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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하구 100경

낙동강 하구-강과 바다의 조화

 

부산 지질기행-지질명소를 교육·관광 명소로 <5>

낙동강 하구-강과 바다의 조화

강과 바다가 서로 만나 힘겨루는 곳…"자고나면 지형 바뀌어"

국제신문

 

낙동강 하구는 강원도 태백에서 525㎞를 흘러온 낙동강이 남해와 만나는 곳으로 강과 바다가 부딪혀 역동적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다. 강과 바다의 최전선인 하구 사주는 극심한 지형변화를 보인다.사진은 아미산 전망대에서 각각 2005년(왼쪽)과 2013년 촬영한 도요등.

 

- 강원 태백서 525㎞ 흘러온 토사
- 바다 힘에 부딪혀 전진·후퇴 반복
- 1만 년 걸쳐 60m 퇴적층 만들어
- 장자도 등 모래섬은 빙산의 일각

- 지금도 진행 중인 지질현상 뚜렷
- 장마철에 변화 집중적
- 부산 12곳 국가지질공원 후보 중
- 유일 하천지구 연구·생태가치 높아

- 아미산 전망대선 모래섬 한눈에
- 투어 등 체험 프로그램도 필요

낙동강 하구를 묘사하는 수식어는 한둘이 아니다. 지금은 빛이 바랬지만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불렸고, 다양하고 풍요로운 생태자원을 강조하는 자연생태의 보고란 말은 아직 유효하다. 여름과 겨울 번갈아 오는 철새들로 탐조의 명소로 유명한 곳이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해양생물들의 먹이터이자 휴식처가 되는 곳이다. 여기에 더해 지질학적인 가치를 말하자면 보기 드물게 현재 일어나는 지질현상을 가장 뚜렷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부산의 12곳 국가지질공원 후보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하천 지구인 낙동강 하구는 낙동강과 남해가 만나 만들어진 현생 삼각주로 상류에서 흘러내려 온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사주와 사구, 석호 등이 아름다운 지형을 보여준다. 낙동강 하구는 지질학적으로 특징 있는 곳일 뿐 아니라 철새를 비롯해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동식물이 사는 생물 다양성도 풍부한 곳이라 지질명소이자 생태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낙동강 하구 지질기행은 낙동강하구에코센터와 아미산 전망대로 이어지는 지오트레일을 따라간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최전선

   
아미산 전망대는 낙동강 하구 사주의 모습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국제신문DB

낙동강 하구는 강과 바다가 만나 만들어진 곳이다. 강원도 태백에서 총 525.15㎞를 흘러온 낙동강이 바다로 흘러들면서 만들어진 것이 낙동강 삼각주다. 이곳엔 낙동강이 실어온 토사가 바다로 흘러들어 가 퍼지기도 하지만 바다의 힘에 부딪혀 퇴적되기도 한다. 강과 바다가 만나 힘겨루기를 하는 최전선이 낙동강 하구인 것이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사주와 사구 같은 퇴적 지형이다. 인간의 눈에는 금방 드러나지 않지만 낙동강 하구의 지형은 조금 과장해서 자고 나면 바뀔 만큼 변화가 심한 곳이다. 실제 낙동강 하구 모래섬의 지형은 해마다 눈에 띄게 변화하기에 우리나라에서 지형 변화가 가장 심한 곳으로 불린다.

낙동강 하구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아미산 전망대다. 부산에서도 한쪽 구석이긴 하지만 인근 아파트단지까지 버스가 다니므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아미산 전망대 입구에 서면 건물 왼쪽으로 멀리 낙동강 하구의 모래섬들이 눈에 띈다. 1층의 덱 전망대에서 볼 수도 있지만 2층에 가면 망원경으로 더 상세하게 모래섬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런데 굳이 망원경으로 보지 않더라도 남동쪽 끄트머리에 강의 흐름에 대해 가로로 길게 누운 모래섬인 도요등을 볼 수 있다. 도요등 남단을 잘 보면 북쪽과 달리 밀려온 파도가 찰랑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낙동강을 흘러온 강물과 앞바다의 연안류가 서로 부딪치는 생생한 현장이다.

진흙이나 모래 등 낙동강이 실어나르는 물질은 연간 1000만t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여름철의 장마에 집중돼 삼각주의 변화도 이때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이때 입자가 작은 가벼운 퇴적물질은 멀리 대한해협까지 흘러가고, 모래 등 무게가 있는 퇴적물이 사주 지역에 쌓인다. 강물에 실려온 고운 모래, 점토 등을 연안류가 육지 방향으로 밀어붙여 모래섬은 점차 바다 쪽으로 성장한다.

■지금의 해안선은 1700년 전 형성

대마등과 맹금머리등, 장자도, 신자도, 백합등, 도요등, 진우도 등 낙동강 하구의 모래섬들이 오래전부터 이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낙동강 삼각주 일대는 해안선이 전진과 후퇴를 하는 과정에서 1만 년 이상에 걸쳐 퇴적작용이 일어나 평균 60m 정도의 두꺼운 퇴적층이 만들어져 있다. 물 위로 드러난 모래섬들은 낙동강 하구 퇴적층의 '빙산의 일각'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낙동강이 대략적인 현재의 흐름을 형성한 이후에도 해수면의 상승과 하강에 따라 바다와 만나는 지점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고 오건환(부산대 지리교육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빙하기가 한창이던 1만8000년 전까지는 낙동강이 대마도 근처까지 흘러 바다에 합류했다. 지금보다 해수면이 100m 정도 낮았기 때문으로 지금의 낙동강 하구 일대는 당시엔 내륙분지였다. 약 1만 년 전 빙하가 물러나면서 해수면이 40m 정도 상승해 낙동강 하구는 한반도 쪽으로 후퇴했다. 이어 4000년 전쯤에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해수면이 상승했는데 이때의 낙동강 하구는 양산천이 합류하는 물금 부근이었다.

