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한송길, 수백 년 묵은 노송의 빼어남에 취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7.22 15:27
양산 통도사로 가는 ‘이정표’
수백 년 적송 올곧게 뻗어
아름다운 숲 선정 고개 끄덕
수백 년 적송 올곧게 뻗어
아름다운 숲 선정 고개 끄덕
주말은 늘 기다려진다. 밀린 기사 소재도 찾고,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향상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오늘은 양산 통도사 무풍한송길로 떠났다.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길이라 기대가 컸다.
통도사로 가는 1㎞ 남짓 진입로는 멋들어진 소나무의 빼어남에 취해 버리는 무풍한송길이 있는데 청류동천과 노송이 어울려져 한 폭의 수채화에 이끌리듯 가볍게 걸을 수 있다.
2018년 11월 산림청, 생명의 숲과 함께 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인 생명상을 수상했다.
‘소나무를 춤추게 하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길’이라는 뜻이다. 소나무들이 춤추듯 구불거리는 무풍한송로를 따라가다 보면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는 순례길로 통한다. 뜨거운 햇살을 버금은 소나무 아래는 그늘이 되고 바람이 되어 주는 길이라 한 여름철에도 시원할 뿐만 아니라 솔향을 가득 뿜어내어 피톤치드가 넘친다.
수백 년 묵은 노송의 기개와 품격에서 한순간에 짓눌린다. 오랜 세월 견뎌온 소나무의 몸통은 꿈틀대는 용을 닮았고 껍질은 용비늘과 흡사했었고 승천하는 용의 기상을 볼 수 있었다. 소나무의 위용에 나 또한 단단함으로 스며들었다.
무풍한송길에는 유난히 석등이 많았다. 통도사로 가는 이정표다. 길을 잃은 자에게는 빛이다.
청류동천은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마음이 청량했다. 걷는 길이 가벼워도 어디 하나 지나칠 수가 없다. 법구경이나 시가 새겨진 비문, 창건설화를 간직한 용혈암, 죽음과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비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쯤 약수터가 있는 팔각정 정자에서 홀로 명상에 잠겨는 시간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솔숲길이 끝나는 곳 여럿 큰 바위에 옛사람들이 새긴 한자 이름들이 빼곡하게 과거의 흔적들을 담아냈다.
울창한 솔숲길은 마음을 비우고 나를 들여다보면 걸으며 번뇌와 고통이 사라진 느낌이라 할까? 순례길이자 통도사로 가는 비움의 길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요즘 통도사에는 구룡지에 핀 연꽃과 능소화, 백합 등이 고즈넉하게 어울려져 천년 고찰의 살아있는 듯한 고풍이 느껴진다. 목조건물의 대웅전 기와 위 물방울 모양의 백자연봉이 늘어져 있는 형체가 마치 연꽃이 피어있는 듯하다.
사찰 담장으로 연결된 산책로 길도 빼놓을 수 없다. 시원한 계곡물소리와 사찰과 함께한 고목들이 멋들어지게 그늘을 내어준다.
성보박물관에서는 코로나 19 퇴치를 위한 치유와 상생이라는 의미로 ‘통도사 옻칠 민화 특별전’를 오는 8월 16일(일)까지 선보인다. 방장 성파 스님이 옻이라는 재료로 전통 민화를 재해석한 다양한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온화한 미소의 미륵존, 선비의 격조가 느껴지는 책가도, 호랑이 등 맹수를 그린 영수도는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다. 고고한 연꽃의 세계 연화도, 옛 인물과 사건을 묘사한 고사인물도 등 작품 속 소박하면서 단아하게 묻어났다. 마음이 고요하고 차분해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통도사의 무풍한송길은 걸어가는 곳마다 수백 년 적송이 올곧게 뻗어 길손에게 넉넉함을 품어준다. 이 길은 안개에 핀 새벽이나 석등의 불빛이 영롱해지는 저녁에야 말로 색다른 풍경을 느낄 수 있다.
