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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이야기

망미동 광산촌 골목

골목이야기<13> 망미동 광산촌 골목

 

수많은 사연과 비밀을 간직한 도심 광산촌

 

 

    <동화책에서나 나올듯한 성냥갑 같은 망미동 광산촌 골목>

 

<금과 구리를 캐내던 갱도>

그 옛날 광물을 캐기 위해 파 놓았던 갱도가 아직도 남아있는 곳이 있다. 바람도

어 간다는 금련산자락. 이곳은 일제강점기 수탈을 목적으로 이용되었던 광산의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특히 수영구 일대는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광산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 중에서도 망미동은 광물 채취를 위해 모여 살았을 사람들이 형성한 광산촌의 형태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련산을 병풍삼아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한 부산여상 앞에 다다르면 학교 담을 옆으로 두고 산을 향해 이어진 제법 널찍한 골목길이 있다. 도심 외곽동네 즈음 어디서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저그런 흔하디 흔한 골목으로 지나치기엔 더없이 많은 비밀을 간직한 길.


 끝없이 이어진 비탈진 골목길은 오르면 오를수록 점차 좁은 골목길로 변해간다. 마치 나무가 가지를 뻗듯 경사진 골목길 사이사이에 또 다른 작은 골목들이 여기저기 뻗어있어 지나치는 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가지처럼 뻗어난 어느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마치 다시는 나오는 길을 찾지 못할 미로의 입구를 들어서는 듯 호기심과 두려움이 교차되기도 한다. 한사람이 겨우 지나칠 정도의 좁디좁은 골목들을 마주보고 상냥갑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형태는 전형적인 광산촌의 모습이다.

 

지금의 여름 낮한가로운 골목풍경과는 달리 한때는 광부의 어린아이들이 뛰어다니며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그 골목들을 메우고, 고단한 광부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오고가던 길이기도 했으리라.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성냥갑모양의길쭉길쭉한 집들은 강원도 어느 마을이었던가, 석탄을 캐던 광부들이 살았다던 탄광촌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게한다.


일제강점기 광맥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일본인들은 다양한 광물을 수탈하
기 위해서 마을사람들을 상대로 가혹하게 노동력을 착취했다고 한다. 아직도 이곳에는 고달픈 삶을 살아갔던 광부들의 이야기가 어려 있는 듯하다.

 

망미동 광산촌 골목 끝 아픔을 간직한 동굴법당
아픔의 공간에서 치유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광산

 산을 향해 이어진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고 또 올라가면 골목의 끝자락엔 고즈넉한분위기의 사찰이 자리잡고 있다. 광산의 흔적이 제법 잘 보존되어 있다는 사찰. 우암사라 불리는 사찰에는 그 옛날 금과 구리를 캐내던 갱도였던 곳에 동굴법당이 들어서 있다. 절 뒤편으로 돌아가자 놀랍게도 정말 동굴이 그 모습을 나타냈다. 일본인들은 당시 광맥을 찾기 위해 금련산맥에 수많은 갱도를 뚫었다고 한다. 당시로는 상상할 수도 없었을 정도로 큰 규모의 광산. 혹독했던 그 시절의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갱도의 모습에 가슴 한편이 저려온다.

 

입구에 다가가자 한여름의 바깥 날씨와는 달리 서늘한 기운이 동굴 안으로부터 스
며나온다. 동굴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굽이굽이 길고 긴 동굴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소름이 돋도록 시원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고 8월의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입김이 눈에 보일 정도이니 동굴안의 온도는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동굴의 끝에 다다르자 과거가 남긴 상처를 보듬은 듯 자애로운 미소를 품은 부처님이 길손을 맞이한다. 동굴이 간직한 서러웠던 과거와 길손의 마음에 담은 번뇌까지 어루만져주는 부처님께 안녕을 고하고 동굴 밖으로 나오자 푹푹 찌는 여름더위에 또다시 숨이 막혀온다.

 

동굴 옆에는 또 다른 돌계단이 산을 향해나 있다. 올라가보니 또 다른 동굴이 보인
다. 한때는 금과 구리를 캐내는 광부들로 분주했을 그 곳은 이제는 그저 고요함만이 남아있다. 동굴 안 깊숙이 밝혀놓은 조명으로 이 동굴 또한 그 길이가 제법 긴듯하지만, 안전을 위함인지 두 번째 동굴은 몇 발짝 들여놓자 바로 불공을 드리기 위한 작은 법당으로 꾸며져 더 깊이 들어갈 수는 없었다.

 

소원을 빌면 성취여부를 알려준다는 돌미륵부처님도 동굴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동굴법당은 제법 높이가 높아 3층까지 계단이 놓아져있다. 수많은 중생들의 소원과 아픔을 치유해주시는 부처님이 계단 위 유리관 안에도 모셔져 있었다.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가 치유의 공간으로 변모한 동굴 법당. 동굴을 뒤로하고밖으로 나오니 저 멀리 연산동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골목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우암사에서 돌아내려오는 길에 내려다보이는

광산촌 집들은 과거의 비밀을 간직한 채 총총히 모여 앉아있다. 비탈진 산자락에서 서로 마주보듯 옹기종기 모여앉아 지금은 잊혀져버린 그들만의 지난날을 속삭이는 듯 하다. 
 

유정은 기자

[2011년 8월 18일 목요일 22호 12면]

 

 

<광산촌으로 향하는 부산여상 옆 골목길>

 

 

 

 


<나무가지 뻗듯이 곳곳으로 뻗어나 있는 골몰길>



<가파른 골목길 사이사이 또다른 작은 골목길>



<우암사로 올라가는 가파른 골목길>

 

 

<우암사 동굴법당 안에서 내다본 바깥 모습>

<동굴의 막다른 곳에서 길손을 맞이하는 부처님>

 

 

<우암사>

 

<다른 동굴법당 입구>

 

 

<동굴안 법당>

<소원을 비는 돌미륵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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