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생식물과 습지식물
수생식물과 습지식물
글/사진 현진오


북방계 수생식물로 남한에서는 동해안 석호습지 몇 곳과 대암산 용늪에서만 자란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습지식물은 말 그대로 습지에 사는 식물을 이른다. 하지만 습지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습지식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습지는 학자에 따라서, 국가나 기관에 따라서, 법률과 제도에 따라서 서로 다르게 정의되고 있다.

ㅣ 산부채. Calla palustris L. 천남성과
연못이나 수로 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이다. 남한에는 없고 북부지방에 살며, 흰색 불염포를 가진 꽃이 4-6월에 핀다.
호수는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에 늪, 소택지, 습지, 초원의 순서로 변해 간다. 소택지까지는 수면을 볼 수 있는 곳이며, 습지부터는 습기가 있기는 하되 수면을 관찰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이런 논리를 따를 경우 습지식물은 수생식물과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거나 수생식물 가운데 몇몇 종은 포함되지만 수생식물과는 다른 습원습지식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람사르 습지보호협약에서 규정한 습지는 이보다 훨씬 다양한 지역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해양 및 연안습지, 내륙습지, 인공습지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소택지와 초원 사이의 단계에서 발달하는 습지뿐만 아니라 석호, 산호초, 하구역, 하천, 호수, 논, 염전, 늪, 습원, 6m 이하의 해역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런 경우에 습지식물은 수생식물 종류를 모두 포함할 뿐만 아니라, 해안에 생육하는 염생식물은 물론이고 습원에 사는 식물들까지도 포함하게 된다.

습지식물은 수생식물을 포함하는 개념


ㅣ 비술나무. Ulmus pumila L. 느릅나무과
물가에 자라는 낙엽 큰키나무이다. 북방계 식물이지만 소백산 부근까지 내려와 자라며, 강원도 강변에는 무리를 지어 자라는 곳도 있다.
수생식물과 습지식물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습지를 정의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이견이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습지를 어떻게 정의하든지 습지식물은 수생식물의 많은 것들을 포함한다. 다만, 호수나 바다 속에 사는 침수식물들은 습지의 정의에서 호수나 조하대 바다가 제외될 경우에는 습지식물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또한, 비술나무, 버드나무, 물억새처럼 호수와 뭍의 중간 지역에서 생육하는 식물들의 경우에는 습지식물에는 포함될 수 있지만 수생식물에는 속하지 않음으로써, 습지식물이 수생식물보다 더 넓은 범주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ㅣ 만주수련. Nymphaea tetragona Georgi 수련과
한반도 북부, 만주, 우수리 등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이다. 꽃은 여름에 핀다.
습지식물은 수생식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포함하고, 이에 더하여 수변식물들을 포함하는 식물 종류로 정의할 수 있다. 수생식물의 전부가 포함되는 경우는 호수나 강, 얕은 바다 등을 습지에 포함시킬 때이고, 이들 지역을 습지에서 제외할 때는 수생식물의 일부와 또 다른 습생식물들이 습지식물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수생식물은 약 130종


북방계 수생식물로 남한에서는 동해안 습지와 계곡 주변에 드물게 자란다. 자생지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함부로 채취하여 멸종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ㅣ 참통발. Utricularia tenuicaulis Miki 통발과
오래된 연못에 사는 여러해살이 식충식물이다. 줄기에 달린 작은 통발 안으로 들어온 수서곤충을 잡아먹는다. 뿌리가 없이 물속에서 떠다니다가 둥근 겨울눈을 만들어 겨울을 난다.
우리나라 수생식물 가운데 멸종위기에 놓인 것이 많다. 벌레먹이말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 되어서 식물도감에서만 볼 수 있는 수생식물이다. 일제강점기 때 대구 근처에서 채집된 이후 한반도에서 목격한 사람도 없고 채집된 표본도 없다. 세계적으로도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만주, 우수리, 아무르, 시베리아 등지에 널리 분포하던 식물이지만 현재는 지구상의 모든 자생지에서 멸종하였다.
벌레먹이말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수생식물이 멸종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서해안 논에서 사는 매화마름도 멸종위기에 놓인 수생식물 가운데 하나다. 환경부가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멸종위기야생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고, 강화도 자생지는 람사르습지로도 등록되어 있을 정도다. 가시연, 각시수련, 순채 등은 멸종위기야생식물 II급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살고 있는 오래 된 연못은 개발압력이 높은 곳으로서 언제 매립될지 모르는 운명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가시연꽃, 각시수련, 순채 등은 법정보호종


