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하여>
약 3일전에 송광사 ‘불일암’에 갔더니 모란꽃이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요즘 꽃이 한창인데 봄철에 꽃은 잎이 피기 전에 꽃을 피우는 것이 봄꽃의 특징입니다. 이와 같은 꽃을 불법(佛法)이라고 부릅니다. 불법은 먼저 깨달음의 꽃이 피고 난 다음에 그다음의 열매가 부처님의 자비가 되는 것입니다. 먼저 꽃을 피우는 것을 보리심이라고 합니다. 불자들이 보살계를 받는 것은 먼저 마음을 열고 꽃을 피우라는 것입니다.
봄에 잎이 피기 전에 꽃을 피우는 것은 바로 이 불법의 소식을 전하는 것입니다. 매화 한 송이가 피어났을 때 일본의 ‘도겐’선사는 석가의 눈이라고 그랬습니다. 한 송이의 매화가 한겨울에 피어남으로 해서 봄이 오면 모든 꽃들이 꽃을 피우는 것을 예고 하듯이 한사람이 출가해서 깨달음을 얻음으로서 많은 중생이 생사윤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인연을 맺어준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결연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이 와서 모든 번뇌로부터 벗어나서 깨달음을 얻은 소식을 통해서 모든 중생이 그 길을 이제 알고 갈 수 있게 된 인연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꽃을 물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장미라고 합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꽃을 많이 잃어버리고 서양에서 개량한 이런 품종들이 많은 국민들 가슴에 가장 애호하는 꽃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장미는 꽃의 여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꽃의 왕을 모란이라고 합니다. 작약은 꽃의 재상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모란꽃은 많이 개량되어 2500종류나 된다고 합니다. 모란, 작약, 연꽃은 불전에 공양하고 법당의 문양으로 연꽃과 모란무늬는 가장 많이 숭상하는 그런 꽃입니다.
모란을 목단이라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목작약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목단이라고 꽃이름을 지어준 사람이 측전무후입니다. 측전무후가 ‘목단’이라는 이름을 내려서 그 이름이 지금까지 내려온다고 합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측전무후가 정사를 마치고 궁전의 뜰로 나오는데 아름다운 향기가 코끝으로 스며들어서 향기를 쫓아가보니 한겨울에 매화가 피어서 향취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납월매(臘月梅)’라고 합니다. 음력 12월에 피는 첫 번째 매화를 부처님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납월매’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 납월매가 향기를 피우는 것을 보고 매화를 칭찬하고 “나를 위해 이렇게 꽃향을 공양하는구나” 하면서 “다른 꽃들은 뭣하고 있느냐? 내일 아침까지 전부 꽃을 피우라”고 황제의권한으로 꽃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전부 한겨울에 꽃을 피웠는데 하나가 꽃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그 꽃이 모란입니다. 그래서 측전무후가 그 꽃의 뿌리를 파서 낙양으로 귀양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모란이 낙양의 꽃이 되었습니다.
낙양은 모란을 개량해서 2500종 이상의 모란을 재배하고 수출하고 있습니다. 5월 한 달간은 모란절로서 모란향기에 묻혀 모든 사람들이 모란꽃 축제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목단(牧丹)의 목은 중국말에서 남성을 뜻한다고 합니다. 여자로서 황제가 되었으니 천하의 모든 남성들이 나에게 충성을 바쳐야한다는 뜻으로 목단이라는 이름을 내렸다고 합니다. 연꽃과 수련이 있듯이 모란과 작약이 있습니다. 연꽃과 수련을 구분할 줄 알듯이 모란과 작약을 구분할 줄 알아야합니다.
유럽은 16세기 네델란드의 동인도회사에 의해서 네델란드에 모란이 처음 전해졌습니다. 그 후 영국, 프랑스로 가서 많이 개화가 되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독일, 네델란드에서 모란을 수입해오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peony라고해서 모란과 작약을 똑 같이 부릅니다. 그런데 그 앞에 초본과 목본의 이름이 붙여집니다. 작약은 풀처럼 해마다 새로운 가지가 올라오고 모란은 줄기에서 새로운 가지가 나와서 꽃을 피웁니다. 꽃은 비슷하지만 모란이 훨씬 크고 화려합니다. 모란의 이명으로 목작약, 화향, 백화왕, 부귀화, 천향국색, 낙양화, 꽃의 화신이라 해서 화신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모란꽃이 유명해진 것이 당(唐)현종의 양귀비를 통해서입니다. 양귀비가 모란이었고 모란은 양귀비였습니다. 당 현종이 양귀비를 ‘해어화(解語花)’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사람을 움직이는 나무라고 하고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미인을 지칭할 때 解語花(말을 할 줄 아는 꽃)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양귀비의 모습은 날씬한 모습이 아닌 귀엽고 복스럽고 살찐 미인이었습니다. 당 현종이 양귀비와 함께 모란구경을 하다가 이태백을 불러 이태백과 양귀비를 표현하는 시를 짓게 합니다. 이 시를 통해서 모란꽃이 천하에 유명해지는 계기가 됩니다. 그 시를 보면
‘구름에 온 모습 생각나고 꽃에 얼굴모습 떠올리네.
