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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백발 성성’ 파뿌리… 내몸 덥히는 ‘하얀 난로’

‘백발 성성’ 파뿌리… 내몸 덥히는 ‘하얀 난로’
체온 올라가면 혈액순환 원활 미투데이공감페이스북트위터구글
▲  대파는 흔히 모든 음식에 풍미를 더하는 식재료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한방에서는 오래전부터 몸에 유익한 약재로 소중히 다뤄져 왔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얼마 전 한 일본인 의사가 ‘체온 1도 올리면 면역력이 5배 높아진다’라는 책을 내놓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자연의학계의 명의’로 알려진 필자 이시하라 유미 박사는 오랜 치료 경험과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습관과 식사야말로 ‘병 없는’ 삶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여러 전문가들이 체온이 적당히 올라가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근육 생성이 촉진되며, 소화기 계통 기능과 위장 운동이 활발해진다고 주장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몸에 열이 나는 것도 유해한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인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따라서 저체온증은 물론 각종 면역계 질환 예방을 위해서도 요즘처럼 갑자기 추위가 몰려 왔을 때 몸에 따듯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음식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

음식의 잡냄새를 없애줘 양념으로 흔히 사용되는 식품인 대파는 한방에서 오래전부터 식은 몸에 온기를 부여해 주는 약재로 인정받아 왔다. 특히 겨울 대파의 경우 찬 성질을 뚫고 자란 것이기 때문에 더욱 매울 뿐 아니라 온기도 더 많이 지녔다고 믿어졌다. 그래서 겨울 대파를 먹으면 땀이 잘 나고 감기에 걸렸을 때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대파의 이 같은 효능은 현대 식품영양학에서도 성분 분석 등을 통해 인정을 받고 있다. 대파에는 칼슘, 인 같은 무기염류와 비타민A, C 등이 풍부해 피로 해소와 감기 예방에 좋다. 특히 비타민C는 파 100g당 11∼22㎎으로 사과(4∼10㎎)나 양파(8㎎)보다 많다.(표 참조)

이처럼 무기질을 풍부하게 지녔으면서도 대파에는 양파, 마늘 등과 마찬가지로 유황화합물이 많이 들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알린으로 대파가 음식으로 조리될 때 효소의 작용에 의해 알리신으로 재합성되는데 저체온증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성분이다.

우선 알리신은 체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이에 따라 몸이 따뜻해지면서 말초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며, 면역력 또한 상승한다.

이와 함께 혈액 응고에 작용하는 혈소판 기능을 억제하고, 혈관 근육을 이완시켜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마늘이 동맥경화에 좋다고 하는 것도 이 알리신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신은 몸에서 노화를 일으키고 피로물질을 쌓이게 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치매나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파에는 ‘굴루코키닌’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혈당치를 내려주는 작용을 한다. 또 대파의 ‘쿨루쿠민’이라는 식물섬유 역시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쿨루쿠민은 울금에 많은 성분으로 커큐민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대파를 섭취하며 신경 써야 할 것은 이처럼 좋은 성분이 뿌리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파의 흰 뿌리 부분을 ‘총백(蔥白)’이라 부르며 말려서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해 왔다. 총백은 모공을 열어 땀을 내게 하고, 몸에 들어온 한기를 몰아내어 양기(온기)를 회복시키는 효험이 있다.

한의학 처방에서는 통맥사역탕(온기를 살려주는 처방), 향소산(냉기에 기운이 막힌 것을 뚫어주는 처방) 등에 총백을 사용했는데 이는 모공을 열어 땀을 내면서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을 활용한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하루하루 기온이 내려가는 계절에는 모공이 수축해 땀의 양도 줄면서 피부와 근육이 냉해지기 때문에 총백은 더욱 귀한 약재로 여겨졌었다.

예로부터 파뿌리와 흰 부분의 성질은 따뜻한 반면, 파란색 부분은 찬 성질이 있기 때문에 몸이 찬 사람은 주로 뿌리와 흰 부분을 먹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총백의 그 같은 효험에 기인한 것이다.

대파의 효능을 십분 맛보기 위해선 요리할 때 대파를 살짝 띄워서 익히는 것이 좋다. 알리신의 경우 휘발성이 강해서 오래 가열하면 약효 성분이 모두 날아가 버리기 마련이다. 또 그렇게 조리해야 맛과 향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한편 대파를 고를 때도 역시 흰 부분이 많은 것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또 무른 것보다는 단단한 것이 좋으며 약간의 광택이 도는 것이 신선하다고 보면 된다. 보관 기간은 한 달 정도가 적당하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