ㅣ 물고사리. Ceratopteris thalictroides (L.) Brongn. 물고사리과
남방계 양치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논에 자란다. 부산과 전라도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충청남도에서도 발견되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이다.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된 수생식물들도 이처럼 큰 훼손압력에 직면해 있는데, 보호종으로 지정조차 되지 않은 희귀 수생식물들은 미래가 매우 불투명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들통발, 물고사리, 물여뀌, 좀어리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애초부터 개체수가 적은 데다가 생육지 훼손압력이 점점 높아지면서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몇 안 되는 이들 식물의 자생지가 훼손되면 연이어서 이들 종 자체도 절멸 상태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자생지가 몇 곳 되지 않고, 그 자생지마저 훼손압력에 놓여 있는 희귀 수생식물이면서 위의 식물들과는 또 다른 멸종위험에 맞닥뜨린 것들이 있다. 개통발, 독미나리, 부채붓꽃, 선제비꽃, 조름나물 같은 북방계 습지식물들이다. 이들은 생육지 훼손 위협 외에 지구 온난화라는 새로운 위협 요인에 직면해 있다. 빙하기 때 남하한 후 기온이 상승하자 몇몇 자생지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인데, 기온이 다시 더 올라간다면 이들은 머지않아 절멸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 가래.
Potamogeton distinctus A. Benn. 가래과
연못, 늪지, 수로 등에 비교적 흔하게 자라는 수생식물이다. 물 위에 뜬 잎과 물속에 잠긴 잎의 모양이 확연히 다르며, 꽃은 여름에 핀다.

○ 가시연꽃.
Euryale ferox Salisb. 수련과
오래된 연못에 드물게 자라는 한해살이 수생식물이다. 전체에 날카로운 가시가 난다. 물 위에 뜨는 잎은 큰 것의 경우에 지름 120cm에 달해 우리나라 식물 중에서 가장 크다.

○ 각시수련.
Nymphaea tetragona Georgi var. minima (Nakai) W. T. Lee 수련과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이다. 손톱만한 작은 꽃이 여름에 핀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 네가래.
Marsilea quadrifolia L. 네가래과
연못 가장자리의 낮은 물에 사는 여러해살이풀로 고사리의 일종이다. 땅속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으며, 물 위에 뜨는 잎은 네잎 클로버를 빼닮았다.

○ 노랑어리연.
Nymphoides peltata (S. G. Gmel.) Kuntze 조름나물과
전국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이다. 뿌리는 땅속에 박혀 있고 잎만 물 위에 뜨는 부엽식물이다. 꽃은 여름에 핀다.

○ 들통발
Utricularia pilosa (Makino) Makino 통발과
오래된 연못에 드물게 자라는 한해살이 식충식물이다. 여름에 꽃이 피며, 참통발과는 달리 열매가 잘 달린다.

○ 생이가래.
Salvinia natans (L.) All. 생이가래과
연못이나 늪지에 자라는 한해살이 수생식물이다. 고사리의 일종이므로 꽃 대신 포자로 번식한다. 3장의 잎이 돌려나는데 물속의 1장은 뿌리처럼 생겼다.

○ 수련.
Nymphaea pygmaea (Salisb.) W. T. Aiton 수련과
중부 이남에서 심어 키우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이다. 여러 가지 원예품종으로 개량되었으며, 품종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운다.

○ 순채.
Brasenia schreberi J. f. Gmel. 어항마름과
오래된 연못에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이다. 한천질에 싸인 채 나오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이다.

○ 어리연.
Nymphoides indica (L.) Kuntze 조름나물과
강가 또는 연못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이다. '연'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이지만 수련과에 속하지 않고 조름나물과에 속한다.

Nelumbo nucifera Gaertn. 연꽃과
연못에 사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이다. 꽃 색깔이 다양한 많은 품종이 재배되고 있으며, 땅속의 뿌리줄기를 연근이라 하며 식용한다. 흰 꽃이 피는 것을 백련이라 한다.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nibr.go.kr)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수생식물과 습지식물 습지는 일반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이다. 종 조성이 단순하여 생물다양성이 낮은 삼각주 같은 하천습지도 가끔 있지만, 대다수의 습지는 생물다양성이 높다.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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