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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날개

[스크랩] 이생강(李生剛) 다악(茶樂) 연주집!

일상의 고요를 느끼고 싶습니까?

 

          이생강(李生剛) 다악(茶樂) 연주집!

 

 

             “풍적(風笛)” 대나무소리 바람따라...

                                                               

  

      대바람 소리 들리더니 / 소소(蕭蕭)한 대바람 소리 창을 흔들더니/
      소설(小雪) 지낸 하늘을/ 눈 머금은 구름이 가고 오는지 /미닫이에 가끔
      그늘이 진다. <신석정의 '대바람 소리' 중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 대금산조 예능보유자

                                                      

 다악(茶樂) 이란?

 

다악이란 행다(行茶)시 사용되는 음악이다. 차를 마실 때 음악을 연주했다는 기록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이 어떻게 연주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다악의 전성기는 음다(飮茶)가 보편화되어 있던 고려시대로 추측된다. 조상들의 음다행위를 목격한 중국인들은 이를 일컬어‘일상 다반사(日常 茶飯事)’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고려의 차문화는 불교를 중심으로 꽃피웠는데 사찰에서는 명선(茗禪), 즉 차 끓이기를 겨루는 풍습이 있었다. 이로 미뤄볼 때 고려의 다악은 불교적 색채가 강한 음악을 중심으로 연주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고려의 대표적인 궁중의식인 연등회와 팔관회때는 진다(進茶)의식이 널리 행해지기도 했다. 특히 고려사 례편등에 따르면 불교의 영향을 크게 받은 고려의 궁중다례는 복식, 기물, 무용이 음악과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라고 할 정도로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만 헌다(獻茶), 음다(飮茶)시 어떠한 종류의 음악이 연주되었는지는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지 않조선시대의 행다문화는 고려의 궁중문화, 불교문화의 쇠퇴와 그 명맥을 같이했다.

 

궁중문화 대신 서민문화가, 불교문화 대신 유교문화가 번창함에 따라 차문화 역시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 특히 임진왜란 이후 중국에 차조공이 시작되면서 서민들 사이에 차에 대한 반발감이 확산되는데 이 때문에 차문화가 쇠퇴하고 차 대신 율무, 갈근 등 각종 건강차들이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서 사실상 다문화는 붕괴되었고 음다풍속은 선방 승려들의 전유물로 퇴락했다.

 

선방에서 행다시 다악이 연주되었다는 기록 역시 찾기 힘들다. 불교음악의 백미라고 일컫는 영산회상은 재를 지내는 데 쓰이는 음악일 뿐 다악과는 무관하며, 또한 불가에서 의식을 제외한 명상 또는 참선 수행시 별도의 음악은 사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다악은 조선조때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19세기 해남의 대흥사를 중심으로 혜장 스님, ‘동다송’을 지으며 차재배를 보급시킨 초의 스님, 범해 스님 등 승려와 다산 정약용, 김정희 등 문인들이 차문화를 부흥시켰으나 다악이 함께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역시 보이지 않는다.  
 
차와 전통음악의 결합은 1998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지난 1998년 한국창작음악연구회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현대적인 새로운 삶의 음악이란 기치를 내걸고 과감하게 차와 우리음악과의 만남을 시도한 것이다.

 

'차와 우리음악의 다리놓기-다악(茶樂)'이란 제목으로 정제된 다도의 세계와 음악의 어울림을 통해 음악과 차문화에 내재되어 있는 전통의 멋을 끄집어내 현대인을 각성시킨 공연으로 대성황을 이뤘으며 이들 공연에 시연된 곡들은 8차례에 걸쳐 음반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들 다악은 정악계열의 창작곡들이 대종을 이루며  다례 가운데 주로 역대 왕조에서 행하던 궁중다례 혹은 종교적 다례에 염두를 둔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다.
 


 

죽향(竹鄕) 이생강(李生剛)의 다악(茶樂)!

 

죽향 다악의 특징은 대금, 피리, 소금, 단소, 퉁소등 관악기 독주의 평조선율로  다도의 정신을 표현했다는 점, 평조선율이 갖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독주 중간중간 징등 타악기로 은근하게 바쳐줌으로써 음악적 균형감과 안정감을 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어느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았고 또한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퉁소등 관악기를 과감하게 다악에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또한 음악적 모티브는 즉흥성을 중시한 반면 음악적 구조는 마치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춘 것처럼 짜임새가 중시되었으며 악기의 특성, 소리의 장단점을 세세하게 파악하여 차의 속성과 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시대 이후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건강차에 대한 음악적 배려를 위해 ‘느림의 미학’으로 표현되던 정악적인 접근방식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음악적 모티브의 범위를 민중의 음악, 즉 민속악까지 확장하여 곡을 만든 점도 눈에 띈다.

