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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스크랩] 석굴암 1천년 신비 수리.과학의 산물

석굴암 1천년 신비 수리·과학의 산물
[2007.12.23 17:38]
통일신라시대 조형미술의 걸작이라는 석굴암.

서기 751년 신라 경덕왕때 김대성이 창건해 774년 혜공왕대에 완공된 석굴암은 그 탁월한 예술성을 인정받아 지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예술성만 돋보이는 것이 아니다. 석굴암은 건축, 수리, 기하, 종교는 물론 과학기술 측면에서 봐도 걸작이다. 하지만 일제시대 개보수 과정에서 망가지기 시작한 석굴암은 오늘날에도 조상들의 지혜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손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석굴암에 숨겨진 조상의 과학을 따라가보자.

■정교한 인공건축물

순수 인공 석굴인 석굴암 내부는 철저한 좌우 대칭으로 이뤄졌다. 석굴암은 앞은 사각형이고 뒤는 원형이다. 사각형의 전실에는 양쪽에 각각 4개의 입상이, 비도(통로)에는 2개의 입상이 마주보고 서 있다. 원형인 주실엔 15개의 입상이 본존불인 석가여래좌상을 둘러싸고 있다.

수리과학적으로 따져보면 석굴암은 더욱 과학적이다. 석굴암은 12당척(1당척은 29.7㎝)을 기본으로 설계됐다. 주실은 반지름이 12당척인 원형이며 참배자의 위치는 12당척의 두 배 되는 지점에 위치한다. 이 거리는 참배자가 본존불을 보는 이상적인 거리다. 그리고 비도와 전실은 주실의 입구에 내접하는 12당척의 삼각형을 세 배 확장한 정삼각형에 내접하는 곳에 위치했다. 또 감실은 12당척의 정사각형이 만들어낸 황금비에 위치한다.

정확한 비율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본존불상의 얼굴 너비는 2.2자, 가슴 폭은 4.4자, 어깨폭은 6.6자, 양 무릎의 너비는 8.8자로 1:2:3:4의 비율을 갖는다.

이밖에도 석굴함은 정사각형과 그 대각선의 사용을 비롯해 정삼각형과 수선의 사용, 원에 내접하는 정6각형의 사용 등 다양한 수학적 기법들이 사용됐다.

■자연속에서 숨쉬는 석굴암

석굴암을 10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 숨쉬게 한 비밀은 원활한 통풍과 온·습도 조절장치. 석굴암에는 수많은 통풍장치가 있다. 우선 석굴암 주실에 위치한 10개의 감실과 감실을 받치고 있는 돌 사이에는 작은 틈이 존재해 공기를 순환시킨다. 또 출입구의 아치형 천장 위에 위치한 광창은 채광은 물론 원활한 통풍이 이뤄진다. 이밖에도 본실 지붕 외벽엔 직경이 10㎝가 넘는 돌들이 1m가량 쌓여있는데 이 자갈층을 통해서도 공기는 안팎을 넘나든다.

자갈층은 제습 기능도 겸비했다. 외부의 습하고 더운 공기는 자갈층을 지나며 수증기를 자갈층에 남기고 차가워져 내부로 유입된다. 때문에 석굴암은 차고 건조한 공기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자갈층은 낮에는 물을 머금고 있다가 밤이 되면 온도차에 의해 바깥으로 수분을 방출하고 다음날을 준비했다.

무엇보다도 석굴암의 습도 조절을 좌우한 지혜는 바닥 밑을 흐르는 지하수였다. 이 지하수는 바닥의 온도를 벽면의 온도보다 낮게 유지하게 만들어 불상 표면의 결로현상을 막았다. 석굴암 천년의 신비는 이같은 자연친화적인 과학 원리들에 의해 유지됐다.

■현대인의 손길이 망친 고대 과학

20세기 들어 석굴암은 일본인들에게 개·보수라는 치욕을 당한다. 일제는 1913년 석굴암을 완전히 해체한 후 재조립을 시도했다. 이 때 당시 첨단 건축법으로 각광받던 콘크리트를 사용해 석굴암의 외벽을 시멘트로 쌌다. 석굴암의 비극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석굴암 아래로 흐르던 지하수를 차단하고 물길을 돌렸으며 석굴암 둘레도 시멘트로 막았다.

조상의 눈부신 과학 기법들이 모두 파괴된 것이다. 결국 석굴 내에 결로 현상과 누수가 생겼고 2차, 3차에 이르는 보수작업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더구나 시멘트에서 나오는 탄산가스와 칼슘은 화강석 벽도 손상시키기 시작했다.

1960년대엔 우리 손으로 석굴암의 습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콘크리트 외벽 바깥쪽으로 약 1m의 공간을 두고 다시 콘크리트 돔을 씌웠다. 하지만 결국 습기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기계에 의해 냉방과 온방, 습도조절을 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960년대 유네스코와 함께 석굴암의 과학 원리를 밝혀낸 이태녕 서울대 명예교수는 “섣부른 지식을 가지고 복원사업을 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가 현대인이 범한 큰 잘못”이라며 원형이 망가진 석굴암을 아쉬워했다.

이제 조상들의 과학원리도 다 밝혀졌는데 원형 그대로 복원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그것은 더 위험한 생각”이라며 “새로운 돌이 하나라도 들어가면 그것은 새로운 물건이지 문화재가 아니다. 졸렬한 모조품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사진설명=석굴암을 10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 숨쉬게 한 비밀은 과학에 숨어있다.
출처 : 행복한 집
글쓴이 : 행복세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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