현재와 같은 해안선이 윤곽을 잡기 시작한 것은 1700년 전부터다. 이때까지는 지속해서 해수면이 상승했지만 이후 낙동강 하구 지반이 융기하며 바다가 물러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서서히 물금 부근에 토사가 퇴적하면서 삼각주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로는 해수면이 안정되면서 낙동강 하구에 활발한 퇴적작용이 일어났다. 크고 작은 모래톱인 사주가 발달하면서 합쳐져 하나의 섬을 이뤄 낙동강 삼각주의 기본적인 모양을 갖췄다. 현재 강서구 대저동 일대가 바로 그곳으로 이때가 대략 1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사주 탐방 프로그램 마련 필요

낙동강 삼각주가 탄생한 것은 가야 왕국이 융성하던 시기로 이후 삼각주 일대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했다. 이 일대에서 패총과 같은 선사 시대 유적으로 볼 때 적어도 4000년 전부터 인간의 생활 터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에도 낙동강 하구는 훌륭한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문화재보호구역인 낙동강 하구는 철새의 이동 경로에 있어 번식지이자 월동지, 중간기착지로 활용된다. 또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으로 먹이가 풍부하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그 때문에 이 지역은 자연환경보전지역, 문화재지정구역, 습지보호지역 등으로 지정돼 보호하고 있다. 부산대 김진섭(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국가지질공원의 평가에는 생태문화 요소도 크게 작용한다. 특히 낙동강 하구는 관련 전문가들이 생태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곳이다"고 말했다.

아미산 전망대에서 낙동강 하구 모래섬들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는 을숙도를 중심으로 낙동강 하구의 생물상, 특히 철새와 이들의 서식환경에 관해 잘 알 수 있다. 또 을숙도 남단의 퇴적 지형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하구의 지질학적인 특성을 살펴보기엔 부족함이 있다. 다대포에서도 사주를 관찰할 수 있지만 극히 일부분이다. 따라서 낙동강 하구 사주의 모습을 제대로 알리고 교육이나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려면 사주 투어와 같은 체험·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령 순천만 갯벌탐방선처럼 가까이에서 사주의 모습을 보면서 해설을 들을 수 있다면 낙동강 하구의 과거와 현재에 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사주 가운데 한 곳을 체험 장소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안전성 등을 고려해 한 곳을 선정한 뒤 탐방선을 댈 수 있는 시설과 함께 탐방 덱을 설치해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사주 지형과 생태계를 관찰할 방법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 손문(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낙동강 하구는 생태계의 가치가 큰 만큼 관련 분야 전공자들과 지질학 전공자들이 함께 지오트레일이자 에코트레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살아있는 삼각주

- 아직 성장하는 젊은 땅 … 을숙도는 100살도 안된 곳

   
시기에 따른 낙동강 하구 사주의 변화를 보여주는 아미산 전망대 전시물.

'낙동강은 살아있다'는 말은 낙동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식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형변화가 심하다는 낙동강 하구의 지질학적 변화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낙동강 하구는 지질학적으로 볼 때 현재도 빠른 속도로 변화가 일어나는 곳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춘 지 오래되지 않은 '젊은' 지역이다.

낙동강 하구를 제외한 태종대나 송도, 이기대, 금정산 등 부산의 국가지질공원 후보지들은 중생대 말이나 신생대 초기, 즉 9000만 년 전에서 6000만 년 전에 걸친 시기에 형성돼 오랜 기간 침식작용으로 오늘날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이와 달리 낙동강 하구는 다른 곳의 수천분의 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현재의 모습을 이뤘다. 특히 지금 낙동강 하구에서 볼 수 있는 모래섬들은 더욱 짧은 기간에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태어난 지 오래되지 않은 모래섬들은 지금도 삼각주의 성장과 함께 자라나는 중이다.

낙동강 하구에서 지금의 위치에 퇴적이 시작된 것은 해수면이 지금과 비슷한 상태가 된 4000년~1700년 전 사이다. 이후 생성되기 시작한 사주들은 심한 지형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1861년에 나온 '대동여지도'의 낙동강 하구 부근 지도에는 현재의 대저도와 명호도만 나와 있지만 1916년 제작한 지형도에는 신호도, 진우도, 대마등, 장자도가 더해져 50여 년간 사주 지형이 활발하게 형성됐음을 알 수 있다. 낙동강 본류에 있는 을숙도와 일웅도는 1934년 이전에 만들어졌다.

낙동강과 남해가 바다는 지점에 형성된 사주들은 강물이 흘러가는 세 방향의 길을 따라 신호도와 명호도, 을숙도 남단에서 바다 바깥쪽으로 성장하고 있다. 1955년에 을숙도 남쪽에 새로운 사주인 백합등이 나타나 성장했고 1975년에는 신호도가 공단과 택지 조성을 위해 육지와 연결됐다. 이어 1986년에는 새등과 나무싯등이 형성됐고 마지막으로 1996년에는 도요등과 다대등이 새로 탄생했다. 1987년 낙동강하굿둑이 준공하면서 퇴적물의 공급이 줄어 사주의 성장이 느려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지금도 다대포 해안으로 새로운 사주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하굿둑의 건설로 진우도와 대마등 부근 유속이 약해져 작은 입자의 퇴적물이 이동해 온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