 

기존의 정악적 관점에 바탕을 둔 창작곡에 익숙한 청자들에게는 독주관악기의 미세한 음이 만들어내는 약간의 파동이 심리적 불편함으로 다가갈 수도 있으나  이는 우리의 차문화가 화려한 동선만으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우리의 다문화는 화려함과 소박함 이 모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음악에 적극 반영한 결과이다.

 

 총체적 예술로서의 큰 스케일을 자랑하던 고려 궁중다례보다는 소박한 규모의 초당에 다실을 꾸미고 자연석으로 다조(찻물을 끓이는 돌 받침대)를 삼아 음다를 하던 소박한 차문화가 유행하던 조선시대의 선방과 민간의 다문화를 음악에 골고루 반영하려 한 흔적이 엿보이며 장단은 대부분의 곡이 중모리와 굿거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죽향의 다악에서 장단은 의미가 없다고 얘기할 정도로 지극히 보조적 역할을 하는데 머무르고 있다. 

 

죽향의 다악은 ‘차와 음악은 근본적으로 닮아있다‘라는 전제를 깔고 출발한다. 또한 새소리로 대변되는 자연의 속성을 모든 곡에 반영하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죽향이 얘기하고자 한 차의 속성과 다악의 속성, 그리고 자연의 속성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곡목해설 -

 

청산유수 (靑山流水) - 대금

 

말없는 청산이요/ 태없는 유수로다/
값없는 청풍이요/ 임자 없는 명월이라/
이 중에 병 없는 이 몸이/ 분별없이 늙으리라

 

성혼이 자연을 예찬한 시조 ‘말없는 청산이요’를 연상케 하는 대금곡 ‘청산유수’는 푸른 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거침없이 흘러가는 모습을 대금으로 묘사한 것으로 맑고, 깨끗한 이미지의 물 그리고 물길의 흐름을 가로막는 굵은 돌, 굵은 돌과 부딪히는 물의 정경 등이 연속성을 가지며 펼쳐진다. 평조음악이 보여줄 수 있는 편안하고 고즈넉한 진행을 압축적으로 표현, 정갈하고 단아한 느낌의 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진행하다가 일순간 역동적이고 힘찬 느낌을 주는 그래서 정악과 민속악의 중간지대에서 이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으로 이어지는데 마치 여름을 날 채비를 하는 게으른 뻐꾸기의 분주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착각을 갖게 한다.  ‘청산유수’는 차를 달여 마시기까지의 전 과정을 은근한 음악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일관되게 이어지는 동선은 마치 물이 청산을 껴안고 바다로 나가는 일련의 과정과도 닮아 있다.
 
회상(回想) - 단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회상’은 윤동주의 ‘서시’와  제법 잘 어울리는 느낌을 주는 단소 독주곡이다.  과거를 돌아본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회상’이지만 이 곡은 회상의 수준이 단지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 과거를 반추하며 새로운 다짐을 하는 ‘회상’임을 전제로 만들어진 곡이다. 소리는 크지 않지만 맑고 깨끗한 음색이 특징인 단소악기로 회상이란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무거운 느낌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준다. 만추의 늦은 밤, 곡우 전에 새순을 따서 만든 우전을 마시며 듣기에 좋은 음악이다. 중간중간 겨울밤 찬 공기를 가로저으면 날아가는 떼기러기의 청아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금강산의 만물상(萬物相) - 소금

 

종소리와 염불소리/ 바람결에 들려오고
옥류금류(玉流金流) 열두담(潭)이/ 굽이굽이 흘렀으니
선경(仙境)인 듯 극락(極樂)인 듯/ 만물상(萬物象)이 더욱 좋다

기암괴석(奇巖怪石) 절경속에/ 금강수(金剛水)가 새음솟고
푸른줄기 몸에감고/ 쇠사다리 더듬어서
발옮기어 올라가니/ 비로봉(毘盧峰)이 장엄쿠나 (중략)

 

 20세기에 만들어진 경기잡가 ‘금강산타령’에서 그려지는 만물상의 모습은 범인들은 감히 접할 수 없는 성스러운 세상이자 낙원이다. 폭정에 치를 떤 중국인들이 ‘무릉도원’이라는 이상향을 만들어 그 안에 안주하며 잠시나마 속세의 시름을 잊고 지냈듯  일제치하를 산 조상들은 금강산의 만물상을 보며 무릉도원과 비슷한 느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기기묘묘한 바위와 산의 형세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인간과 천상이 소통하는 공간 만물상. 돌과 돌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바위로 섰고, 그 바위들이 줄지어선 모습이 마치 오선보위의 음표처럼 질서와 선율을 가진 듯한 느낌으로 다가선다.

