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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기사 모음
jaunyoung
2019. 1. 1. 00:47
2018년 1월부터 부산일보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기사모음을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기사 모음
- [선장과 함께하는 항해] 20. 일광면 해안가2018.11.08 (목)
- 뿐이다. 도시항해팀은 문학과 열창을 통해 그야말로 바다의 서정을 뿜어내는 일광 해변을 걷는다. 명작의 현장을 찾는 발걸음이며, 부산 동쪽 바다 어촌의 전형적인 모습.....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19. 신평역~에덴공원2018.10.25 (목)
- 한다. 도시항해팀은 낙동강 하구에서 그런 통증을 느낀다. 아무리 둘러봐도 예전 모양새는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강줄기는 흐르고 있으나, 함께 출렁이던 .....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18. 부산교대~송상현 광장2018.10.11 (목)
- 바다 물결의 미세기는 도시라고 다르지 않다. 간조 때 모랫바닥이 드러나지만, 만조의 풍만함은 얼마 안 있어 재현된다. 도심지 변천도 밀물 썰물의 이치와 같다는 걸 <.....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17. 용호동 전통마을~오륙도 포진지2018.09.27 (목)
- 아닐까. 철제문으로 굳게 닫혀있는 지하 진지 입구에서 도시항해를 마친다. 다음에는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정을 기대하면서. 길라잡이 자료제공=이성훈 선장<.....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16. 존멸의 기로 초량길2018.09.06 (목)
- 들어가는 도시항해팀은 수륙양용기를 타는 기분이다. 바다와 육지처럼 이질성을 지닌 양 지역으로 들어가는 까닭이다. 원도심의 참다운 미래상이라는 화두도 납덩어리처럼 무겁.....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15. 서동~금사동2018.08.23 (목)
- 있을까. 도시항해팀은 그 갈망의 바람을 안고 시간의 바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주민들의 손으로 세워진 부산 금정구 서동과 금사동 골목을 걷는다. 집마다 뱉어내는 가내.....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14. 덕천역~구포장2018.08.09 (목)
- 오일장 함께 열리는 구포장 곳곳서 만나는 일제 강점기 건물 그 동맥의 기점에 자리하는 구포는 강의 도시 부산의 중심이었다. 강 하류 풍.....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13. 대티고개~괴정동2018.07.26 (목)
- 집을 구별하는 표정도 재밌다.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마도로스가 고향 앞바다를 오가는 통통배 선장을 잠시 맡은 것만 같다. 고개 왼쪽 아래로 달리는 대.....
- [데스크 칼럼] 숨어 있던 기억을 소환하다2018.07.17 (화)
- 어귀로 향하는 길이 나왔다. 사라진 길의 흔적 찾아 나선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항해' 땀과 발로 쓰는 부산의 역사 현재.....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11. 영도 중리~한국해양대2018.06.28 (목)
- 따라가는 도시항해이기도 하다. ■해상 요충지 영도 중리 앞바다 영도의 옛 이름은 절영도(絶影島). 그림자도 못 따를 만큼 속도를 냈다는 명마의 뜻이 담겨 있.....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10. 서구 아미동 순례2018.06.14 (목)
- 사가 공존하는 땅. 그 역사의 흔적과 현장의 모습이 우리에게 어떠한 위안을 안겨 주고, 혜안을 갖게 하리라는 기대를 하고서. ■생로병사 비밀의 문으로 한 발짝 .....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9. 전포카페거리 일대 시간여행2018.05.31 (목)
- 이성훈 선장 얼굴에 저절로 웃음 주름이 생긴다. 그의 정체는 정두환 음악평론가. 경남공고에 교사로 근무하는 정 평론가는 수백 회의 무료 음악 강좌를 이어.....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8. 심상소학교 라인2018.05.10 (목)
- 대물림인가 하는 낭패감마저 든다. 그렇다면 일제강점기 시절은 어떠했을까. 일본인들이 다녔던 심상소학교(尋常小學校)들을 잇는 라인을 구상해본다. 일제 식민지 경영의.....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7. 민락동 옛 해안길2018.04.19 (목)
- 이 선장이 그들 가운데 한 해녀에게 "혹시 씨랜드회센터에서 횟집 하는 분의 자매가 아니냐"고 물어본다. 얼굴이 닮았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자기가 언니라는.....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6. 남천동~대연동 옛 해안길2018.04.05 (목)
- 바다로 향하는 어부 남편을 눈물로 환송하는 아낙네의 바닷가, 뱃일 떠나는 아버지를 애타는 심정으로 바라보는 효녀의 갯바위가 사라진 것이다. 부산만큼 바다.....
