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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이야기

울산의 옛길 가늠할 명문 자료 발견

울산의 옛길 가늠할 ‘명문<銘文>자료’ 발견

박물관추진단 신형석 학예사 ‘울산발전27호’서 순치12년 석각 공개

승인 2010.06.03
▲ 반구대 암각화에 이르는 길 바위면. 순치12년(1655, 효종6년)에 암각화에 이르는 벼랑길을 보수한 뒤 시주한 사람 등의 이름 등을 남긴 석문이 새겨져 있다.

 

 

 

 

 

 

 

 

 

 

 

 

 

 

 

 

 

 

 

 

 

 

 

 

 

 

 

 

 

 

350년 전 사람들은 백련구곡과 반구대암각화 등의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벼랑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암각화에 이르는 길에서 울산의 옛길을 가늠할 수 있는 명문(銘文) 자료가 최근 발견됐다. 여물지 못한 바위의 재질과 오랜 세월이 흐른 탓인지 마모가 심해 상세한 내용을 아는 이가 드물었다.

하지만 울산박물관추진단 신형석 학예사가 최근 <울산발전27호>(울산발전연구원 펴냄)를 통해 그동안 연구조사한 관련 자료를 발표,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이 명문은 암각화 가는 길에 자리한 반구서원에서 ‘암각화 속으로’라는 식당으로 넘어가는 길가 바위면에 새겨져 있다. 육안으로 보더라도 글자 군(群)의 존재를 확인할 수는 있으나 상당수의 글자는 판독이 불가능한 것이 적지 않다. 글자를 새긴 부분 윗쪽은 비를 맞지않도록 모자의 창처럼 튀어나와 있는 모양새다. 조성 당시에 글자가 마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음을 엿볼 수 있다.

명문은 ‘順治(순치) 12년 을미 18일, 硯路(연로) 改修(개수) 공사에, 施主(시주)는 □今, □□, □□□, □命卜(?)□이며, 化主(화주)는 □□, 石手(석수)는 方□이다’고 알리고 있다.

연로는 ‘벼룻길’의 한자식 표현으로 ‘아래가 강가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을 뜻한다. 내용대로라면 1655년(조선 효종 6년) 벼룻길에 대한 개수공사가 이뤄졌고, 그 비용을 관청이 아닌 일반인이 대었으며, 시주 및 화주 등 불교적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반구대 주변에 있었던 ‘반고사’ 등과의 연관관계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월 울산시 박물관추진단 김우림 단장이 직접 석각을 찍어 보여주며 “순치12년 연대가 확실한 명문이 안내판도 없이 방치돼 있다”면서 자세한 조사를 통해 그 내용을 밝혀보라고 제안한 것이 단초가 됐다.

신형석 학예사는 “울산의 옛길, 어울길, 둘레길 등 최근 지역사회의 관심도가 ‘길’을 테마로 한 프로젝트에 실린 만큼 이번 석각이 관련 사업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며 “수백년 간 이어진 옛길을 현재 우리도 걷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구대를 찾는 길이 더욱 각별해 질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