 

그렇게 해서 소금 독주곡 ‘금강산 만물상’이 탄생했다. 국악기 가운데 가장 높은 음역을 가진 소금악기가 만들어내는 맑고도 애잔한 음성이 비류직하(飛流直下)하는 폭포수를 연상케 하며 세성의 박새가 비상을 위해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인간의 오감으로 마신다는 녹차의 의미를 담아낸 곡인데 즉 귀로 찻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코로 향기를 맡으며, 눈으로 다구와 차를 직시한 채 녹차의 오묘한 맛을 느끼며, 손으로 찻잔의 감촉을 즐기는 것 즉 ‘다선일미’(茶禪一味)의 정신이 ‘금강산 만물상’에 표현된 것이다. 

 

시골길 - 피리

 

피리독주곡 ‘시골길’은 메나리조와 시나위조를 평조로 적절히 배분한 곡으로 소달구지를 타고 보리피리를 부는 동자의 천진난만한 정경이 살아있는 시골길을 묘사하였다. 함경도 지방에서 전해오는 민요 ‘애원성’ 가운데 ‘비낀 별 소등위에 피리 부는 저 동자야’라는 가사가 마치 ‘시골길’로 묘사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소달구지의 뒤를 따를 듯 말 듯 낮게 날면서 지저귀는 한 마리 굴뚝새의 청량한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바람에 날리는 먼지, 석양녁에 아무도 없는 흙길위로 깔리는 어둠, 꼬불꼬불하고 비좁지만 아늑한 보금자리처럼 느껴지는 시골길이 마치 한적한 어느 암자에서 선사를 대하여 차를 권하는 처사의 느긋한 미소처럼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서는 곡이다. 녹차의 산뜻한 맛과 볶은 현미의 구수한 맛이 조화되어 누구나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건강차인 현미녹차 음다에 제법 어울리는 음악이다.

 

풍엽(風葉) - 대금

 

대금 독주곡 ‘풍엽’은 고목의 큰 등을 바람막이로 삼아 가지에 매달려있는 잎새와 그 잎새로 강도를 달리하며 시시각각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를 미묘한 변주를 통해 표현한 곡이다.

큰 나무에 매달린 나뭇잎은 바람이 불어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만추의 황량한 시절에 한풍이 부는 벌판에 나무를 의지하여 떨고 있는 나뭇잎의 다소 애처로운 모습과 또 이를 극복하려는 욕구가 대비되어 나타나는 곡으로 바람의 강약이 전통적 대금운지법에 미세한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표현되며 빠른 장식음을 호흡의 변화를 통한 취주로 처리함으로써 긴장과 이완의 느낌을 동시에 갖게 하는 절묘한 터치를 갖는다. 만추를 대비하는 산사의 다소 분주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떫은 맛이 강한 홍차를 마시며 듣기에 좋은 음악이다. 다소 게으른 벙어리 뻐꾸기의 느린 울음소리가 쏙독새 소리와 함께 들려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청수(淸秀) - 대금

 

대금 독주곡 ‘청수’는 맑고 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의 뇌리에 선명히 기억되는 모든 것을 연주한 것이다. 녹차의 진한 맛과 향기, 그리고 다례의 인상적인 전 과정이 청수에 함축적으로 들어있다. 그런데 이 청수는 단지 맑고 빼어나서 눈에 띄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맑고 빼어난 것의 본질은 곧 ‘지혜로운 것’이라는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차의 극진한 맛을 음미하면서 세상에 ‘화두’를 던지는 선사의 지혜로운 말씀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초의 선사는 김명희에게 보낸 다시(茶詩)에서 ‘차의 성품은 군자의 성품과 닮아있다’고 하였다. 또한 古來聖賢俱愛茶 茶如君子性無邪 (예부터 성현들은 모두 차를 즐겨하였으니 차는 군자처럼 성품에 사악함이 없어서라)라 하여 차의 성품은 군자의 그것에 늘 비유되었던 것처럼 대금 독주곡 ‘청수’가 본질적으로 지향하는  ‘지극히 빼어난 아름다움’은 곧 ‘군자의 성품’임을 알 수 있다.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은 후 느끼함을 달래주는데 좋은 차로 비록 중국에서 들여오긴 했으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오룡차(烏龍茶.우롱차)와 잘 어울리는 음악으로 입안을 산뜻하게 해주고 또 깔끔하면서도 향이 오래도록 머무는 것처럼 대금 곡 ‘청수’ 역시 오랫동안 귓전에서 머물다 피부 깊숙이 흡수되는 느낌이 강하다.