봄바람 난간을 스치니 이슬 머금은 꽃 더욱 곱구나.
구녹산 마루에서 만난 것이 아니라면
저 요대의 달 아래에서 만난 것이리.
한 떨기 요염한꽃 이슬이 맺히고 향기로운데
무산에 온 후에 부질없이 애를 끓누나.
묻노니 옛날 황궁에 어느 누구와 닮았을꼬.
새로이 단장을 마친 가련한 비연일까?
예쁜 꽃과 미인은 둘이 서로 기쁨에 젖어있고
임금은 언제나 웃음 띠고 바라보네.
봄바람에 끝없는 한은 모두 풀어버리고
침향전 북쪽 난간에 기대어 있구나.’
이 시가 모란꽃을 천하에 유명하게 했던 그런 시(詩)라고 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모란꽃아래에서 죽는 것을 하나의 풍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명대의 희곡 모란향운계에 보면 두보의 딸 여람과 유종원의 28세 손 유충경이 모란정에서 환생하여 사랑한다는 이야기인데 “모란꽃아래에서 죽어 풍류로운 귀신이 되고지고..”이런 희곡 가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 현종의 본부인을 ‘매비(梅妃)’라고 합니다. 본부인은 매화를 좋아해서 이름을 ‘매비’라고 불렀는데 매정(梅亭)을 짓고 매화나무 아래서 죽었습니다. 안녹산의 난이 나서 사천으로 가는 길에 양귀비도 죽임을 당하고 오빠인 양국충도 죽임을 당하고 나중에 장안으로 돌아와 보니 궁궐이 폐허가 되었고 낮잠을 자는데 꿈에 죽은 본부인이 나타나 “난리 중에 제가 죽임을 당해서 길가에 버려졌는데 한사람이 가엾이 여겨서 저를 매화나무 밑에 묻어주었습니다. 저의 시신이나마 거두어 주십시오.” 그래서 호수가의 매화나무를 파보니 그 밑에 본부인인 매비가 묻혀있는 것을 보고 당 현종이 통곡을 하고 위령문을 지어서 제를 올린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화의 신이 매비가 된 것입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우리나라 모란의 역사를 보면 신라 진평왕 때 당태종이 붉은색, 자주색, 흰색의 세 빛깔의 모란을 그린 그림과 모란 씨 3개를 보내왔습니다.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을 본 덕망공주(후에 선덕여왕이 됨)가 모란꽃에는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모란꽃에는 향기가 없는 것일까요? 모란에는 향기가 강합니다. 향기가 강해서 모란꽃잎을 따서 책갈피 속에 넣어두면 책에 좀이 썰지 않을 정도로 아주 강한 특이한 향이 있습니다. 매화의 향기를 암향(暗香)이라 부르고 난초의 향기를 유향(幽香), 모란의 향기를 이향(異香)이라고 하고 밤꽃나무 향을 양향(陽香)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란에 나비를 그리지 않는 이유는 일본에서는 사람나이 80이 되면 화수(華壽)라고 합니다. 빛날 화(華)자에는 열십(十)자가 8개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화수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질수라고 하는데 ‘질’이라는 것은 나비를 뜻합니다. 나비의 날개가 여덟팔자모양으로 되어있습니다. 모란은 부귀영화를 나타내는 꽃인데 80까지만 부귀영화를 누리라는 한정을 두기 때문에 자손대대로 무궁한 부귀영화를 누리라는 뜻으로 모란을 그릴 때는 나비를 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선덕여왕은 중국이 그림을 그리고 감상하는 독해법의 이치를 몰랐기에 그렇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란꽃을 잘 살피지도 않고 모란에는 향기가 없다고 따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께서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 매화에 관한 시를 가장 많이 지은 분이 퇴계 이황입니다.
모란을 가장 사랑하고 모란에 관한 시를 가장 많이 지은 사람이 고려시대의 대문장가인 이규보입니다. 신라, 고려시대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모란을 사랑하고 모든 귀족들이 다퉈서 모란을 심었습니다. 꽃도 굉장히 비싼 값에 팔렸습니다. 열 집에 세금을 거둬야만 모란 한그루를 살 수 있었다는 그런 시가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성리학을 받들고 유교를 받드는 사회가 되면서 모란꽃 자체를 멀리합니다. 퇴계이황 같은 사람은 모란을 뽑아 없애버리고 매화나무, 소나무, 대나무의 세한삼우(歲寒三友)를 심었어요. 자기는 부귀영화를 탐하지 아니하고 지조와 절개와 학문을 숭상하는 선비라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유교문화사회가 되면서 ‘~척’을 짓기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몰라도 아는 척하고 잘난 척하고 얌전한 척하고 관심있는 척하고 센 척을 합니다. 척이 사라지면 무척 좋다고 합니다. 척이 없는 사람, 꾸미지 않고 잘난 척 해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자연스럽게 자기 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사는 것입니다.
