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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7분도미·백미…

[아! 그렇구나]현미·7분도미·백미…

입력 : 2016-10-07 00:00

장기 보관·부드러운 식감 위해 일제강점기부터 도정 시작

쌀겨층 깎인 정도에 따라 현미·5분도미·7분도미·백미 분류 각각 영양성분 차이 미세한 수준

현미에 영양소 가장 많지만 소화흡수율은 백미가 더 높아

 

 저는 한국인들이 끔찍이 사랑하는 ‘쌀’입니다. 사람들은 먼 옛날부터 아이가 태어나 첫돌을 맞으면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뜻으로 저를 ‘실’과 함께 돌잡이 용품으로 돌상에 올리곤 했습니다. 또 “쌀밥 한번 배 터지게 먹고 죽으면 원이 없겠다”고 말할 만큼 죽는 순간까지 갈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저를 저승 가는 길에 먹으라고 사자(死者)의 입에 한움큼 넣어주기도 한답니다.

쌀의 영양성분

 ‘쌀’ 이렇게 이루어져 있어요

 흔히 쌀과 벼를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는데요. 논에서 자라는 벼의 열매를 ‘벼알’ ‘나락’ ‘벼톨’이라고 부르며, 벼알은 겉껍질인 왕겨와 알맹이인 현미로 이뤄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쌀은 왕겨를 제거하고 남은 알맹이 전체를 가리키기도 하고, 왕겨와 현미의 겨층(종피와 호분층)을 제거한 흰쌀, 곧 백미를 일컫기도 합니다.

 쌀에는 필수아미노산·가바·식이섬유 등 기능성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특히 쌀눈(배아)은 기능성 성분 66%와 비타민·미네랄·타코사놀·리놀레산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쌀겨(호분층)에는 섬유질과 식물성 지방은 물론 기능성 성분도 29%나 들어 있어요. 쌀의 몸을 이루는 백미에는 기능성 성분이 5% 함유돼 있고, 탄수화물·단백질·지방도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흰쌀밥 언제부터 먹었을까요?

 쌀을 주식으로 삼아온 우리는 언제부터 흰쌀밥을 먹기 시작했을까요.

 일제강점기에 도정기술이 도입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현미는 쉽게 변질돼 장기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으로 인해 백미 중심의 도정체계가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여기에 흰쌀밥이 빈곤 탈피의 상징으로 여겨진 시대적 분위기와 현미에 비해 부드러운 맛 때문에 백미 소비는 우리 식생활의 주요한 형태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도정도’에 따라 쌀 분류해요

 저희 쌀 형제는 흔히 도정도에 따라 ‘현미’ ‘5분도미’ ‘7분도미’ ‘백미’로 분류합니다. 도정도란 현미의 쌀겨층을 이루고 있는 과피·종피·호분층이 깎인 정도를 말합니다. 맏형 ‘현미’는 알곡에서 누런 껍질(왕겨)만 벗긴 쌀, 둘째 ‘5분도미’는 측면부가 거의 깎인 쌀, 셋째 ‘7분도미’는 측면과 복면부가 깎인 쌀, 막내 백미(10분도미)는 측면과 복면·상단·하단·배면 등 모든 면이 깎인 쌀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제 몸에서 영양분을 깎아낼까요. 현미의 쌀겨와 외강층은 섬유질과 왁스 함량이 많은데다 세포조직이 단단해 수분 흡수가 잘 되지 않습니다. 밥을 지으면 거칠고 딱딱하지요. 그래서 조리를 쉽게 하고, 밥의 질감이나 찰기 등 식감을 개선하기 위해 도정을 한답니다.



 ‘도정도’ 오해하지 마세요

 그런데 요즈음 이상한 풍조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저희 형제를 ‘현미’ ‘5분도미’ ‘7분도미’ ‘백미’로 구분해 줄을 세우고 여기에다 ‘1분도미’ ‘3분도미’까지 덧붙여 마치 우열을 가리는 듯한 편견과 오해가 퍼져나가고 있는데요. 도정도에 따른 분류는 결코 좋고 나쁨의 우열 순이 아닙니다.