 

일월(日月) - 퉁소

 

‘일월’은 달과 해로 대변되는 음양의 변화 및 조화를 퉁소로 표현한 곡으로 굵고 오래 묵은 대나무의 깊은 소리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퉁소의 진중한 멋이 한껏 느껴지는 곡이다.

조금은 소박하고 투박한 음색으로 표현되는 ‘일월’은 자연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차의 다양한 향기와 맛에 비유하고 있다.  취주 시 긴 호흡을 통해 음의 강약을 교차시키고 명암의 대비를 줌으로써 차의 진한 맛과 순한 맛이 가지는 특성을 묘사하였는데 이 부분은 마치 겨울밤 먹이를 유혹하다 잠시 한기에 취해 조바심내는 수리부엉이의 소리와 흡사하다. 추위를 잊고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건강차인 쌍화차나 혹은 한여름에 차잎을 따내 조금은 쌉싸름한 대작을 마시며 듣기에 좋은 곡이다.

 

초승달 - 단소

 

단소 독주곡 ‘초승달’은 단소가 갖고 있는 맑고 깨끗한 음색과 선율이 잘 드러난 곡으로 해에 가려져 전신이 드러나지 않은 초승달이 만월을 향해가는 총총한 의지가 단소청의 강약변화에 실려 묘사되고 있다. 이는 끓여낸 차를 음미하기 전에 차를 대하는 사람의 기분을, 만월을 향해가는 초승달의 모습에서 착상하여 단소로 표현한 것으로 달 주변에 떠다니는 구름과 구름을 일렁이게 하는 바람 등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들릴 듯 말 듯한 소소한 느낌을 주는 단소로 운치있게 표현했다. 개화하기 직전의 말리나 꽃봉오리를 따낸 다음, 밤에 꽃잎이 피기 시작하여 꽃향기가 나오기 시작할 때 차잎과 섞어 꽃향기를 차에 훈착시키는 방법으로 만드는 쟈스민차의 은은한 향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두견이의 살가운 울음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나온다.

 

정영(情影) - 소금

 

소금 독주곡 ‘정영’은 ‘정의 그림자’라는 뜻으로 내 혈액속에 녹아 흐르는 아름다운 정의 느낌을 소금악기로 표현한 것으로 아무리 박한 살림이라 할지라도 손님이 찾아오면 보리차 혹은 옥수수 수염을 말린 차라도 대접하는 우리네 훈훈한 심성을 평조선율에 담아 표현한 곡이다. 이 곡은  차를 권하고 또 이를 받아 음미하며 대화를 나누는 정감있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가장 대중적인 작설차인 세작을 마실 때 권하고 싶은 음악이다. 소금악기의 미려한 수성음에 정의 감정을 실어 표현하고 있는 ‘정영’은 세작의 색과 향기, 맛이 주는 느낌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후반부로 오면서 정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 대목은 특히 잠에서 막 깬 휘파람새가 기지개를 켜며 목을 틔우는 소리와 쑥새가 짝을 부르는 정겨운 소리가 교차하여 들리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화용도(華容圖) - 대금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중략)

 

봄날, 이들거리는 풀과 물오른 버드나무가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키듯 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화용도’는  찻잔을 대하였다가 우연히 찻잔 속에 비친 원숙미가 가득한 아름다운 얼굴을 발견하고는 차마시기를 그치고 찻잔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한 중년의 모습을 대금으로 표현한 곡이다. 마치 윤동주의 시 ‘자화상’의 첫머리를 연상케 하는 이 ‘화용도’는  차의 아름다운 향과 냄새, 정갈하고 단아한 찻잔과 잔 위에 담겨있는 차, 알맞게 푸른 차 빛깔, 그리고 그것을 조신하게 마시는 사람의 행다를 모자이크식으로 묘사한 것으로 각각이 하나의 정지태를 갖지만 궁극적으로 ‘화용도’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역시 평조선율로 진행되며 차를 음미하는 모습, 그리고 찻잔에 비친 얼굴을 감상하는 모습은 주특기인 뻐꾸기 울음소리로 처리했다.  

