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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스크랩] 봄날의 시회 - 조선후기화가 조희룡

봄날의 시회 - 조선후기화가 조희룡 

봄날의 시회 
  
 

 

 

 

 

 

 

 

 

 

 

 

 # <조희룡 평전 - 조선 문인화의 명수>(동문선, 2003)<조선의 화가 조희룡 - 매화에 미친 문인화가의 일생>(한길아트, 2005)은 조희룡의 삶과 작품세계를 소개한 평전으로 읽기에 그리 부담가는 책들은 아니다. 부피도 300페이지 약간 넘어서 지루하지 않게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지 선택을 하라면 동문선에서 출판된 책을 꼽겠다. 또한 <조희룡 전집(6권)>(한길아트, 1999)는 조희룡에 모든 정보가 담겨 있는 책으로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매화 삼매경>(태학선, 2003)은 조희룡의 산문집을 엮어 만든 작품으로 독자들로 가장 널리 읽히는 책이다. 가격과 부피면에서 부담도 안가고 오역도 그리 많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울러 조희룡에 대한 약력을 잠깐 소개할까 한다.

 

* 조희룡(趙熙龍 1789(정조 13)∼1866(고종 3). 조선 말기의 화가. 본관은 평양(平壤). 자는 치운(致雲), 호는 우봉(又峰)·석감(石#감17)·철적(鐵笛)·호산(壺山)·단로(丹老) 또는 매수(梅수). 서울출생. 김정희(金正喜)의 문인이다. 미천하지만 학문. 문장. 서화. 의술. 점술에 뛰어난 사람이다. 지금 국립 박물관(博物館)에 홍매화(紅梅花)가 소장되어 있다.

 

 

<매화서옥도>

 

 

*   蕎麥花開夕照明
    斷橋衰柳獨蟬鳴.
    草人相對後人立
    似護平田萬斛情.

 

     메밀꽃 활짝 피어 저녁노을 아래 화사한데
     뜮긴 다리 옆 늙은 버들엔 외로운 매미소리.
     허수아비 나무장승 마주서서는
     너른 들판 만곡 낱알 지켜보잔 마음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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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씨가 청량하고 바람마저 상쾌한 날입니다. 대산(오창열의 호)을 비롯한 여러 벗들과 함께 금수원에서 시회(詩會)를 갖고자 하오니 형은 만사를 제쳐두고 참석하시는게 어떻겠습니다. 저는 꽃길을 쓸고 기다리겠습니다. 예절을 갖춰 쓰지 못하고 이만 줄입니다. 조희룡 배상(是日也 天朗氣淸 惠風和暢 與大山諸賢 約會於錦繡園中 兄亦掃百惠然如何 當掃花逕以待 不備 卽 龍弟 拜) -호산 조희룡(趙熙龍:1797~1859)의 편지글(백두용 엮음 ‘해동역대명가필보’에서)


 


 
‘글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써 어진 마음을 지킨다(以文會友 以友輔仁)’이라고 했던가. 옛날 선비들은 글로써 만나는 모임을 최고로 쳤다. 그런데 꽃피는 봄날에 벌어지는 시회(詩會)이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조선 후기 성행한 시회를 말한다면, 서울의 인왕산 자락은 중인계층 문인들의 아지트였다. 시회가 즐겨 열렸던 대표적인 개인 정원을 꼽으면 천수경의 송석원(松石園), 임성원의 우원(愚園), 장혼의 이이엄(而已엄) 등이 있다. 이 글에 나오는 금수원도 이러한 정원들 가운데 하나일 터이다.

 

복숭아꽃·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상춘의 흥을 견디지 못한 호산 조희룡이 시회를 갖고자 초대장을 돌린다. 호산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자 당시 중인층 묵객의 맹주. 차일 치고 술동이 내어놓고 글벗을 기다리는 조희룡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꽃길을 쓰는 것은 쌓인 꽃잎을 쓸어내려는 게 아니라, 떨어지는 꽃잎이 먼지에 더럽혀질까봐 길을 청소하는 것이 아닐까. 봄날의 꽃들에서 향기가 피어나듯, 정겨움이 듬뿍 담긴 편지글에서는 문향(文香)이 물씬 배어난다.

출처 : 꿈을 키워가는 서재
글쓴이 : 짱꼴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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