- [2018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우수상-김정명 2018.04.02 (월)
- 지니게 하는 아이러니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오? 이런 비슷한 일은 출국 때만이 있은 일이 아니었다. 국적선 승선시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서.....
- [이준영의 쉼터] 길은 우리의 역사2018.03.23 (금)
- 올해부터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항해' 시리즈를 시작했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폐기된 길을 찾자는 의도였다. 대형 건물이 들어서고,.....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5. 지겟골~못골 옛길2018.03.22 (목)
- 이성훈 선장이 도시 항해 지도를 펼쳐 든다. 재개발 광풍이 불고 있는 대연고개. ■버스가 뒤로 밀린 산만디 .....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3. 조선 방직 옛터 한 바퀴2018.02.08 (목)
- 이번 도시항해는 도시철도 1호선 범일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200m 앞쪽 옛 부산은행본점이 조선 방직 옛터를 원점 회귀하는 기점이자 종.....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2. 영도 봉래·남항길2018.01.25 (목)
- 와' 손짓하는 영도 이번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항해>는 도시철도 남포동역 6번 출구에서 출발한다. 입구에서 영도.....
-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1. 남포동역~송도해수욕장 옛 해안길2018.01.11 (목)
- 씨가 '도시를 걷는 선장'으로 나선 건 고향 사랑의 발로입니다. 그 세월이 물경 20년입니다. 새해를 맞아 이 선장과 함께 기억.....
[선장과 함께하는 도시 항해] 1. 남포동역~송도해수욕장 옛 해안길

바다에선 해도를, 부산항에 내리면 지도를 눈에서 떼지 않는 외항선 선장이 있습니다. 오대양에선 보이지 않는 길을, 부산에선 지워진 길을 찾으려는 노력입니다. 30년 해상 생활의 부산 사나이 이성훈 씨가 '도시를 걷는 선장'으로 나선 건 고향 사랑의 발로입니다. 그 세월이 물경 20년입니다. 새해를 맞아 이 선장과 함께 기억의 조류를 따라 도시항해에 나섭니다. 바다 사람에게만 보이는 물길을 여는 실력으로, 무자비한 찻길에 치여 실종되고 은폐된 정든 길을 찾는 여정입니다.
매립과 복개, 확장으로 사라진 길
지도와 해도로 꿰맞춘 4㎞ 여정
개화기·한국전쟁의 흔적 곳곳에
문우당 뒤편엔 거대한 해안 석축
절벽·산비탈,삶이 만나는 현장도
부산은 매립(埋立)으로 영토를 확장한 도시다. 앞에는 파도가 출렁이고, 뒤로는 험한 산에 가로막힌 마을들이 늘어선 게 본래 부산 원도심의 모습이었다. 이른바 열촌(列村)이라 불리는 이 지형은 우리나라 어촌마을의 전형적인 모양새다. 그 전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옛 어민들의 고단했던 삶이 쉬이 짐작된다. 전답이 손바닥만 하니, 먹고 살려고 마을 사람들은 목숨을 담보로 거친 바다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시대는 이런 부산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렸다. 산은 무너져 바다로 밀려 나가고, 해상은 육상이 돼 온갖 건물과 공장이 들어찼다. 그 변화가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력(人力)으로 이뤄졌으니 매립이나 메움이란 단어로 표현한다. 이처럼 성장 틀을 갖춘 부산은 이후 해양 관문으로 성장하면서 바다 메움의 넓이와 속도를 더했다.