 

▧▧▧▧ 객원

 

타악기(a percussion instrument) :        이호용(Lee, Ho Young)
                                                      허봉수(Hue, Bong Su)
                                                      홍석영(Hong, Suk Young)
 

 

 

이생강(李生剛)의 생애(生涯)

 

죽향 이생강은 국악기에 조예가 깊었던 부친 이수덕의 영향으로 만5세 때부터 손가락이 닿는 작은악기인 피리, 단소 등의 관악기를 익혔다. 그의 부친 이수덕은 호적명인으로도 상당한 이름을 떨쳤으며 훗날 김석출 등이 이수덕의 가락을 배우기도 한다.

 

해방이 되던 해인 1945년 귀국한 이생강은 부산 보수동에 정착한다. 일본 땅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까닭에 한국말이 서툴렀던 이 생강은 부산생활에 좀처럼 적응할 수 없었다. 언어와 정서의 이질성은 늘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생강이 어린 시절을 방황하지 않고 지날 수 있었던 것은 피리와 단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늘 주머니에 이들 악기를 넣고 다녔는데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한 번씩 힘껏 불어제끼고 나면 그도 모르게 자신감이 샘솟아나곤 했다. 그가 피리와 단소에 유독 애정을 많이 가지는 이유도 이들 악기가 어린 이생강의 유일한 친구였으며 인생의 훌륭한 반려자로 역할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11세 때인 1947년 전주역 앞에서 대금명인 한주환을 만나게 되는데 한주환의 기묘한 대금산조에 매료된 이 생강은 이후 15여 년 동안 한주환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한숙구와 박종기가 창시하고 두가지류를 한데모아 정립한 한주환류의 맥을 이은 대금산조 한바탕을 전수받게 된다.   

      
어린 시절 일본사람이 불어대는 샤쿠하치(퉁소악기)를 듣고 곧장 따라하던 천재소년이라 할지라도 한주환류 대금산조의 전수는  만만치 않은 수업이었다. 그러나 워낙 고집이 세고 한번 목표를 세우면 끝장을 봐야 했던 이생강은 스승의 기교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주야로 스승을 따라다니며 대금을 배웠고 웬만해선 제자들에게 칭찬을 던지지 않던 한주환은 그의 산조를 듣고는 대단히 흐뭇해하며 ‘김좋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이 생강은 이후 국악계의 이른바 ‘스타’로 부각되는데 1950년대 이후부터의 활약을 연대기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58. 진주 개천예술제 기악부 특상.
1958. 59년 임춘앵 여성국극단 음악 반주.
1960. 제1회 세계 민속예술제 참가 (프랑스 파리)
1967. 8. 전 일본 순회공연
1968. 8. 멕시코 올림픽 민속 예술제 참가공연.
1970. 대한민국 7인 명인에 선정.
1973. 국민훈장목련장 서훈.
1977. 6.5. 제1회 이생강 대금산조 발표회 (국립극장)
1978. 전주대사습대회 기악부 장원.
1984. 신라문화재 대통령상 수상.
1984. 1987. KBS 국악대상 수상.
1988. 서울올림픽 폐회식 대금독주
1996. 12.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보유자
1999. 10. 제14회 대금 산조 발표공연(국립국악원)
2000. 4. 제15회 대금 산조 발표공연(서울 문화예술회관)         
2000. 8. 한중일 국제예술문화교류 공연(제주도 문예회관)
2002. 8. 일본 교토 <한국전통음악과 춤의 향연> 출연 (교토조형예술대학 춘추좌)
2003. 4. 문화재명예관리인대회 공연(유성아드리아호텔)
2004.3.  제16회 대금산조 발표회(국립극장)
2004.12. 실연자 총연합회 대상 수상
2005.4.  음악인생 60주년 기념 공연 (세종문화회관)
1960년~현재까지   국내외 약 6,000여회 출연
1970년~현재까지   레코드 약 400여종 출판

현재 이 생강은 중요무형문화재 제 45호 대금산조 보유자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의 아들 이광훈이 대를 이어 대금을 전수받고 있다.

                                  출 반 : (주) 신나라 뮤직 : 031)266-7191

                       

                             음반 문의 : 온라인과 오프라인 포함 전국 음반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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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배뱅이의 노을 노래
글쓴이 : 배뱅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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