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와 범어사를 중심으로 전해 오는 영산재.

 

〔전승내력〕

통도사·범어사 두 절의 스님들을 중심하여 조직된 어산회는 백여 년의 전통이 있으며, 범패와 작법무(作法舞) 및 영산재의 의식절차를 익혀왔다. 1972년 10월에 부산의 금정산 국청사 주지 김용운(金龍雲)을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호 범패의 예능보유자로 인정한 바 있으나 이듬해 1월에 입적한 까닭에, 그간 그의 제자들이 범패와 작법무를 계속 연마하는 한편 영산재의 의식절차를 정비하여 1991년에 완성을 보았다.

 

1993년도의 지정 때 문영호(文瑛浩)는 도량장엄과 범패, 조병태(趙炳台)는 범패, 김영규(金英奎)는 나비춤, 신석갑(辛錫甲)은 바라춤의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내 용〕

부산영산재의 진행절차는 일반적으로 시연·대령(對靈관욕(灌浴신중작법(神衆作法)·상단권공(上壇勸供)·중단권공(中壇勸供)·봉청(奉請)·봉송(奉送)·시식(施食)·존시식(尊施食)·회향의례(回向儀禮)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 같은 작법을 행하기 위해 먼저 도량(道場)을 장엄(莊嚴:공덕으로 심신을 꾸밈)한다. 도량장엄은 법당 안팎의 장식으로 나누어진다. 당내에는 지장단에 십왕번을 건다. 영단에 칠여래번을 걸고, 지화(종이돈)로써 위패 좌우를 에워쌓아 연화대를 방불케 한다.

 

영단 밖에는 별도로 관욕단을 설치한다. 당외 도량에는 앞뜰에 횡렬로 줄을 치고 갖가지 번을 달며 각종 등롱과 괘, 십이지, 팔회강, 연, 깃발, 일산 등을 갖춘다.

작법진행에는 범패가 시종 따르며, 태징·꽹과리·북·바라·목탁·요령·쇄납에다 대사물(大四物)인 범종·법고·운판·목어를 곁들인다. 악기의 기본 타법은 ‘내림쇠’로서 끝에 3타(三打:불·법·승)하는데, 이를 ‘영남쇠’라 일컫는다.

 

음성공양은 범패가 주이며, 바깥차비인 영산재에는 화청(和請)과 회심곡이 삽입된다. 부산지역 범패에 관한 특별한 문헌자료는 없다. 다만 100여년 전 범어사의 안관회(安寬悔) 스님과 대산(大山) 스님의 맥을 용운 스님이 이은바를, 지금은 부산불교어산회에서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 범패는 기호지방의 경산제(京山制)에 대해, 아랫녘소리인 대구 팔공산제(八公山制) 중 통·범소리로 분류된다. 통·범소리는 경산제에 비해 은은하면서도 담백하고 엄숙한 풍모가 있으며, 음폭이 크고, 기본 종목이 더 다양하며, 홑소리를 많이 부른다.

 

신업(身業)공양의 작법무에는 나비춤·타주(打柱)춤·바라춤·법고춤 등이 있으나, 경산제에 비해 빈약하여 이 영산재에서는 바라춤과 나비춤만 춘다. 이들은 불전공양을 위한 춤인 까닭에 춤사위가 흔히 자비·교화를 상징한다.

 

바라춤에는 1인이 추는 평바라, 2인의 겹바라, 4인의 쌍바라와 대중의 잡바라가 있지만, 여기서는 겹바라를 춘다. 부산 바라춤의 특색은 한손바라를 머리에 이고, 다른 한손바라는 수평으로 뻗치며 회전하고, 양손바라는 합쳐 수평으로 뻗치며 회전하기를 반복하는 점이다.

 

나비춤은 부처님의 가지(加持:부처님의 힘으로 중생이 부처님의 경지에 이르는 일)를 받아 법열에 도달하기를 기원하는 뜻을 지닌다. 팔정도와 십선(十善)을 상징하는 팔회십전(八廻十轉)이 부산나비춤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