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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스크랩] 들국화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시 : 천상병 : ' 들국화 '

♬ : 이동원 : ' 그대를 위한 가을의 노래는 '














그대를 위한 가을의 노래는
비올라의 선율
피카소의 색채

그대를 위한 가을의 사랑은
들국화의 향기
갈대꽃의 몸춤

세월의 어느 순간
나무 끝 흔드는 바람같이

그대를 위한 가을의 노래는
음~~음~~~

그대를 위한 가을의 노래는
비올라의 선율
피카소의 색채

세월의 어느 순간
가슴에 고이는 호흡같이

그대를 위한 가을의 노래는
음~~음~~~

비올라의 선율
피카소의 색채













녹음은 간 곳 업는
어느듯 금풍이라.
갓득이나 아득이든
지향업는 이 마음은
휘도는 닙새와도 가치
쓸쓸스려 하노라.



마치 무슨 빛바랜 고시조 한 수를 보는 듯하지만 위에 소개한 시는
1926 9. 30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일엽(一葉)의
'추회(秋懷)'라는 시조 비스드리무리한 시다.
이 시를 쓴 때가 일엽의 나이 30세로 아직은 삶을 관조하는 여유있는
시선은 다소 부족한 듯하나 그러기에 더욱 더 호감이 가는 시다.
이 시를 쓴 3년 후인 1928년 33세의 나이로 일엽은
만공스님의 게를 받아 삭발하고 승적에 든다.


봄꽃 가을달이 절절이 되오기에
내 청춘도 매양인양 그렁저렁 반 늙엇다.
이後란 시절에 속아 노닐줄이 잇으랴.



여승으로서 산사에서 생활한 지 4년 후인 일엽 나이 37세,
1932년 가을에 발표한 '만각(晩覺)'이란 시다.
결삭은 인생의 원숙함을 보여주는 시로 마치 한 편의 선시(禪詩)를
대하듯 언어의 응축미와 간결성을 맛볼 수 있다


가을(秋)을 일엽은
'금풍(金風)에 휘도는 잎새(葉)'
'그렁저렁 반 늙음'이라 읊없다.

가을(秋)은 어떤 계절인가?
'벼(禾)가 불(火)붙난 닷 하도다'누군가가 노래했듯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결실의 계절이며,
금풍(金風)이란 가을바람을 의미한다.

왜 가을바람을 금풍이라 하는가?
오행(五行)으로 봐서 음력 7,8,9월 가을은
金에 해당되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화(和)는 수확한 '벼(禾)를 서로 나눠 입(口)에 넣는 행위'를
형상화한 글로서 공존의 미학을 일컬음이다.

추석(秋夕)을 글자 그대로 풀면 가을저녁이다.
夕자에 점 하나를 더하면 달(月)이 된다.
즉, 가을걷이를 기리는 밤에 휘엉청 둥근 달을 보며 소원을 빌며
가족친지 이웃들과 함께 하는 명절날인 것이다.
추석을 중추절(中秋節)이라고도 하는 이유는 이날이 가을절기
정중앙일인 8월 15일이기 때문이며
우리말로는 한가위라고 하는데,
한은 크다는 의미고 가위는 매듭 즉, 節을 뜻한다.

원래 節이란 대나무 매듭을 의미하며 절기를 매듭짓는 달로는
계절의 전환기인 음력 3,6,9,12월이며 오행으로 봐서는 土이다.
토는 방위상으론 중앙을 의미하며 계절과 마찬가지로
우리네 인생살이도 계절의 전환기에는 중심을 잡아
지나온 생을 반추해보고 매듭을 튼실하게 맺은 후
다음 생을 잘 준비해야만 한다.

우리네 인생살이를 60갑자 위에 놓고 보면
1-15세 까지를 봄(木), 16-30세 까지를 여름(火),
31-45세 까지를 가을(金),나머지
46-60세 까지를 겨울(水)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을 찾는 글벗들의 나이가 불혹,지천명,이순의 나이대이니
이미 인생의 절기로는 가을, 겨울절기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가을은 가을다워야 하며 겨울은 겨울다워야 제맛이다.

삽상한 금풍이 분다.
커피마시기 좋은 날이다.

화락차담(和樂且湛) 청안청락(淸安淸樂)하시길...




7년 전 어느 늦가을 날
어느 글벗 지인들의 게시판에
'추회(秋懷)'란 제하에 쓴 저의 해묵은 글입니다.

일엽스님의 시들 참 좋지요?
일엽스님의 시들을 소개한
제 묵은 글 한 자락 더 곁들이겠습니다.








뒤뜰에 흘린 종이
날려온 휴지임을
모름이 아니건만
하도 아쉬울 맘에
행여나 님 던진 편지인가
만적거려 보노라



일엽(一葉)의 '휴지'란 아주 짧막한 시다.
이시를 보고 일선(一善) 고은은 평하길,

"이 시도 아닌, 시조도 아닌 듯한 시의 가락은 유치한 바 있음에도,
큰소리 버럭 질러대는 허장성세보다 살아온 날의 저쪽에 남은
애련의 흔적이기에 돋보인다." 라고 했다.

일엽의 '가을'이란 시 한 수 더 곁들인다.



잎 푸르고
새 울기에
여름인 줄 여겼드니

어이 인 찬바람이
잎 지우고
새 날리나

두어라
세월이 하는 짓
탓할 누가 있으랴











'그대를 위한 가을의 노래는'
이 노래 참 좋지요?

그대를 위한 가을의 노래는
비올라의 선율
피카소의 색채 ~~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제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어느 여인이 쓴
아름다운 글 한 자락이 제 뇌리을 스치며 지나가지요.

글이 좋아
노래에 곁들여 이곳에 함께 소개합니다.

아늑하고 편안한 잠자리 되시고
또다시 시작되는 한 주,
새롭고 활기차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Viola by Josephus Antonius Laske Pragae, 1787


"고음의 맑고 투명한 선율의 바이올린은
계절로 비교하면 여름일 것 같고
저음의 웅장하고도 은밀한 깊이를 지니고 있는 첼로는
겨울일 것 같아요.
비올라의 선율은 바이올린과 첼로의 중간,
계절로 따지면 가을 같다고나 할까요?

비올라는 고음도 저음도 아닌 중음의 소리로
독주악기로 많이 쓰이는 바이올린과 첼로 틈에 끼어
화음을 잔잔히 넣어주는 보조악기 입니다.
별로 인기가 없는 악기이지요.
하지만 좋은 화음을 구성하려면 구색을 맞추어야 되는
스트링 오케스트라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악기이지요.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개성이 강한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선율같이
튀는 인생을 사는 것 보다
뒤에서 조용히 화음이나 넣어주며
누구에겐가 필요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그런 생각들"




센티멘탈 석란...................
출처 : 난 B형 남자다.
글쓴이 : 석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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