그래서 해안 길은 그 옛날 어부가 조업을 떠나며 뒤돌아보던 그 바다 지점까지 달려나갔다. 잔파도가 찰랑거렸던 옛 해안 길들은 건물에 파묻히고, 새길에 찢겨나갔다. 이 선장은 그처럼 잊힌 옛 해안 길 흔적의 파편을 지도와 해도를 통해 꿰맞춰 왔다. 이번에 걸은 도시철도 남포동역~서구청~송도해수욕장 간 옛 해안 길 거리는 약 4㎞. 보행 시간은 관심사와 머무는 횟수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으나, 대략 2시간.
■과거와 현대 소통의 거리
남포동역 7번 출구에서 출발한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왼쪽으로 돌아선다. 지난해 9월 조성한 엔터테이너 거리의 소광장(광복 쉼터)을 보기 위해서다.
7번 출구가 곧바로 광복로로 이어져 그곳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이 광장에 들어선 안내판과 시설물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앞으로 갈 길의 윤곽이 머릿속에 미리 그려진다. 그중에 인상 깊은 건 알렌 선교사, 언더우드 선교사, 아펜젤러 선교사의 얼굴이 새겨진 석판. 우리 귀에 익숙한 외국인들이다. 1880년대 후반 한국 개화의 계기가 된 이들의 최초 기착지를 표시하는 시설물이다. 도시철도 남포동역 부근이 과거 해안가였음을 보여준다.
여기서부터 비프 광장까지 세 부분의 콘텐츠로 구성된 '엔터테이너 거리'가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이곳은 소외돼 온 광복로 뒷골목을 문화예술 분야로 재조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란수도 부산 시절 무형 유산과 해양수도 부산 문화 사이의 소통 공간을 꿈꾸고 있는 지점이다.
소광장에서 구덕로에 이르는 길은 엔터테이너 거리의 변천사를 알 수 있는 '문화예술의 거리'로 꾸며졌다. 다방과 극장 변천사를 담은 전시물이 설치됐다. 주경업 화가의 펜화를 감상할 수 있고, 5060 음악다방과 7080 음악감상실 코너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서울깍두기 식당까지는 '열정의 거리'다. 부산 출신 스타들을 담아낸 '스타 게이트'가 시선을 끈다. 게이트마다 설치된 핸드프린팅에 손을 대면 해당 연예인의 이력과 인터뷰 동영상이 뜬다. 윤제균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재용 김정태 장혁 조진웅 변우민과 가수 설운도, 개그맨 김원효 윤형빈 등이 대거 참여했다. 전국노래자랑을 인연으로 원로배우 송해의 영상도 볼 수 있다.
피란수도 부산으로 몰려든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현대예술의 씨앗을 잉태했음을 기념하는 민들레 광장도 눈에 띈다. 이 거리를 중심으로 영화 상영과 공연 예술을 주도한 극장, 문화 예술의 거점 역할을 했던 음악감상실의 자취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마지막 구간인 일명 '구둣방 골목'에는 '추억의 거리'가 조성됐다. 구두 모양의 동판과 함께 연예인들의 풋 프린팅을 길바닥에 배치해 행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점 뒷문에 있는 해안 석축
엄밀하게 보자면, 엔터테이너 거리는 완벽한 옛 해안 길은 아니다. 출발점에서 잠시 길 너머 롯데백화점으로 우회해야 한다. 하지만, 구덕로를 무단횡단할 수 없는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송도해수욕장까지 가는 내내 곳곳에서 일어난다. 그만큼 옛길이 변형됐다.
