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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스크랩] 비와 안개로 감싸인 알람브라

 

 빗방울이 여전히 오락가락한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는 가 싶다가도 후두둑 우산을 강타한다. 알바이신을 걸어가기로 했던 애초의 약속을 뒤로 하고 누에바 광장에서 알바이신 지구를 순환하는 31번 미니버스를 탄다.  차장 밖으로 스치는 풍경에 심장이 졸깃거릴 정도다. 미로 같은 골목길이 어찌나 좁은 지 미니버스라도 지나가면 사람들은 거미가 되어 건물로 바짝 달라붙어야되기 때문이다. 방향을 바꾸기라도 할 라치면 행여 창이 벽에 부딪히지는 않을까 다리에 힘이 저절로 주어진다.

 

산 니콜라스 전망대

 

다음날 알람브라 궁전에서 바라본 산 니콜라스 전망대(십자상 있는 곳, 저 곳에서 하염없이 알람브라를 담다)

 

알바이신 지구 샤코르몬테 지역

 

그렇게 골목길을 거슬러올라가는 데 운전기사가

"산 니콜라스" 하면서 쳐다본다. 알람브라를 전망할 수 있는 산 니콜라스 전망대가 코 앞이니 내리라는 신호이다. 후다닥 버스에서 내려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니 확 트인 광장이 나온다. 눈을 한 번 깜박였을 뿐인데 알람브라 궁전이 두 눈에 꽂힌다. 온 몸의 피가 역류되는 듯  어찔하다. 꿈은 아닌 지 괜시리 한쪽 볼을 톡톡 두들겨본다. 회색으로 가라앉은 시간 붉으스름한 성채와 성벽이 고고하게 그 자리에 서 있다.

늦잠이라도 자서 지각할까 허둥대는 아이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나. 뷰파인더를 잡은 손이 자꾸만 덜덜 떨린다.

 

파노라마에 담은 알람브라. 수전증을 일으킨 치명적인 아름다움

 

허공을 향해 맥없이 손이 뻗어나가고 한 손으로 겨우 잡은 우산까지 놓쳐버렸다. 카톨릭 왕 부처가 그라나다를 침입하자 나스르 왕조 초기의 왕인 무하마드 12세는 알림브라 궁전을 고스란히 내주고 아프리카 대륙으로 몸을 피했다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으면서 알람브라를 보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지. 무하마드 왕 덕분에 그라나다에는 이슬람 건축과 문화가 온전히 남아있다지. 알람브라 궁전을 건조하기 시작한 것이 카톨릭 왕 부처의 레콩키스타 운동이 펼쳐진 시기라던 데. 무어인들은 무슨 생각으로 전쟁의 역사 속에 시리도록 아름다운 알람브라를 지었단 말인가. 

 

 

혹자는 알람브라를 '죽음을 맞이하는 이의 마지막 화장'이라고 하였다. 죽음보다 더 철저한 고통과 슬픔을 안고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마지막 화장을 바라보아야했던 왕의 통한이 밀려온다. 지독한 아름다움이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이다.

 

알람브라 궁전 알카사바와 벨라의 탑

 

                                                          나스르 왕조 궁전과 산타 마리아 교회

 

 알바이신 지구에서 알람브라 궁전을  나만의 필름에 담아낸다. 어둠이 짙어져 불빛에 의지할 때,  천천히 천천히 알바이신 지구를 내려왔다.

 

 

그 날 알바이신 지구 동굴 플라멩코를 보러 갈 때 알함브라 궁전이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야경이 그만이라고 말했지만 야경을 난 끝내 보지 못했다. 안개가 온통 알람브라 궁전을 휘감았기 때문이다. 비는 그치고 달빛은 고요한 데 안개로 몸을 감싼 알람브라! 그 도도함에 그 거만함에 찬미할 지어다.

 

 

 

 

 

 

 

 

 

 

 

 

 

 

 

 

 

 

 

 

출처 : 별을 가꾸며
글쓴이 : 호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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