조선 초기 강희안의 ‘양화소록’에 보면 꽃을 9등분으로 나눠 놓았는데 첫 번째가 소나무, 대나무, 매화, 연꽃, 국화의 다섯 가지로 꼽습니다. 이것이 거의가 유가에서 받드는 꽃입니다. 두 번째 2등품으로 모란을 꼽습니다. 그만큼 유교사회가 되면서 꽃을 받드는 것도 문화적인 성격에 따라서 많이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정권이 들어서면서 향원정 같은 곳에 있는 연꽃을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해서 모두 뽑아버렸습니다. 그래서 법정스님께서 동아일보칼럼에 글을 써서 청와대에서 직접 와서 사과하고 다시 복구한 적이 있습니다. 꽃이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닌데 종교를 상징한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해놓고 꽃을 멀리하고 뽑아내어버리는 이런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설총의 화왕계(花王戒)가 있지요. 화왕계 내용은 알지만 설명을 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신문왕이 재미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요. 그래서 설총이 신문왕에게 일러준 얘기가 화왕계입니다. 모든 꽃들의 왕으로 모란이 등극하니까 요염하고 예쁜 미인이 와서 자기를 거두어주면 왕을 즐겁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그 여인이 바로 장미입니다. 그런데 건장한 할아버지가 와서 옛부터 나라를 망치고 정사를 돌보지 않은 것은 미인에 빠져서 그런 것인데 충언을 하는 선비를 가까이 두어야 된다고 합니다. 그 선비가 백두홍이라고 부르는 할미꽃입니다. 그래서 왕이 고민을 합니다. 이것이 왕자의 게가 될 만하다고 해서 ‘화향게(花王戒)’라 하여 삼국유사에 전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모란과 장미, 할미꽃을 비유하여 설총이 왕을 훈계했던 그런 내용입니다.
이규보의 시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모란이 머금은 이슬 진주알 같은데 미인이 꺾어들고 창가를 지나가네.
미소 띠고 낭군에게 묻기를 꽃이 예뻐요? 내 모습이 예뻐요? 낭군이 일부러 장난치고자 꽃이 더욱 예쁘다고 말하네. 꽃이 더 예쁘다는 말에 여인은 질투가나서 꽃가지를 짓밟으면서 말하기를 꽃이 나보다 낫거들랑 오늘밤은 이 꽃과 함께 주무시구려.’
“절화행” 꽃을 꺾어서 밟아버린 미인의 모습을 시로 읊은 것입니다.
인도에서는 가장 신에 가까운 모습이 여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성의 몸에서 한 가지가 빠져나와야 한답니다. 그 한 가지가 질투와 시샘입니다. 질투와 시샘이라는 요소가 여성의 몸에서 빠져나가면 가장 신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합니다. 불법의 수행은 수희찬탄, 남이 하는 일을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찬탄하는 것, 이것을 최고의 공덕이라고 부릅니다. 남이 잘하는 일을 나는 잘하지 못하지만 내 대신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주니까 그 사람을 칭찬하고 존경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가지면 좋은 일 하는 사람보다 더 큰 복을 짓는다고 그래요. 생각으로 말로 다른 수행하려고 하지 말고 수희찬탄, 질투를 수희의 마음으로 바꿔가는 이런 수행을 우리들이 할 수 있어야합니다. 그것이 좋은 일 하는 것보다도 더 큰 복을 짓는 큰 공덕이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잘 아는 김영랑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라는 시를 읽어보겠습니다. 모두 같이 따라하시기 바랍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음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냥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혀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가고 말아
삼백예순날 아양 섭섭해 우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5월이면 모란꽃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모란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는 그런 시간을 한번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돈과 꽃에 대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함께 돈을 어떻게 쓰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을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 합장하고 회향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이와 같은 수행의 공덕 원합니다.
깨달음 얻어 온갖 번뇌 사라지거라.
생노병사 거친파도속 윤회바다
떠도는 중생 연꽃나라 어서나지다.
지혜본존 문수보살과 자비본존
관음보살과 지장보살 그러하셨듯
정토수행 밝게 닦아서 중생중생
부모형제께 모든 공덕 회향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불기 2553년 4월 25일 현장스님의 법문중에서/知愚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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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현장스님 초하루법문-꽃에 대하여
출처 : 솔바람 풍경소리
글쓴이 : 지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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