엔터테이너 거리를 걷는 내내 옛 해안 길 자국을 자주 만난다. 왼쪽으로 비스듬한 내리막도 그중 하나다. 해안 높이와 수평으로 매립하지 않아서 생긴 지형이다. 그 아래 도로를 물결치는 앞바다로 상상하며 걸어보자. 탐방의 실감이 한결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더욱 유력한 증거는 서울깍두기에서 구덕로 쪽으로 내려와 자리한 문우당서점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다. 각종 지도와 부산 관련 서적이 많은 곳으로 유명한 이 서점의 뒷문이 그 비밀의 통로다. 서점 주인의 양해를 얻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철문을 열자 거대한 수직 석축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 선장은 "바다 매립 전에 있었던 해안 석축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이라고 말했다.
비프 광장 거리를 걸어 서구청 앞 횡단보도에 이른다. 앞으로 보이는 대로는 과거에 보수천이 흐르던 곳이다. 지금은 복개돼 그곳 출신들의 귀띔 없이는 그 사실을 짐작조차 못 할 정도다. 1913년 송도해수욕장 개장 전에는 하류에 남빈해수욕장이 있었다고 한다.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보행 신호를 받아 길을 건너면 서구청 남쪽 담장 아래에 늘어선 가게들이 보인다. 그 담장과 축대가 옛 해안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이 선장의 설명이다.
곧이어 충무동 골목시장이다. 여기서부터 옛 해안선을 체감하려면, 시야를 오른쪽 천마산 자락에서 아래로 훑어내리는 게 좋다. 산비탈을 가득 채운 집들 바로 앞이 해변이었기 때문이다.
충무동 골목시장 길이 그 경계선을 이룬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골목시장 내 고갈비 특화거리에 갈 수도 있고, 충무대로 건너 충무동 해안시장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충무동 해안시장은 이웃한 자갈치시장 일부로 여겨질 수 있으나, 엄연히 다르다. 이 시장 안에 있는 포항식당(051-243-1077)이 맛집으로 꽤 알려져 있다. 정식과 돼지불고기가 각각 6000원, '돼지불백'이 7000원이다.
■대통령 3명이 다녀간 맛집
충무동 해안시장 구경을 끝내고 돌아와 골목시장을 다시 걷는다. 시장 끝부터는 충무대로와 뒷길 걷기를 반복한다. 기존 주택을 무너뜨리고 고층 주거시설을 짓는 공사 현장이 많아 길이 어지럽다. 문화재로 보존할 만한 집들이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사라지는 것 같아 애석하다는 이 선장의 한탄을 자주 듣는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부산공동어시장도 구경거리다. '대통령 맛집'이란 간판이 붙은 구내식당(051-254-7019)이 이채롭다.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들이 다녀간 곳이란다. 어시장 내에 있으니 싱싱한 생선구이만큼은 확실하지 않을까? 정식 5000원, 고등어구이 1만 2000원, 고등어찜 1만 3000원. 길 건너편 양순식당(051-241-5132)도 맛집을 찾는 이들의 탐방 목록에 들어있는 곳이다.
LG 타워 아파트 끝자락에서 활어 전문 등대시장까지 뒷길을 걷는다. 그다음부터는 충무대로 행이다. 아니,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도로 옆이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여서다. 매립 이전에는 그곳에 길조차 없었다는 이 선장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위에 따개비 붙듯 지어진 집들이 그 사정을 대변한다. 절벽을 방의 한 면으로 삼아야만 했던 그 절박감이 절로 다가온다.