 현미의 영양상태를 100%라고 할 때 백미 5%, 7분도미 40%, 5분도미 50%, 3분도미는 80%의 영양을 지니고 있다는 식의 얘기가 돌기도 하는데 근거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백미를 ‘밥상 위의 테러리스트’라고 혹평하는 말을 들으면 제 가슴은 답답해서 콩닥콩닥 뜁니다.  

 농촌진흥청 연구분석에 따르면 현미 100g에는 열량 351㎉, 단백질 7.4g, 지방 3g, 당질 71.8g, 섬유 1㎎, 칼슘 10㎎, 비타민B1 0.54㎎, 비타민B2 0.06㎎, 니아신 4.5㎎이 들어 있습니다. 백미 100g에는 열량 366㎉, 단백질 6.8g, 지방 1g, 당질 79.6g, 섬유 0.4㎎, 칼슘 5㎎, 비타민B1 0.15㎎, 비타민B2 0.03㎎, 니아신 1.5㎎이 들어 있습니다. 영양성분의 차이가 미세한 것이지요. 물론 도정도에 따라 영양성분이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현미, 5분도미, 7분도미, 백미 순으로 영양성분이 감소합니다.

 그렇다면 현미가 다 좋을까요. 쌀눈과 쌀겨의 영양분을 보존한 현미는 영양학적으로 뛰어난 식품이지만 두터운 외강층 때문에 밥맛이 거칠고 씹기 힘듭니다. 현미밥은 소화흡수율이 가장 낮은데, 특히 불포화지방산의 소화흡수율이 떨어집니다. 즉 단백질·지방·탄수화물의 소화흡수율을 살펴보면 백미밥, 7분도미밥, 5분도미밥, 현미밥 순으로 높습니다.

 최경진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사는 “단백질·비타민·무기질 등 전반적인 성분을 비교할 때 백미보다는 현미의 영양성분 함유량이 많다. 하지만 현미밥은 소화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미의 영양상태가 100%인 데 비해 백미는 5%에 불과하다는 식의 비교는 학술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다만 현미의 섬유질은 변비 예방을 비롯해 최근에는 장암·고지혈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쌀눈이 살아있는 ‘배아미’

 최근 현미와 백미의 단점을 한꺼번에 해결한 ‘배아미’가 점점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쌀눈이 살아 있는 배아미는 밥을 지으면 배아유가 흘러나와 밥알 표면에 코팅이 되기 때문에 차지고 고소한 맛이 강한데다 식감이 부드럽습니다.

 각종 비타민과 영양소가 풍부해 ‘건강쌀’로도 불린답니다. 식이섬유와 비타민B군·칼슘·마그네슘 등 성인병 예방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철에 벌레가 생기기 쉽고 변질 가능성이 높은 게 흠이라면 흠이지요.

 배아미는 배아(쌀눈)를 남기고 쌀겨와 외강층을 깎아낸 쌀로, 현미보다는 백미에 가까운 ‘9분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아미는 초정밀 현대식 도정시설에서 생산됩니다. 현미를 1회만 깎아내면 백미가 되는 데 비해 배아미는 현미를 조금씩 9~12회 깎아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2014년부터 배아미를 생산해온 문인환 전북 군산 회현농협 미곡종합처리장장은 “배아미는 그동안 먹기에 불편했던 현미의 보호막만을 가볍게 벗겨낸 쌀이기 때문에 성장기 청소년이나 임산부는 물론 동맥경화 등 성인병에 노출된 중장년 소비자들에게도 좋다”고 말합니다.

 김윤석 기자 trueys@nongmin.com

 

출처: 농민신문

www.nongmin.com/plan/PLN/SRS/83484/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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