/강상도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노송이 춤추듯 청량함을 뿜어내는 무풍한송길 모습. 노송이 춤추듯 청량함을 뿜어내는 무풍한송길 모습.
통도사로 가는 1㎞ 남짓 진입로는 멋들어진 소나무의 빼어남에 취해 버리는 무풍한송길이 있는데 청류동천과 노송이 어울려져 한 폭의 수채화에 이끌리듯 가볍게 걸을 수 있다.
2018년 11월 산림청, 생명의 숲과 함께 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인 생명상을 수상했다.
‘소나무를 춤추게 하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길’이라는 뜻이다. 소나무들이 춤추듯 구불거리는 무풍한송로를 따라가다 보면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는 순례길로 통한다. 뜨거운 햇살을 버금은 소나무 아래는 그늘이 되고 바람이 되어 주는 길이라 한 여름철에도 시원할 뿐만 아니라 솔향을 가득 뿜어내어 피톤치드가 넘친다.
수백 년 묵은 노송의 기개와 품격에서 한순간에 짓눌린다. 오랜 세월 견뎌온 소나무의 몸통은 꿈틀대는 용을 닮았고 껍질은 용비늘과 흡사했었고 승천하는 용의 기상을 볼 수 있었다. 소나무의 위용에 나 또한 단단함으로 스며들었다.
무풍한송길에는 유난히 석등이 많았다. 통도사로 가는 이정표다. 길을 잃은 자에게는 빛이다.
청류동천은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마음이 청량했다. 걷는 길이 가벼워도 어디 하나 지나칠 수가 없다. 법구경이나 시가 새겨진 비문, 창건설화를 간직한 용혈암, 죽음과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비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쯤 약수터가 있는 팔각정 정자에서 홀로 명상에 잠겨는 시간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솔숲길이 끝나는 곳 여럿 큰 바위에 옛사람들이 새긴 한자 이름들이 빼곡하게 과거의 흔적들을 담아냈다.
울창한 솔숲길은 마음을 비우고 나를 들여다보면 걸으며 번뇌와 고통이 사라진 느낌이라 할까? 순례길이자 통도사로 가는 비움의 길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요즘 통도사에는 구룡지에 핀 연꽃과 능소화, 백합 등이 고즈넉하게 어울려져 천년 고찰의 살아있는 듯한 고풍이 느껴진다. 목조건물의 대웅전 기와 위 물방울 모양의 백자연봉이 늘어져 있는 형체가 마치 연꽃이 피어있는 듯하다.
사찰 담장으로 연결된 산책로 길도 빼놓을 수 없다. 시원한 계곡물소리와 사찰과 함께한 고목들이 멋들어지게 그늘을 내어준다.
성보박물관에서는 코로나 19 퇴치를 위한 치유와 상생이라는 의미로 ‘통도사 옻칠 민화 특별전’를 오는 8월 16일(일)까지 선보인다. 방장 성파 스님이 옻이라는 재료로 전통 민화를 재해석한 다양한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온화한 미소의 미륵존, 선비의 격조가 느껴지는 책가도, 호랑이 등 맹수를 그린 영수도는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다. 고고한 연꽃의 세계 연화도, 옛 인물과 사건을 묘사한 고사인물도 등 작품 속 소박하면서 단아하게 묻어났다. 마음이 고요하고 차분해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통도사의 무풍한송길은 걸어가는 곳마다 수백 년 적송이 올곧게 뻗어 길손에게 넉넉함을 품어준다. 이 길은 안개에 핀 새벽이나 석등의 불빛이 영롱해지는 저녁에야 말로 색다른 풍경을 느낄 수 있다.
/강상도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노송이 춤추듯 청량함을 뿜어내는 무풍한송길 모습. 노송이 춤추듯 청량함을 뿜어내는 무풍한송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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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남일보 무풍한송길, 수백 년 묵은 노송의 빼어남에 취하다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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