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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부산 행복마을 박람회
jaunyoung
2014. 4. 29. 09:25
[함께 살다-대안적 삶을 꿈꾸다] 21. 부산 행복마을 박람회
"행복마을요? 함께 땀 흘리며 마을 가꾸다 보니 행복이 오던데요"
2013-08-03 [08:33:52] | 수정시간: 2013-08-05 [07:58:25] |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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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마을 박람회'는 끝이 났다. 마을의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행복마을 엽서를 모았다. 선두구동, 한마음, 필봉오름, 새밭, 닥밭골, 머드레, 한내, 샛디, 공창, 1·3세대, 오색빛깔, 모래톱, 본녹산, 참살이, 해돋이, 철쭉, 시싯골…. 이름만큼이나 행복하길 소망한다. 사진제공=싸이트플래닝건축사사무소 |
부산시서 추진 '도시재생사업'
행복마을 서른 곳 한자리에
마을 이바구 경연대회 등 개최
북카페·행복 텃밭·오색 공방…
다양한 실천사례 통해 서로 공감
도심 속 오지임에도 희망 새록
"내가 행복해야 공동체도 행복"
"우리 마을은 정말 취약지구입니다. 하루에도 119와 경찰차가 수차례 오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마을에 행복센터가 들어선다고 하길래 기뻐하고 감사해야 할 텐데 걱정도 되었습니다. 과연 누가 호응을 해 줄까 싶어서요. 그런데 행복센터 교육을 받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런 세상 살아서 무엇 하냐면서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술과 담배를 끊고, 지난날을 후회하며 마을 봉사도 하면서 보람을 찾아가게 된 것입니다."
'주공1단지마을'(부산 영도구 동삼3동) 김정임 씨가 '행복센터 교육을 통한 치유'의 경험으로 '마을 이바구 경연대회' 첫 테이프를 끊었다.
다음은 '닥밭골마을'(서구 동대신2동) 대표로 연단에 오른 한영숙 씨. 한 씨는 '나의 행복을 마을의 행복으로' 바꾼 사례를 발표했다.
"우리 마을이 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바뀌었습니다. 저는 장애인입니다. 방구석에 처박혀서 아무것도 못했을 때 북카페가 보였습니다. 암울했던 시절 바리스타에 도전했으며, 1등으로 합격했습니다. 좀 더 용기를 가지려고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힘든 시절 이야기를 통해 행복을 여러분에게 전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닥밭골로 오십시오. 행복을 한 방울 떨어뜨려서 커피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샛디마을'(서구 남부민2동) 정정례 씨 차례. 정 씨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느린 삶이 매력적인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많이 모여 살았고, 그분들이 한 사람, 두 사람 세상을 떠나면서 폐공가가 많이 생겨났지만 그 폐공가를 활용한 '행복텃밭'을 통해 행복한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철쭉마을'(북구 덕천3동)의 김미지 씨 역시 '텃밭 가꾸기를 통한 행복마을 만들기' 과정을 소개하면서 소통의 공간으로서, 텃밭을 강조했다.
"우리들은 텃밭을 분양하면서 일련의 과정을 개개인이 할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처음엔 본인 텃밭만 돌보고 가는 등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물이 성장하면서 서로 인사도 주고받고 주민들과 이야기도 나누게 되면서 단지 내 주민들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웃 주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협동조합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행동이 지금 행복마을이 추구하고 있는 자치·자발·자립·자족·협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색빛깔마을'(동구 범일4동) 강숙자 씨는 '오색공방을 통한 화합'을 자랑거리로 내세웠다.
"우리 마을은 도심 속 시골이어서 젊은 사람도 별로 없고 할머니들이 많습니다. 처음엔 우리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용기도 안 났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을 비롯해 할머니들이 힘을 합쳐 배우면서 자연이 이렇게 좋구나, 자연 염색이란 게 정말 아름답구나를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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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부산 행복마을 박람회' 식전 행사에서 (사)부산시민재단으로 이사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행복마을 큐레이터'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행복마을 큐레이터는 행복마을을 알리고 가꾸어 나가는 뜨거운 마음을 가진 열혈주민을 의미한다고 했다. 강선배 기자 ksun@ |
'재반무지개마을'(해운대구 반여2동)에서 나온 김미영 씨는 주민들의 문화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과 북 카페를 소개한 것 외에 대표적인 마을 수익 사업으로 시작한 김치 사업을 거론하면서 카드가 아닌 현금 결제도 가능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는 "제발, '카드깡'을 안 할 수 있도록 참고해 주이소~"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시싯골마을'(동래구 명장2동)에서 온 박명옥 씨는 "동네는 8학군이지만 아이들이 쉴 만한 곳이 없다"면서 PC방에 가는 것 말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청소년을 위한 돗자리벼룩장터'를 개최하게 사연을 들려주었다.
'머드레마을'(금정구 남산동)에선 남성 주민 허진열 씨가 발표자로 나서 경로당을 개보수한 행복센터를 소개했다. 그는 또 "매실 사업에 500만 원을 투자해 900만 원을 건졌고, 기증받은 500평에 감자를 심어 판매하고,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 도서관을 만들어 월 1만 원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수익 창출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기찻길옆동산마을'(동래구 낙민동) 발표자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 마을은 철도청 관사를 리모델링해서 행복센터를 지었고, 최근엔 가마까지 갖추고 어린이 체험 교실도 늘려가는 등 '도자기 굽는 마을'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었다.
