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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복 (福)

복 (福)

 

편안하고 만족한 상태 또는 그에 따르는 기쁨.

일반적으로 행복이나 길운(吉運) 등으로 이해되고 있다. 자연숭배·조상숭배·샤머니즘 등의 형태로 유지되어온 민간신앙은 언제나 현세 기복(祈福)에 그 목적을 두어왔다. 이런 신앙행위는 유교·불교·도교 등의 종교가 유입되자 이들과 융합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복의 개념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굳이 유교·불교·도교 등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복은 일상생활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즉 "아내를 잘 얻는 것도 복이다", "누구든지 자기 복은 지고 태어난다"는 등의 말처럼 복을 상징하는 구체적인 행위들을 실제로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복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복의 개념은 2가지 관점에서 풀이할 수 있다. 첫째는 불교와 관련된 개념이다. 불교의 대삼재(大三災)인 화재·수재·풍재와 소삼재(小三災)인 도병재(刀兵災)·질역재(疾疫災)·기근재(饑饉災), 그리고 팔고(八苦)인 생·로·병·사·애별리고(愛別離苦: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하는 고통)·원증회고(怨憎會苦:미워하는 사람과 마주쳐야 하는 고통)·구부득고(求不得苦:얻고 싶은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오음성고(五陰盛苦:色·受·想·行·識의 五蘊이 성하여 일어나는 고통) 등과 같이 불교에서 말하는 삼재팔고가 모두 현세의 액이나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복의 관념을 지니고 있다. 둘째는 유교적인 개념이다. 이는 오복이나 삼복 등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되었다. 오복은 〈서경 書經〉에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有好德)·고종명(考終命)으로 언급되어 있고, 삼복은 연명장수(延命長壽)·부귀영화·평강안녕(平康安寧)을 의미한다. 이 역시 모두 현세의 액에서 벗어나고자 하거나, 또는 현세의 안녕을 바라는 것이다.


복을 얻기 위한 행위로서 소극적으로는 액막이·나례(儺禮:악귀를 쫓는 축귀의례)·부적·방귀매(防鬼枚:복숭아나무 가지로 만든 빗자루로 창살을 두드려 잡귀를 문 밖으로 내쫓는 민간신앙) 등으로 표현되었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성공제(誠貢祭)·기은제(祈恩祭)·고사(告祀)·굿 등으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이런 기복행위는 구체적인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에 복을 주관한다고 믿었던 제석신(帝釋神)·대감신(大監神)·성주 등의 신격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들 신격은 인간의 수명·재물·성공을 주관하는 신으로 숭배되었다. 민간신앙에서 토착화된 불교의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삼성각(三聖閣)·산신각(山神閣)·칠성각(七星閣) 등에 모셔진 신격도 역시 이들과 동격이었다.


한편 복을 비는 행위나 상징은 가신(家神) 신앙을 통해 잘 나타났다. 가신 신앙은 집안에 깃들어 있는 신을 모시는 무속의 일종으로 집에는 다양한 신격들이 있어 이들이 집안의 요소요소를 도맡아 보살펴준다는 믿음이었다. 명절이 되거나 별식(別食)이 생기면 우선 가신에게 바쳤고, 정초의 안택(安宅)이나 가을 상달고사 때는 이들 가신에게 고사를 지냈다. 이들 신이 보살펴주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이 복을 받고 편히 살며 집안의 대소사가 평안하다고 믿었던 것이었다. 가신에는 집안의 죽은 조상을 모시는 조상신, 출산신인 삼신, 외양간신인 우마신, 뜰의 신인 지신, 샘의 신인 우물신, 장독의 신인 철룡신 등 다양했다. 또한 의식주생활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식생활의 경우 명절의 음식에 잘 나타났다. 설날에는 새로운 정신과 몸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하여 복을 빌며 차례도 지내고 세배를 하는데, 이때 반드시 떡국을 먹어야만 복을 받는다고 믿었다. 또다른 기복의 행위는 간지(干支)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간지는 10간과 12지를 서로 조합하여 만든 60개의 순서를 통해 우주만물을 주역의 이치에 따라 배열한 것이다. 이는 결혼·장례·이사 등 특정일의 날을 잡는 일에 이르기까지 민간생활과 아주 밀접한 것이었다. 특히 사람의 생년·월·일·시의 간지를 사주(四柱)라고 하는데, 사주가 그 사람의 운명을 미리 결정한다는 속신의 발생과 함께 혼인의 택일, 남녀의 궁합을 정하거나 흉일을 피하는 비방으로 이용되었다. 그리고 인간의 길흉사를 결정하는 각종 재난을 미리 예언하여 이를 피하고자 하는 수단으로도 사주는 이용되었다.


기복행위는 제액(除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세시풍속에 따라 정기적으로 행해졌다. 조선 후기의 혼란한 사회상황에서 복에 대한 갈망은 각종 신종교 발생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또한 외래종교가 유입되더라도 민간에서는 이를 기복적인 성격으로 변형시켜 흡수했다.


崔禎鎬 글

 

  • 참고문헌 (복)
    • 한국전통문화의 정신분석-신화·무속·종교체험 : 김광일, 교문사, 1991
    • 한국무교의 역사와 구조 : 유동식, 연세대학교, 1988
    • 한국무속사상연구 : 김인회, 집문당, 1987
    • 소설에 나타난 한국인의 가치관 : 김태길, 정음사, 1986
    • 복에 관한 연구 〈월간조선〉 : 최정호, 조선일보사, 1983. 8, 1984. 9

출처: 민간신앙

http://cyberspacei.com/jesusi/inlight/religion/ref/secular.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