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바꾸자 '빅 하트 프로젝트'] 4. 공업도심 사상, 스마트시티로 재탄생-가능성
다문화·예술·공장 이어주는 '고리' 찾아라
2015-02-02 [21:04:26] | 수정시간: 2015-02-04 [10:50:42] | 5면
▲ 젊은이들의 문화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는 부산 사상구 괘법동 사상인디스테이션. 정종회 기자 jjh@ |
"발전 요소는 풍부하나 무엇인가 아쉽다."
본보의 '빅 하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자문단이 사상 곳곳을 둘러본 뒤 내린 공통된 의견이다. 역동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음에도, 흐름이 단절 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연결해 줄 수 있는 '고리'를 찾는 게 급선무라고 자문단은 입을 모았다.
발전 요소·역동성 풍부하지만
한데 연결해 줄 고리가 전무
주민과 근로자 어울릴 수 있게
공장 지대와 CATs 여건 개선
감전-주례·학장-서부터미널
각 지역 잇는 매개체도 절실
특히 소비·문화 중심지를 대표하는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인근과 사상구청·북부산 세무서가 들어선 감전동 행정지역, 사상스마트시티로 지정된 주례·학장동 공업지역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공단지역을 재생하는 스마트시티에 여유와 문화의 온기를 불어넣어 도심의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다.
부산발전연구원 김형균 선임연구위원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사상구청까지 구간의 정체성이 애매하다"면서 "공공성을 갖춘 시설을 군데군데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장 지대 개선에 대한 의견도 쏟아졌다. 사상구는 부산의 광공업 사업체 중 25.7%, 월평균 종사자 18.2%, 생산액 14.1%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공업지역이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신발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공단 전체가 활기를 잃은 것도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래된 공장 1~2개소를 리모델링해 '청년창업센터'로 조성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젊은 층을 사상공단으로 끌어와 활기를 불어넣자는 복안이다.
경성대 강동진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단내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고 도시철도역에 '에코 자전거 주차장'을 설치하면 좋겠다"면서 "사상공단을 기후변화시대에 대응하는 '생태산업단지'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발 박물관'에 종사자 애환담자
사상인디스테이션(CATs)에 주민·상인·근로자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CATs가 생활 속의 문화·예술을 강화해야만 주변 상권과 잘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CATs에 공개 무대를 만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CATs를 홍보하는 방법도 거론됐다.
한때 융성했던 신발산업의 기억을 되살려 사상구의 새로운 문화 아이템으로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테면 '신발 박물관'을 건립해 당시 신발 산업 종사자의 애환을 풀어내면서 '제2 국제시장' 효과를 노리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다문화 특화거리에는 판매대 설치가 쉽도록 이마트 벽면의 화단을 제거해 거리 폭을 넓히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부산발전연구원 박상필 연구위원은 "CATs라는 하드웨어에 주민 친화적 문화를 어떻게 심을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CATs-명품가로공원-다문화 특화거리까지 엮을 수 있는 문화 아이템 발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태도시 첫걸음은 '단절' 극복
차로와 철로로 단절된 지역에는 연결 도로가 반드시 들어서야 한다. 삼락생태공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르네시떼 앞 낙동대로와 강변대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연결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사상구청은 도로 양 지역을 인공지반으로 연결하는 것과 유사한 '리버프론트' 사업 계획안을 준비하고 있다. 삼락공원이 길게 조성돼 있다보니 연결로를 여러 곳에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철로로 단절된 백양로와 사상역을 잇는 도로를 만들어 신라대까지 연결한다면 문화·교육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라대 장희정 국제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신라대 학생들을 광장로로 자유롭게 내려와 문화적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사상을 생태·문화 도시로 만들 수 있는 첫 걸음이 철로와 차로로 단절된 것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도심을 바꾸자 '빅 하트 프로젝트'] 4. 공업도심 사상, 스마트시티로 재탄생-현주소
생태도 문화도 단절된 '삭막한 회색도시' 사상
2015-02-02 [20:48:57] | 수정시간: 2015-02-04 [10:53:28] | 4면
▲ 철로로 도심이 단절된 부산 사상구 괘법동 사상역 일대. 정종회 기자 jjh@ |
"쿵, 쿵, 쿵… 지잉, 지잉, 쿵"
지난달 29일 부산 사상구 학장동 공장 일대. 공장들이 빼곡히 들어선 거리엔 기계음소리와 주차된 차량만 가득했다. 가끔씩 먼지 묻은 작업복 차림의 근로자들이 공장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문득 공장 근로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쉬는 시간을 보낼지 궁금해졌다. 10분 이상 걸어도 도심에서 흔히 보는 쌈지공원은커녕 앉을 수 있는 벤치조차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큰 공장의 조경수를 제외하곤 풀 한 포기 구경하기 어렵다. 물건을 사려고 해도 담뱃가게 외에는 상점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근로자들에게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는 쉼터는 공장 지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사치일까.
