품 속에 담긴 서부산 낙동강의 모습은 다채롭다. 강서구, 북구, 사상구, 사하구 등 70여 곳에서 확인된 나루터를 비롯해 이곳을 오간 소금 배, 소금 뱃길, 명지 소금, 명지 염전 등은 오늘날엔 흔적조차 찾기 힘든 귀한 옛 모습들이다.
낙동강의 옛 모습. 녹산포구. 문화콘텐츠닷컴 제공 |
책 끝부분엔 '낙동강 시조시인' 서태수 등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낙동강의 사람들'이 실려 시선이 머문다. 특히 낙동강에 담긴 여성의 삶은 그동안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급변하는 터전 속에서도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내며 미래를 기약하는 주민들의 삶은, 문학지도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을숙도 뱃길. 문화콘텐츠닷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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