옛날부터 야시가 수백, 수천 마리 살았다는 '야시고개마을'(북구 구포2동)의 '황 씨 아저씨'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행복마을이라는 타이틀만 있어 지원을 요청하러 왔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아미농악마을'(서구 아미동)에서 온 손정미 씨는 자기 마음의 변화를 담담히 털어놓았다. 특히 봉사단체 '아미맘스'를 만들어 동네 아이들 공부방을 열고, PC게임만 하고 아이 밥도 차려주지 않은 엄마까지 규합해 뭔가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천연조미료를 만들어 판매하고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쿠키를 만드는 등 '기찻집 카페'를 운영하는 사연도 소개했다.
'모래톱마을'(사하구 신평동) 김순옥 씨는 "처음엔 별 볼 일 없는 우리 같은 마을에 행복센터를 짓는다고 하길래 한마디로 어이가 없고, 차라리 똥통을 고쳐주던가 돈이라도 나눠주지 싶었는데 '이제는 내 빼고 하면 안 된데이~'라고 할 정도로 변했다"면서 '전통 장 만들기를 통한 행복마을' 구상에 한껏 부풀어 있음을 고백하면서 무대에서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영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고 이름 붙인 '해돋이마을'(영도구 청학1동)은 늘어나는 폐공가와 무허가 건물 등으로 주민 화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올 여름 '감자축제'를 거치면서 주민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이옥자 씨가 전했다. 이와 함께 '행복마을은 잘난 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돼 각종 워크숍에도 열심히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세대 마을'(부산진구 개금2동) 구용언 씨는 새로운 생애설계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행복마을 1·3세대가 탄생하면서 지역사회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주민들과 수제 쿠키 만드는 교육을 받으면서 주민의 화합과 '하면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학습만이 교육이 아니고 누군가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붙이는 데도 교육은 필요합니다."
'한마음마을'(서구 초장동) 정말분 씨는 '희망공방과 다문화 공동체' 이야기로 풀어나갔다. 정 씨는 특히 "행복마을마다 다양한 특색 사업을 하는 만큼 코디 등을 통해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나누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공창마을'(북구 금곡동) 이오용 씨는 "4개 부락이 합쳐진 금곡동에서 3개 부락은 아파트로 재개발이 되고 유일하게 남은 게 공창마을"이라면서 "느티나무 축제 등 마을 축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경이 아무리 안 좋아도 마음이 행복하면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에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유념하라"고 당부했다.
'참살이마을'(남구 감만2동) 육진용 씨는 감만동이라는 마을 자체는 살림살이가 어렵지만 블루베리 묘목을 키우면서 주민이 성장하는 마을이 되어가고 있다고 긍지를 내비쳤다.
'선두구동마을'(금정구 선두구동)에서 온 전광익 씨는 뜻있는 분들의 재능기부로 '열린공작소'를 만들었고, 행복마을 사업을 통해 더불어 사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본녹산마을'(강서구 녹산동)은 공지 사항을 알리기 위해 집집마다 설치한 실내방송 스피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마을 방송국 '본녹산방송국'을 1주일에 1회 운영 중이라고 윤상노 씨가 소개했다.
'마을 이바구 경연대회' 3시간은 그렇게 훌쩍 지나갔다. 이날 사회를 맡은 신미영 행복발전소 대표는 "하나하나 작은 이야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까지 풍요롭게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명대 사회복지학과 오영란 교수도 "행복마을이라는 것은 결국 주민이 행복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주민이 행복하려면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협동하고, 같이 만들어가고, 그렇게 얻어진 결과가 행복한 마을이 되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오후 열린 '주민·행정·전문가가 바라보는 행복마을 만들기' 토크쇼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찬웅 '오색빛깔마을' 주민은 "앞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하여 같이 공유하고, 발전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안도 전 부산시 도시재생 담당이나 동구 건축과 최용호 도시디자인 담당은 "마을의 주인은 공무원이 아닌 주민"이라고 말한 뒤 "행정은 시간이 지나면 떠나가게 돼 있어 결국 '우리끼리 잘해보자'라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강훈 행복마을 코치는 특히 "공무원과 주민, 코디네이터의 과제로 '소통-공유-공부'를 꼽고, 행복마을의 진화는 이 과제를 얼마나 잘 풀어가느냐에 달려있다"고 갈무리했다.
결국, 행복마을 박람회는 주민들 간의 소통은 물론, 마을 간의 소통이 절실한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소중한 자리였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부산시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이란=재개발·재건축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 도시틈새지역을 대상으로 지역공동체를 복원하여 물리·사회적 재생을 이루는 통합형 도시재생사업. 광역시 단위에서는 부산이 처음 시도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12개 구 30개 마을에 19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년간 시설 개선과 2년간 공동체 운영지원 방식으로 사업 추진했으며 7월 말 현재 센터 건립 16곳, 시설 개선 3곳을 완료하고 공사 중 2곳, 준비 중 9곳으로 파악됐다. 문의 부산시 도시재생과=051-888-3172.
