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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학교와 관공서에 향나무가 많은 까닭은?...사실은 일본산 향나무

[굿모닝 내셔널] 학교와 관공서에 향나무가 많은 까닭은?...사실은 일본산 향나무

중앙일보

입력 2018.06.01 00:01

업데이트 2018.06.01 01:08

창덕궁 향나무 후계목.[중앙포토]

 학교나 관공서에 가면 동그랗게 잘 정돈된 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향나무다. 향나무는 불에 태워 향을 피우던 나무다. 장례식이나 제사에서 향은 죽은 영혼을 달래고 넋을 기리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향을 피우는 풍습은 신라 눌지왕(417~458)때 양나라 사신이 향을 가져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향은 정신을 맑게 함으로써 천지신명과 연결하는 통로라고 여겨 각종 의식에 사용됐다.

옛날 종갓집에서는 고목 향나무 줄기에서 향내가 강한 속 부분을 작은 토막으로 잘라내 베로 싸서 보관해 두었다가 제사를 지낼 때면 향나무 토막을 얇게 깎아내어 불씨 담은 향로에 올려 사용했다. 그래서 제사가 필요한 궁궐이나 서원 혹은 향교 등에는 향나무를 심어 특별히 가꾸고 보호했다. 창덕궁에는 700년이 넘은 향나무가 있는데 궁궐에서 각종 제사를 지낼 때 조금씩 잘라 썼던 것으로 추정한다. 서원 혹은 향교에서도 공자를 기리는 제사를 지내는 데 사용하기 위해 향나무를 많이 심었다.

창덕궁 봉모당(奉謨堂) 앞에 자라는 700년 된 향나무. [사진 경북대 박상진 명예교수]

향나무는 유교 뿐 아니라 불교와도 관련이 깊다. 불교에서도 갯벌에 향을 묻는 매향을 하고 미륵신앙을 꿈꾸었다. 매향에서 향나무는 미륵을 기다리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졌다. 옛날부터 향나무는 울릉도산 향나무가 최고의 품질을 자랑했다. 향나무 목재는 불상이나 고급 가구를 만드는데 애용됐다. 통일신라 시대에 만든 것으로 알려진 해인사 비로자나불도 향나무고, 신라의 마지막 경순왕이 고려에 항복하러 갈 때도 향나무 수레와 보석으로 장식한 말이 30여 리에 걸쳐 이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연화산 기슭에 위치한 '와우정사' 와불상. 향나무를 깎아 만들었다. 길이가 12m에 달한다. [사진 와우정사]

정원수로 흔히 심는 가이스카향나무. [사진 경북대 박상진 명예교수]

그런데 지금 학교나 관공서에 조경수로 많이 심어진 향나무 상당수는 우리 토종 향나무가 아니다. 일본인이 개량한 ‘가이스카 향나무’다. 왜향나무라고도 부른다. 일본어로 가이스카는 오사카에 있는 가이스카(貝塚)라는 도시 이름이다. 나뭇가지가 나선형으로 뒤틀려 자라고 잔가지가 잘 발달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기 쉽고 잎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일제강점기 일본 신사를 중심으로 가이스카 향나무가 많이 심어졌다. 해방 이후에는 가이스카 향나무가 조경하기에도 편리하고 번식도 잘돼 신사 이외에도 학교와 관공서 등에 유행처럼 심어지면서 오늘날 주 조경수로 자리 잡았다.

 
 

 

국립현충원에 대량 식재돼 있던 일본 원산지의 가이즈카 향나무. 국회는 민간단체 문화재 제자리 찾기의 청원을 채택해 우리 고유의 수종으로 교체했다. [사진 문화재 제자리 찾기]

그래서 한때 일본 신사를 상징하는 가이스카 향나무가 국립 현충원 등에 심어진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행히 지난 2014년 이후 현충원 등에 심어진 가이스카 향나무는 대부분 소나무 등 전통 수목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나 관공서 등에 가이스카 향나무가 주 조경수로 사용돼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가이스카 향나무가 학교 화단은 물론이고 국기 게양대 등 곳곳에 나라꽃 무궁화는 없어도 가이스카 향나무는 자리하고 있어서다. 전통 교육기관인 향교와 서원에 심어진 향나무가 근대 학교로 문화가 계승되면서 향나무 대신 일본산 가이스카 향나무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특히 경남은 초·중·고교 900여곳 중에 121개(13.4%) 학교의 교목이 이 가이스카 향나무다. 그냥 토종 향나무가 심어진 학교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번식이 쉽고 빨리 자라며 병해충이 없는 일본산 가이스카 향나무를 마치 토종 향나무라고 심어 놓고 그걸 학교 교목으로 지정해 놓은 곳도 있다.

토종 향나무인 '서산 송곡서원 향나무'. [연합뉴스]

환경과 생태를 연구해 온 정대수 경남교육청 체육건강과 장학사는 “일본이 우리나라 정기를 없애겠다고 산에 박은 쇠말뚝보다 더 큰 황국신민교육의 숨겨진 비밀이 바로 학교마다 심어 놓은 일본산 가이스카 향나무에 있다”며 “일본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 마지막 조선총독부 총독이었는데 이 사람이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일본이 조선에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고 한 말이 바로 이런 향나무를 의미하는 셈이다” 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참고도서=『나무열전』(강판권, 글항아리)·『우리와 함께 살아온 나무와 꽃』(이선, 수류산방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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