이제 종착점인 송도해수욕장이 멀지 않았다. 암남동 주민센터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송도 100년 골목길'을 만난다. 그 길은 해수욕장 주 출입구가 바뀌면서 쇠퇴했던 옛길을 되찾자는 차원에서 조성된 곳이다. 200m 정도 내려오면 송도해수욕장이다. 넘실대는 물결을 바라보며 지금껏 거쳐온 길의 옛 바닷가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글·사진=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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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
매립과 복개, 확장으로 사라진 길
지도와 해도로 꿰맞춘 4㎞ 여정
개화기·한국전쟁의 흔적 곳곳에
문우당 뒤편엔 거대한 해안 석축
절벽·산비탈,삶이 만나는 현장도
부산은 매립(埋立)으로 영토를 확장한 도시다. 앞에는 파도가 출렁이고, 뒤로는 험한 산에 가로막힌 마을들이 늘어선 게 본래 부산 원도심의 모습이었다. 이른바 열촌(列村)이라 불리는 이 지형은 우리나라 어촌마을의 전형적인 모양새다. 그 전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옛 어민들의 고단했던 삶이 쉬이 짐작된다. 전답이 손바닥만 하니, 먹고 살려고 마을 사람들은 목숨을 담보로 거친 바다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시대는 이런 부산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렸다. 산은 무너져 바다로 밀려 나가고, 해상은 육상이 돼 온갖 건물과 공장이 들어찼다. 그 변화가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력(人力)으로 이뤄졌으니 매립이나 메움이란 단어로 표현한다. 이처럼 성장 틀을 갖춘 부산은 이후 해양 관문으로 성장하면서 바다 메움의 넓이와 속도를 더했다.
그래서 해안 길은 그 옛날 어부가 조업을 떠나며 뒤돌아보던 그 바다 지점까지 달려나갔다. 잔파도가 찰랑거렸던 옛 해안 길들은 건물에 파묻히고, 새길에 찢겨나갔다. 이 선장은 그처럼 잊힌 옛 해안 길 흔적의 파편을 지도와 해도를 통해 꿰맞춰 왔다. 이번에 걸은 도시철도 남포동역~서구청~송도해수욕장 간 옛 해안 길 거리는 약 4㎞. 보행 시간은 관심사와 머무는 횟수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으나, 대략 2시간.
■과거와 현대 소통의 거리
남포동역 7번 출구에서 출발한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왼쪽으로 돌아선다. 지난해 9월 조성한 엔터테이너 거리의 소광장(광복 쉼터)을 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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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로에 있는 부산 최초 극장 '행좌' 자리 표시판. |
여기서부터 비프 광장까지 세 부분의 콘텐츠로 구성된 '엔터테이너 거리'가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이곳은 소외돼 온 광복로 뒷골목을 문화예술 분야로 재조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란수도 부산 시절 무형 유산과 해양수도 부산 문화 사이의 소통 공간을 꿈꾸고 있는 지점이다.
소광장에서 구덕로에 이르는 길은 엔터테이너 거리의 변천사를 알 수 있는 '문화예술의 거리'로 꾸며졌다. 다방과 극장 변천사를 담은 전시물이 설치됐다. 주경업 화가의 펜화를 감상할 수 있고, 5060 음악다방과 7080 음악감상실 코너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서울깍두기 식당까지는 '열정의 거리'다. 부산 출신 스타들을 담아낸 '스타 게이트'가 시선을 끈다. 게이트마다 설치된 핸드프린팅에 손을 대면 해당 연예인의 이력과 인터뷰 동영상이 뜬다. 윤제균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재용 김정태 장혁 조진웅 변우민과 가수 설운도, 개그맨 김원효 윤형빈 등이 대거 참여했다. 전국노래자랑을 인연으로 원로배우 송해의 영상도 볼 수 있다.
