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이야기

삼락천 '깔끔' 감전천 '칙칙'

jaunyoung 2014. 11. 29. 01:52

삼락천 '깔끔' 감전천 '칙칙'…낙동강살리기 하천정비 극과 극

삼락천 국비 500여 억 투입, 음악분수 체육시설 등 조성

  • 국제신문
  •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2013-09-09 21:29:15
  • / 본지 3면
   
낙동강 살리기 사업 43공구 조성공사가 마무리됐지만 삼락천과 감전천은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9일 삼락천은 깨끗하게 정비됐지만(왼쪽), 감전천은 칙칙한 콘크리트 구조물 주위로 쓰레기가 널려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곳곳 친수공간으로 탈바꿈
- 산책 등 하천찾는 주민 늘어

- 감전천은 고작 50억 원 배정
- 친수공간 계획조차 안세워
- 폐수에 악취, 쓰레기 '둥둥'
- 땡볕 피할 그늘조차도 없어

부산 사상구의 대표적 하천인 삼락천과 감전천 변의 정비상태는 극과 극이었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43공구)으로 상류 쪽인 삼락천은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지만, 하류 쪽인 감전천은 폐수찌꺼기가 온통 널려 있는 등 칙칙했다. 감전천 일대가 정부의 친수공간 조성 사업에서 철저히 배제된 탓이다. 사업을 시행한 부산시낙동강관리본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감전천 일대 친수공간 조성 계획을 아예 수립하지 않았다. 총예산 574억 원 가운데 감전천 정비에는 50억 원 상당이 배정됐고, 이 예산 대부분도 삼락천 물을 감전천으로 끌어들이는 펌프장 조성에 쓰였다.

■칙칙한 콘크리트 벽뿐인 감전천

   
9일 본지 취재진은 43공구 최하류(엄궁유수지)부터 최상류(구포축산물도매시장)까지 둘러봤다. 먼저 엄궁대교 일대를 가봤다. 엄궁유수지 쪽으로 흐르는 감전천의 물 색깔은 짙은 녹색이었다. 폐수찌꺼기가 물 위에 둥둥 떠 있었고, 대교 아래 쇠창살 형태로 하천을 가로막고 있는 철제구조물에는 페트병과 폐스티로폼 등이 잔뜩 걸려 있었다.

1㎞가량 상류에 위치한 한 공업사에서 바라본 하천 모습도 다를 바 없었다. 호안은 잿빛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었고, 벽면 콘크리트 박스에서는 희뿌연 생활오수가 흘러나왔다. 주택이 드문 하천 인근에는 도금·고철상 등의 간판을 내건 공장만 즐비해 분위기가 더욱 삭막했다. 고철상 직원인 김모(51) 씨는 "비가 올 때마다 시커먼 폐수가 감전천으로 유입된다"고 말했다.

'감전수로 1호교'와 '2호교'를 차례로 거쳐 상류 쪽으로 이동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감전천 최상류부인 '감전수로 3호교'에 가까워지자 분위기가 조금 밝아졌다. 감전천 일대에서 유일하게 친수공간이 조성된 곳이다. 하천 양쪽에 친수공간용 콘크리트 데크가 조성됐고 야외 운동시설 8개와 나무의자 등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주민 고경희(여·54) 씨는 "비가 조금만 와도 운동시설이 물에 잠기고, 맑은 날에는 땡볕을 피할 그늘조차 없는데 누가 여기 오겠느냐"며 혀를 찼다.

■삼락천 대형 분수 등으로 새단장

삼락천 구간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180도로 달라졌다. 삼락천 3.7㎞ 구간 곳곳에 음악분수 등 각종 친수공간이 조성돼 있었다. 3.8㎞ 구간 대부분이 칙칙한 콘크리트로만 둘러싸인 감전천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괘법르네시떼 인근 삼락천 최하류부 일대에는 하루 세 차례 음악과 함께 화려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대형 분수와 농구장·족구장 등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다. 삼덕초등학교를 지나 상류로 이동할수록 물의 빛깔은 낙동강 물색에 가까워졌다. 수면에 둥둥 떠있던 각종 부유물도 줄었다. 모라초등학교 인근에서는 산책로를 걷고 있는 어르신도 눈에 띄었다. 주민 이모(여·78) 씨는 "예전에는 그냥 냄새 나는 시커먼 진흙이었다고 보면 된다. 지금도 완전히 냄새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수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락천의 최상류부인 북구 구포축산물도매시장에 가까워지자 악취가 많이 사라졌고 부유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감전천 인근 주민은 정부의 낙동살리기 사업에서 소외됐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유일한 친수공간이 꾸며진 감전수로 3호교 인근도 사상구가 지난 3월 '감전천 배수펌프장'을 지으며 조성한 곳이다. 관리권을 부산시로부터 이관받은 사상구는 "'감전천 생태하천복원 사업'을 위해 신청한 국비 250억 원 상당을 지원받으면 내년 초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