쌈지공원은 커녕 벤치도 없어
삭막하기 그지없는 공단
터미널 인근 문화시설 CATs
유흥시설들과 어색한 동거
차로에 막힌 삼락생태공원
걸어서 접근하기 어려워
■문화와 유흥가의 부조화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기자 광장로 교통섬에 자리잡은 사상인디스테이션(CATs)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CATs에서 각종 공연과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것을 알지만, 현장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CATs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건너 광장로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대낮이지만 술집과 노래방의 네온사인이 어지럽게 돌아간다. 낯뜨거운 간판을 내건 퇴폐업소도 눈에 띄었다. 도로 하나 건넜을 뿐인데 다른 세계로 발을 내디딘 기분이다. 최근 사상구는 문화 불모지 오명을 벗기 위해 CATs 등을 내세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문화의 향기가 골목 구석구석 퍼지지 못한 것은 아쉽다.
■'다문화 거리' 신선하긴 한데…
이번에는 애플아웃렛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명품가로공원을 걸었다. 이마트 사상점에 이르자 인도 요리점에서 흘러나오는 인도 음악이 귀를 사로잡았다. 인도 요리점을 기점으로 광장로21번길로 들어서니 인도네시아 요리점, 중국·동남아 식자재 상점이 펼쳐졌다. 구청은 이 일대 500m 구간을 '다문화 특화거리'로 조성한다. 부산 거주 외국인의 11%(5천500명)가 사상구에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좋은 계획이다. 하지만 도로 폭과 구간이 넉넉치 못해 답답하다. 가뜩이나 좁은 거리의 한쪽 면은 주차된 차량들의 차지였다. 게다가 도로를 따라 난 이마트 벽면도 공간을 제한해, 활기찬 거리를 만들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차로가 만든 단절
부산~김해경전철 르네시떼역과 삼락생태공원을 연결하는 국내 최장육교 '강변나들교'. 강변나들교에 올라서 삼락생태공원까지 걸어가면서 발 아래 펼쳐진 도로 차로를 세어봤다. 낙동대로 왕복 8차로에, 강변대로 왕복 4차로. 폭이 100m나 되는 12차로 도로가 삼락생태공원과 르네시떼역 사이를 강처럼 가로지르는 셈이다. 과거에는 삼락생태공원에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7.04㎞ 전 구간 중 두 군데 밖에 없었다. 강변나들교가 2011년 8월 개통되고 그나마 삼락생태공원 접근성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철로가 만든 단절
신라대 인근 백양로에 들어선 프랜차이즈 커피점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많다. 이 커피점에서 멀리 낙동강 풍광까지 감상할 수 있었지만, 가까운 곳에서는 철로가 두동강 낸 사상의 또다른 모습이 보였다. 이 철로 때문에 고립된 괘내마을은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반면 철로를 건너 사상역부터 시작되는 광장로에는 행인들로 넘쳐났다. 차로로 단절된 삼락생태공원이 그렇듯이 이곳 역시 철로로 단절된 두 지역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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