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도시의 도심을 기행하다보면 가끔 下馬碑를 만나게 된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한번쯤 그 뜻을 새겨보는 것도 또 다른 기행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고 하겠다.
하마비란 조선 태종13년(1413)에 종묘와 궐문 앞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표목을 세워 이곳을 지날 때에는 계급의 고하를 가리지 않고 말에서 내려 걷게 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大小人員皆下馬' 또는 '下馬碑'라고 새겨진 비석은 왕이나 장군, 성현, 명사, 고관의 탄생지나 묘소 앞을 지날 때 말에서 내려 경의를 표하고 걸어가게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부산에도 부산진구 양정동과 연제구 거제동 경계지점인 동해남부선 굴다리 옆에 조용히 자리 한 하마비가 있다.
원래 부산진구 양정동과 연제구 거제동 경계지역에는 하마비가 아니라 하마정이 있었다고 한다. 이 하마정은 오늘날의 동해남부선 철로의 거제역에서 간선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린 굴다리쯤 자리가 된다. 양정동의 화지산에 정문도 공이 묻힌 뒤 그 후손이 크게 번창하여, 고려시대의 명문 세가가 되어 정문도공이 묻힌 자리를 정묘라 하고, 그 정묘를 세인들은 숭앙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래서 정묘가 있는 그 앞길을 지날 때면 동래 정씨 집안이건 집안이 아니건 정묘에 예를 표하기 위하여 말에서 내렸다. 그래서 하마정이란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 하마정은 고려 때 이미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때 생긴 하마비보다 앞서게 된다. 이 하마정은 오늘날에도 현지지명으로 남아 있다.
지금 온 나라는 대학입시 문제로 시끌이 법석이다. 논술이니 구술고사니 하면서 고3 수험생뿐만 아니라 그 학부형들에게도 무형의 멧돌무게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은 힘듬에서 벗어나는 심정으로 자녀들과 이곳 하마비가 있는 하마정을 빨강우산 노란우산으로 찾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또한 논술과 구술 준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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