피란수도 부산으로 몰려든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현대예술의 씨앗을 잉태했음을 기념하는 민들레 광장도 눈에 띈다. 이 거리를 중심으로 영화 상영과 공연 예술을 주도한 극장, 문화 예술의 거점 역할을 했던 음악감상실의 자취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마지막 구간인 일명 '구둣방 골목'에는 '추억의 거리'가 조성됐다. 구두 모양의 동판과 함께 연예인들의 풋 프린팅을 길바닥에 배치해 행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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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동 7번 출구 옆에 있는 매립지 구역 그림, |
엄밀하게 보자면, 엔터테이너 거리는 완벽한 옛 해안 길은 아니다. 출발점에서 잠시 길 너머 롯데백화점으로 우회해야 한다. 하지만, 구덕로를 무단횡단할 수 없는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송도해수욕장까지 가는 내내 곳곳에서 일어난다. 그만큼 옛길이 변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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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이너 거리 조성에 대한 설명판. |
더욱 유력한 증거는 서울깍두기에서 구덕로 쪽으로 내려와 자리한 문우당서점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다. 각종 지도와 부산 관련 서적이 많은 곳으로 유명한 이 서점의 뒷문이 그 비밀의 통로다. 서점 주인의 양해를 얻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철문을 열자 거대한 수직 석축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 선장은 "바다 매립 전에 있었던 해안 석축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이라고 말했다.
비프 광장 거리를 걸어 서구청 앞 횡단보도에 이른다. 앞으로 보이는 대로는 과거에 보수천이 흐르던 곳이다. 지금은 복개돼 그곳 출신들의 귀띔 없이는 그 사실을 짐작조차 못 할 정도다. 1913년 송도해수욕장 개장 전에는 하류에 남빈해수욕장이 있었다고 한다.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보행 신호를 받아 길을 건너면 서구청 남쪽 담장 아래에 늘어선 가게들이 보인다. 그 담장과 축대가 옛 해안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이 선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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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우당서점 내 '부산 작가, 부산의 책들' 코너. |
충무동 골목시장 길이 그 경계선을 이룬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골목시장 내 고갈비 특화거리에 갈 수도 있고, 충무대로 건너 충무동 해안시장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충무동 해안시장은 이웃한 자갈치시장 일부로 여겨질 수 있으나, 엄연히 다르다. 이 시장 안에 있는 포항식당(051-243-1077)이 맛집으로 꽤 알려져 있다. 정식과 돼지불고기가 각각 6000원, '돼지불백'이 7000원이다.
■대통령 3명이 다녀간 맛집
충무동 해안시장 구경을 끝내고 돌아와 골목시장을 다시 걷는다. 시장 끝부터는 충무대로와 뒷길 걷기를 반복한다. 기존 주택을 무너뜨리고 고층 주거시설을 짓는 공사 현장이 많아 길이 어지럽다. 문화재로 보존할 만한 집들이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사라지는 것 같아 애석하다는 이 선장의 한탄을 자주 듣는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부산공동어시장도 구경거리다. '대통령 맛집'이란 간판이 붙은 구내식당(051-254-7019)이 이채롭다.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들이 다녀간 곳이란다. 어시장 내에 있으니 싱싱한 생선구이만큼은 확실하지 않을까? 정식 5000원, 고등어구이 1만 2000원, 고등어찜 1만 3000원. 길 건너편 양순식당(051-241-5132)도 맛집을 찾는 이들의 탐방 목록에 들어있는 곳이다.
LG 타워 아파트 끝자락에서 활어 전문 등대시장까지 뒷길을 걷는다. 그다음부터는 충무대로 행이다. 아니,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도로 옆이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여서다. 매립 이전에는 그곳에 길조차 없었다는 이 선장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위에 따개비 붙듯 지어진 집들이 그 사정을 대변한다. 절벽을 방의 한 면으로 삼아야만 했던 그 절박감이 절로 다가온다.
이제 종착점인 송도해수욕장이 멀지 않았다. 암남동 주민센터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송도 100년 골목길'을 만난다. 그 길은 해수욕장 주 출입구가 바뀌면서 쇠퇴했던 옛길을 되찾자는 차원에서 조성된 곳이다. 200m 정도 내려오면 송도해수욕장이다. 넘실대는 물결을 바라보며 지금껏 거쳐온 길의 옛 바닷가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글·사진=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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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터테이너 거리에 있는 스타게이트. 핸드프린팅 표시에 손을 대면 해당 스타의 동영상과 이력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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